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가 목적인 기업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소셜벤처들이 밀집된 서울 성수동이 주목 받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8월 성수동을 소셜벤처 네트워킹 허브 및 성공사례 창출 중심지로 육성한다고 밝혔다. 소셜벤처 확산이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데 일정 기여할거라 인정한 셈이다.  

루트임팩트(대표 허재형)는 성수동 소셜벤처밸리의 중추 역할을 해온 기업이다. 루트임팩트가 운영하는 ‘헤이그라운드’는 소셜미션을 가진 80개 기업이 입주한 건물로, 성수동 소셜벤처들의 거점으로 인정받고 있다. 2017년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제3차 일자리위원회를 이곳에서 주재했을 정도다. 최근에는 헤이그라운드 2호점(서울숲점)도 문을 열었다.

루트임팩트를 이끄는 허재형 대표는 이런 관심이 성수동으로 쏟아지기 이전부터 체인지메이커 커뮤니티 만들기에 나선 인물이다. 대학 졸업 후 베인앤드컴퍼니(Bain & Company)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다 임팩트를 추구하기 위해 정경선 CIO와 루트임팩트를 설립했다. 지난달에는 국내 최초로 출범한 소셜 임팩트 생태계 연대체인 '임팩트얼라이언스(Impact Alliance)'의 초대 이사장으로 선임돼 다시 주목을 받았다.

지난 9월 30일, 성수동 헤이그라운드 스카이라운지에서 허 대표를 만났다.

컨설턴트로 일하던 허재형 대표는 2012년 일을 그만 두고 루트임팩트 설립에 참여했다.

1순위는 '임팩트'라는 목적, 틀에 갇히지 말아야

“주식회사냐, 사회적기업이냐, 비영리 사단법인이냐에 초점을 두는 건 위험해요.
가장 중요한 건 조직의 존재 목적이죠. 법적 형태의 경계를 넘나드는 포괄적인 생태계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을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대한 허 대표의 답변은 "아직은 계획에 없다"였다. 애초에 조직 유형의 근본 카테고리를 만드는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허 대표는 “제도·정책을 특정 언어로 정의해야 하고, 세금을 활용하는 일 때문에 원칙·규칙이 필요하다는 건 이해한다”면서도 “그 과정에서 형식적인 틀 안에 갇히거나 특정 이미지가 굳어지는 걸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9월 출범한 임팩트얼라이언스 내 96개 단체도 ‘임팩트지향조직(impact-driven organization)’이라는 개념 아래 모였다. 조직의 법적 형태나 규모와 상관없이 소셜 임팩트 창출에 동참하는 단체를 아우르는 표현이다. 초대 이사장으로 선임된 허 대표는 “다양한 성격의 조직이 함께하는 만큼 소속감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임팩트얼라이언스는 임팩트지향조직의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하기 위해 먼저 회원사들의 기본적인 정보를 모은다. 모은 데이터를 토대로 의미 있는 정책을 구상해 제언할 예정이다. 창립총회 기자간담회에서 김재현 임팩트얼라이언스 정책분과장(크레비스 대표)은 “회원사 대상의 설문조사에서 초기 기업 대상의 지원을 성장단계 기업에도 일정 수준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회원사가 이용할 수 있는 복지몰 구축도 주요 계획 중 하나다. 허 대표는 “최근 중소기업벤처부에서 내놓은 복지플랫폼의 경우 비영리재단은 사용하지 못하는 애로사항이 있다”며 “사각지대에 있는 조직도 이용할 수 있게 포용적인 형태로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자본 후광 이미지 벗고 "좋은 본보기 되고 싶어"  

루트임팩트는 설립자(현 최고상상책임자)인 정경선 씨가 고 정주영 회장의 손자인 ‘현대가 3세’라는 사실로 더 유명해졌다. '대자본의 후광을 입은 조직'이란 따가운 시선도 피할 수 없었다.

허 대표는 이에 대해 “임팩트 투자의 한 종류로서, 비슷한 사례 확산을 위한 본보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돈이라는 건 중립적인 속성을 가진 도구라 쓰이는 목적이 중요하다”며 “상업 목적으로 쓰이는 것과 사회 가치를 위해 쓰이는 건 그 의미가 다르다”고 진정성을 강조했다.

현재 루트임팩트는 헤이그라운드 운영뿐 아니라 ‘임팩트 베이스캠프,’ ‘임팩트커리어 W’ 등 다양한 가치 사업에 앞장서고 있다.  

'임팩트'의 정의를 물으니 허재형 대표는 "사회적, 환경적으로 긍정적인 변화라 표현할 수 있겠다"라며 "다만 목적 또는 바라는 결과 때문에 과정이 희생되면 안 된다"고 답했다. 

성수동 소셜벤처밸리 핵심은 '자생성'

성수동 소셜 생태계의 대표주자인 그가 정부의 소셜벤처 정책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최근 정부는 소셜벤처의 메카인 성수동을 소셜벤처밸리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스스로 형성된 생태계에 정부의 개입이 오히려 독이 되지 않을까'라는 우려에 허 대표는 “균형의 문제”라고 답했다.

“소셜 생태계가 일정 수준에 오를 때까지 하나의 성공 모델을 만들려는 것 같아요. 정부가 자원을 성수동으로 집중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균형을 위해 수도권 외 지역인 대전·전북·부산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도 소셜벤처 육성사업을 벌여 생태계 조성을 지원합니다. 무엇보다 성수동에서 확실한 성공사례가 만들어지면 그 모델이 다른 곳으로 확산되지 않을까요? 물론 성수동 생태계 형태를 그대로 다른 곳에 복제하려는 건 어렵죠. 민간 중심으로 이미 조성된 소셜벤처 인프라에 정부가 힘을 보태는 정도가 적당하다 봅니다.”

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 조감도. /사진=루트임팩트

루트임팩트는 최근 헤이그라운드 2호점(서울숲점)을 열었다. 80개사 550명이 입주한 1호점에 비해 회사 수는 줄이되, 인원은 늘렸다. 2호점은 50개사 680명이 입주 가능한 규모다. 외부인도 들어와 즐길 수 있다는 점도 1호점과 다르다. 9~10층에 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했다. GX룸과 팟캐스트룸을 만들고, 식물 인테리어 전문 브랜드 ‘위드플랜츠,’ 수제맥주집 ‘리퀴드 랩,’ 제로웨이스트 식료품점 ‘더피커’ 등 성수동 토박이 상점을 이전시켰다.

“성수동 안에서 확장하고 싶었는데, 마침 건물주와 이야기가 잘 됐어요. 빌린 건물 자체는 오래됐지만, 전면 리모델링해서 지역 주민도 이용할 수 있도록 꾸몄습니다. 역과도 가까우니 시간 되시면 꼭 놀러 오세요. (웃음)”

사진. 박재하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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