“자동차 정비소로 이용되다 버려졌던 이곳. 전국의 크리에이터가 로컬의 미래를 논의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그것만으로도 로컬크리에이터 페스타의 취지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전정환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센터장
서울 대표 공업지역이었던 성수동. 제조업 쇠퇴와 함께 쇠락했던 이 지역은 버려진 공간이 복합문화공간으로 재생되면서 국내 문화 트렌드를 이끄는 장소로 변모했다. ‘로컬크리에이터 페스타(이하 페스타)’가 개최된 성수동 S-팩토리도 과거 자동차 정비소를 재생한 공간이다. 페스타는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와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주최하고 로컬크리에이터 페스타 조직위원회가 주관한다. 로컬크리에이터는 잊히거나 버려진 지역자원을 발굴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덧입혀 새 생명을 불어넣는다는 점에서 행사가 열린 S-팩토리와 닮았다.
11~12일 양일에 걸쳐 페스타가 개최된 성수동 S-팩토리 D동은 전국 각지에서 온 참가자로 하루종일 붐볐다. 전시된 지역 기업만 50개에 달했다. 이를 증명이나 하듯, 지역 억양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화들이 곳곳에서 들려왔다. 강연장은 일찌감치 만석이 돼 뒤늦게 온 사람들은 서서 강연을 듣거나 뒤에 마련된 전시장을 구경했다.
페스타人을 위한 문화활동 “힙하다 힙해”
페스타 현장은 전시, 영상 상영 등 다양한 문화행사로 가득찼다. 간담회와 강연이 진행되는 장소 뒤편에는 대표 로컬크리에이터 콘텐츠가 전시되고 있다. 공장을 리모델링한 S-팩토리의 높은 천장 아래 진열된 로컬크리에이터의 제품, 활동 사례는 색색의 조명을 받아 더욱 ‘힙’하다. 방문자들의 지갑을 열게 할 굿즈(Goods)존도 마련돼있다.
참가자들의 발길이 가장 많이 머문 장소는 1층 한켠에 마련된 독립서점이다. 삶의 다양한 방향을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 서점 ‘다다르다’를 운영하는 대전 로컬 콘텐츠 스타트업 ‘도시여행자’가 기획했다. 로컬을 담은 많은 독립출판물을 비롯해 우리 사회 트렌드를 제시한 ‘90년생이 온다’ 등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부스였다.
3층 휴게공간 옆에 마련된 ‘로컬 시네마’에서는 로컬 다큐멘터리 ‘나는 지역에서 살기로 했다’(KBC 김태관 PD) 등 지역에서의 삶을 담은 다섯 편의 영상을 상영했다. 입구에서부터 영상 시청을 기대하게 만드는 팝콘 냄새가 진동했다.
보다 현실적이고 세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언컨퍼런스’는 2층에 있는 네 개의 방과 3층 오픈 토론공간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언컨퍼런스는 주최측에서 주제를 미리 정하는 게 아니라, 참여자들이 주도적으로 주제를 정해 공간 사용을 신청하고 회의를 이끄는 새로운 형식의 컨퍼런스다. 전북, 울산, 광주 등 여러 지역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공간 이용을 신청해 이야기를 나눴다. 오픈 토론공간은 지역별 센터 실무자들의 긴밀한 논의를 위해 일반 참가자의 출입은 제한한다.
특히 1층 무대에서는 ‘북큐레이션’을 진행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충북 청주시에서 문화공간 ‘다락방의 불빛’을 운영하는 이상조 뮤직스토리텔러 대표는 2016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밥 딜런(Bob Dylan)의 뒷이야기를 나눴다. 이 대표는 본업인 은행원 퇴직을 앞두고 있으며, 퇴직 후에는 음악기부 활동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그는 관객들에게 가수 밥 딜런의 음악과 함께 자신의 데뷔 앨범 및 영국 밴드 비틀즈와의 관계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줬다.
개그맨부터 공무원까지! ‘귀 쫑긋’ 로컬크리에이터 이야기
이틀간 진행되는 이번 행사에는 예비 로컬크리에이터의 ‘롤모델’들이 총동원한다. 고선영 재주상회 대표를 비롯해 20명이 넘는 로컬 크리에이터가 무대에서 5가지 주제로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한다. 5가지 주제는 ‘LOCAL’의 알파벳을 하나씩 따서 △L(Life style-로컬크리에이터가 만드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O(Opportunity-로컬, 기회의 또 다른 이름) △C(Community-커뮤니티 빌더, 로컬 크리에이터) △A(Alternative-세상을 디자인하는 로컬크리에이터) △L(Learn-로컬크리에이터의 생태계)다.
11일 진행된 스페셜 토크 시간에는 SNS에서 ‘B급 감성’ 홍보물 제작자로 유명한 조남식 충주시청 주무관이 패널로 참가했다. 조 주무관은 “사람들이 충주와 청주를 헷갈릴 정도로 잘 모른다”며 “어떻게 하면 SNS를 통해서 충주를 알릴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모든 직원에게 선물한 베스트셀러 ‘90년생이 온다’의 저자 임홍택 작가도 함께했다. 임 작가는 “90년대생이 특별히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변하는 건 세대가 아니라 세상”이라며 ”대한민국의 특징은 모든 게 수도권에 집중돼있다는 것인데, 이제 사람들이 다른 지역에서 더 많은 기회와 가치를 발굴하는데 재미를 느낀다“고 밝혔다. 개그맨 전유성도 참가해 탈물질주의적 가치의 중요성과 지역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강연했다.
행사 둘째 날인 12일에는 이태원에서 7개의 레스토랑을 운영 중인 방송인 홍석천과 성수동에서 가장 핫한 카페로 꼽히는 ‘어니언’의 유주형 대표가 특별 게스트로 참여한다.
첫날만 3000여명 방문, 12일까지 행사 진행
행사 첫날 오프닝과 토크콘서트를 진행했던 1층 무대 앞 관객석은 참가자들로 북적였다. 페스타 운영 사무국은 “약 3000명 정도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군데군데 휴식 공간과 테이블이 있어 참여자들은 네트워크 시간을 가지거나 노트북을 열고 일하는 등 여유로운 모습을 모였다.
행사 운영을 맡은 정성한 쇼비티 대표는 “로컬 가치의 종류는 지역 상권 부흥만이 있는 게 아니라 무한하다”며 “참가자들이 이번 행사를 통해 네트워크를 잘 다지고 방문자들에게 가치를 잘 전달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정 대표는 전 컬트삼총사의 멤버기도 하다.
오후에는 중기부 김학도 차관이 참석한 가운데 중기부?네이버?롯데AC?GS홈쇼핑?카카오?창조경제혁신센터가 함께 연결·협력으로 로컬 크리에이터를 발굴?육성하는 업무협약을 체결됐다. 김 차관은 “고령화 등 지역의 고민을 해결하는 대안 중 하나가 로컬크리에이터들의 적극적인 활동”이라며 “로컬크리에이터 육성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힘이 될 수 있기에 내년 정부 예산안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틀로 계획된 이번 행사는 12일 오후 1박 2일 스케치 영상 상영으로 막을 내린다.
사진. 박재하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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