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ert style="green"] [이로운 살림살이] 머니투데이와 이로운닷넷은 지난 8일 경제 전문가들과 함께 ‘이로운살림살이’라는 주제로 한국 사회의 경제 문제를 진단하는 좌담회를 열었다.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가 참석했다. 이날 좌담은 머니투데이 신문사 4층 대회의실에서 이경숙 이로운넷 공동대표가 진행했다. [/alert]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왼쪽)과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

[이로운 살림살이 좌담회 ①] 빚에 쫄지 말고 분노하라에서 이어집니다.

불안함을 잊고자 하는 것이 소비

이경숙(이하 이): 좌담회 1부 내용을 종합하자면, 우리가 의식주 문제에서 느끼는 불안이 실제로는 사회 시스템에서 기인한다는 얘기죠. 그렇지만 개인의 우매함에서 비롯된 문제도 있어요.?

"사회 시스템의 논리를 멈추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강한 결단으로 끊어내야 해요."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
홍기빈(이하 홍):?80년대 이전의 사람들과 지금 한국 사람들의 생활이 달라졌어요. 소비수준과 소득수준과의 관계가 끊어졌어요. 예전에는?그 둘이?같다는 것을 아무도 창피하게 여기지 않았었는데, 지금은 쪽팔려 하더라고요. 특히 젊을수록 그런데, 자신의?돈벌이가?씀씀이로 뽀록날까봐 두려워해서 숨기는 것이 현대의 소비패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 직장이 홍대에 있잖아요. 금요일 홍대 앞을 보면 20대 여성들이 거리를 점령해요. 근데 별로 행복한 표정을 하고 있는 모습이 아니에요. 주말이니깐 홍대 앞에 가줘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온 거예요. 소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온 거예요. 그래야 일정한 또래 놀이 집단에 들어갈 수 있고, 그래야 어느 정도 레벨에 들어설 수 있고, 승진, 결혼 등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그렇죠. 거기서 20대 여성들의 프레셔(압박감)가 느껴지더라고요.

제윤경(이하 제): 사람들이 불안하니까, 자신의 숨겨진 욕구를 살펴보지 않고 산다는 생각을 했어요. 자기가 뭘 하고 싶은지 생각하는 게 사치인 거예요. 그런 걸 생각 안 하려니까, 신용카드는 쥐어지고, 과거보다 소득수준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고, 소비할 것은 천지고, 그러니까 자신은 인생의 좌표가 없고, 그렇게 살지 못한다는 생각에서 오는 엄청난 허탈함을 잊고자 하는 것이 소비라는 생각이 굉장히 많이 들어요. 마치 소비로 마취를 하듯이.

실제로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돈을 어디에 써야 한다는 소비의 대상을 못 찾고 있는 거예요. 자신의 기준에서 쓰는 것이 아니라, 남이 쓰는 데로 쓰는 것이에요. 저는 6만 원짜리 유모차를 끌었거든요. 다른 유모차는 200만 원 짜리도 있죠. 그게 다 달라요. 보이는 모습 자체가 달라요. 근데 저는 6만 원짜리를 끌고도 괜찮아요. 그 사람들이?비싼 유모차를 끌기 위해 마이너스 통장을 쓴 걸 알고 있거든요. 스스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을 해야 해요.



자신도 피해자 중에 한 사람이란 걸 자각해야

이: 어디부터가 개인의 책임이고, 어디부터가 사회환경의 책임일까요.

홍: 우선 개인에게 문제가 있어요. 개인이 시스템의 문제를 내면화하고 있는 경우에요. 그리고 그 사람이 시스템 자체가 돼요. 매트릭스 영화의 스미스 요원과 같아요. 시스템의 문제를 멈추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강한 결단으로 끊어내야 해요.

그건 중독된 것을 끊어내는 거예요. 금요일 밤 삼청동, 홍대 앞에 가서 카드를 긁어대던 사람이 집에서 라면을 끓여먹고 TV를 보고 잘 생각을 하면 얼마나 끔찍하겠어요. 그런 걸 무수히 겪어야 하잖아요. 그게 쉽게 빠지겠어요. 마음 독하게 먹어야 합니다.

제: 사람들은 소득이 200만 원 이든 300만 원이든 늘 돈이 부족하다고 느껴요. 설사 소득이 크게 늘어도 소비 만족은 늘리기 어려워요. 우리가 주도적으로 원하는 것을 소비하는 게 아니라, 욕구를 조작한 마케팅에 따라 수동적으로 소비하기 때문이에요.

그렇지만 사실상 한국은 10명 중 8명이 빚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모두가 시스템 오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만 치부해버리면 안 되는 상황에 내몰린 거예요. 파산 직전으로 내몰린 사람과 집 때문에 빚낸 사람에게 리스크의?존재는 같아요. 이?사실을 알아야 해요. 자신도 피해자 중에 한 사람이란 걸 자각해야 해요.

문제를 느꼈다면 사회적 관계부터 바꿔라

이: 지금의 시스템을 벗어나면 불안이 없어질까요?

"파산 직전으로 내몰린 사람과 집 때문에 빚낸 사람에게 리스크의 존재는 같아요. 이 사실을 알아야 해요. 자신도 피해자 중에 한 사람이란 걸 자각해야 해요."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
제: 세상이라는 게 사람들이 만들어 낸 생태계잖아요.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수요와 공급이 돌아가는 것이 있죠. 저는 일을 하면서 상대적으로 불안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굉장히 다양한 영역의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깐, 흔히 불안에서 쉽게 벗어날 것이라 믿었던 계층의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더 불안의 강도가 세고. 고소득층이 훨씬 더 리스크와 빚의 규모가 크고 불행의 강도도 크고 압박감도 엄청나다는 것을 봤어요.

그런데 대안운동을 하시는 분들을 만나며 너무나 편하게 보이는 거예요. 그 안에 생태계가 있는 거예요. 대안학교 나온 아이가 대안학교 선생님이 돼요. 거기서 돌아가고 작동이 되고 있는 세계를 봤어요.?그쪽은 또 인력난이거든요. 교사가 없어서 난리에요. 수요보다 공급이 딸리는 시장이에요. 자신의 가치를 키워나가면 분명 또 할 일이 있어요.

결국 정답은 자기 안의 욕구를 발견하고 그 길이 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 사람들끼리 모여서 나름의 또 다른 생태계를 조금씩 이루어 나가고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지금 사람들이 말하는 성공의 잣대는 분명 아니에요. 아닌데 알고 보니, 그 길이 훨씬 가치가 있고, 훨씬 행복하고 자기 만족도가 높고 자유롭더라고요. 해방구가 없는 것이 아니에요. 다만, 이 세계와 기준이 다를 뿐이에요.?그런 건 있어요. ‘당신이 당장 시민단체나 대안운동을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지금 있는 자리에서 사람들과 관계를 가져라, 지금부터 활동을 시작해라. 사회적 관계를 바꿔라'는 것이죠.

홍: 불안이라는 것은 인류의 시작부터 있었던 거예요. 지금 불안이 없는 삶을 살고 싶다는 것도 사치에요. 불안으로부터 풀려나가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재테크와 돈벌이에 치중을 하는 거예요. 불안을 끌어안고 사는 것이 우리 인간의 운명이고, 친구를 끌어 안고 사는 것에서 삶이 펼쳐지는 거예요. 불안이 없는 삶을 살겠다는 것은 삶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같아요. 연금 타먹으면서 식물인간처럼 살아가겠다는 소리거든요. 불안이 없는 상태로 가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해요. 지금 하고 있는 생활을 하고 있으면 안 불안해요? 자신의 삶에 주인이 돼야 해요.

관련 글당신은 지금 빚과 무관하게 살고 있나
경제는 돈이 아니라 행복이다

좌담자 약력 소개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
<살림/살이 경제학을 위하여> <비그포르스, 복지 국가와 잠정적 유토피아> <자본주의> <투자자-국가직접소송제:한미FTA의 지구정치경제학> <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 저자. <거대한전환> <돈의 본성> <자본주의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번역. 2011년 MBC ‘손에 잡히는 경제’ 진행.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이사

<아버지의 가계부> <착한 소비의 시작 굿바이 신용카드> <돈에 밝은 아이> <나의 특별한 소방관> 저자. 경제교육 사회적기업 에듀머니 창립자 겸 대표이사. SBS <잘 살아보세> MBC <경제매거진M> KBS <경제비타민> 등 여러 방송에서 돈 관리법과 소비법 강의.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