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한 마리를 만난 뒤

무당개구리: 양서류는 숨기를 좋아해 번식기에 수컷이 울 때를 제외하곤 눈에 잘 띄지 않고 많은 새나 꽃과 같은 화려함과 아름다움을 갖고 있지 않아 생태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우리나라에는 13종의 개구리가 있다.

청소년 때 집에서 새를 키우면서 생물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대학교 때는 흑두루미 연구하는 분을 만나 대구 흑두루미를 관찰하고 자료를 정리하면서 야생 조류에 빠지기도 했다. 비닐하우스와 도로 건설로 새들이 사는 환경이 파괴되고 있다는 것도 그때 알았다. 철새도래지로 알려진 충남 서산으로 교사 발령을 받은 뒤로는 주말마다 서산간척지 조류를 기록했다.

그런데 서산간척지에 골프장을 중심으로 기업형 도시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많은 단체들이 처음에는 반대한다고 하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말이 없어졌고, 결국 서산에서 도시 추진을 반대하는 사람은 나 혼자 남게 되었다. 2006년 4월부터 환경부와 태안, 서산, 홍성에서 협의회가 열렸다. 대부분 찬성하는 입장이고 반대하는 쪽은 나 혼자였지만 협의회에 계속 참석했다. 찬성하는 사람들은 심지어 나와 가족까지 위협했다. 불안장애를 겪을 정도로 어려운 시기를 겪으며 결국 새와 관련한 활동을 접게 되었다.

시간이 지난 뒤 몸 상태가 좋아지면서 산으로 새를 보러 갔던 날, 새는 보이지 않고 땅위를 뛰어가는 산개구리가 눈에 띄었다. 개구리가 내 인생으로 뛰어들던 순간이었다. 그 모습을 사진에 담아 누리방에 올리면서 양서류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양서류 자료나 사진이 많지 않아 개구리 13종을 모두 사진에 담아보기로 마음먹었다.

앞으로 10년 개구리가 사라진다면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가 낸 보고서에서 양서류는 기후변화에 아주 민감한 종으로 앞으로 10년 안에 세계 양서류 대부분이 멸종위기에 놓인다는 내용을 보았다. 우리나라 양서류에 대한 체계 있는 조사가 절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산중앙고등학교의 피카(Pica), 서산고등학교의 라나(Rana)라는 환경동아리 학생들과 함께 주변에서 관찰하기 쉬운 양서류를 대상으로 산란시기 자료를 모으고 분석해 전람회나 동아리발표대회에서 발표했다. 허리장화를 신고 논에서 수원청개구리를 조사하다가 진흙에 빠지고 넘어져 모내기한 벼를 망치기도 했고, 한국산개구리가 번식하는 경사가 심한 웅덩이 주변에서 알을 관찰할 때는 머리부터 웅덩이에 빠지기도 했다. 계곡에서는 개구리를 관찰하기 위해 돌을 들었더니 쇠살모사가 있어 질겁하기도 했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조사 하면서 산개구리가 알을 낳는 시점은 지구온난화로 해마다 조금씩 빨라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2007년이 가장 빨랐고 해마다 조금씩 늦춰졌다. 2010년은 추운 겨울이었지만 40밀리미터 가까운 비가 내리자 1월 21일부터 산란이 시작되어 조사기간 가운데 가장 빨랐다. 해마다 들쭉날쭉 경향성 없는 결과를 나타냈다. 기후변화는 추운 때와 더운 때가 큰 차이를 보이며 진행되고 기복이 점점 커지는 방식으로 나타났고, 기상이변 같은 현상이 잦아지는 것을 경험했다.

학생들과 이런 자료를 만들고 누리방 카페에 공개하면서 청주 ‘두꺼비 친구들’, 부산 ‘생명그물’ 같은 많은 시민단체들과 함께 활동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양서류 보호를 위해 한국양서파충류보존네트워크도 결성했다. 또한 기후변화에 따른 양서류 산란시기 변화에 대해 국립생물자원관 한상훈 박사님과 함께 조사하기도 했다. 2010년부터는 서울, 충청, 전라, 부산, 제주 지역의 산개구리, 맹꽁이 산란시기에 대한 자료를 모았고, 전국 산개구리 산란시작 지도와 산란과정에 대한 자료도 모아 분석하고 있다.

?생태계의 허리가 위태롭다

[one_half]

[/one_half] [one_half_last]
[/one_half_last]
<?2011년과 2012년 산개구리 산란시기 지도. 산개구리 산란 시기와 생태는 추운 때와 더운 때가 큰 차이를 보이며 그 차이가 점점 커지는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다. 김현태 님은 2010년부터 전국의 산개구리, 맹꽁이 산란시기와 산란과정을 수집 분석하고 있다.>

양서류는 숨기를 좋아해 번식기에 수컷이 울 때를 빼고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새나 꽃처럼 화려하거나 아름답지도 않아 생태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우리나라 양서류는 산란시기와 생태가 기후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 기후변화의 양상을 파악하는 데 아주 좋은 연구 소재이다. 많은 환경단체에서 양서류 조사를 시작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양서류는 많은 알을 낳지만 성장과정에서 많은 수가 다른 생물의 먹이가 되고 일부만 살아남는 전략으로 종을 유지한다. 주로 곤충을 먹고 뱀이나 새의 먹이원이 되는 생태계 허리를 차지한다. 개구리 수가 줄면 개구리를 먹이로 하는 뱀과 새, 포유류에게 큰 타격을 주기 때문에 생태계가 한꺼번에 무너질 수도 있다. 평지와 습지 개발로 농사를 짓지 않는 논이 늘면서 개구리들이 번식하고 살아갈 장소들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최근 10년 사이 참개구리, 청개구리 같이 논에 의존해 살아가는 개구리들도 잘 보이지 않는다. 논 면적이 급격히 줄고 농약 사용량이 늘면서 개구리 먹이가 되는 곤충 개체수가 줄어든 탓이다.

언론에 박지성 선수가 어린 시절에 개구리즙을 먹었다는 이야기가 퍼져나가 현재 산개구리가 없어 팔지 못할 정도로 운동선수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했다. 게다가 산개구리 양식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에 따라 정부가 허가를 내준 뒤로는 불법으로 산개구리를 잡기 위해 전국 계곡이 쑥대밭이 되고 산란기에 모여든 산개구리를 한꺼번에 마구 잡고 있다.

개구리를 지키는 사람들

한국과 일본의 환경단체들이 양서류 조사와 보호 방법 등을 교류하는 한일양서류시민심포지엄이 3월초 일본에서 열렸다. 한국양서파충류네트워크, 두꺼비 친구들, 녹색연합, 일본자연보협회가 함께했다. 일본은 현재 200곳에서 양서류 조사를 하고 있다. 마을 뒷산을 지키려는 시민이 있어 가능하다고 한다. 사진은 김현태 님이 일본 양서류를 조사하는 모습.
한국양서파충류보존네트워크에서는 산개구리 불법 포획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며 산개구리 양식의 문제점을 환경부와 지자체에 알리고 감시와 계몽활동을 하고 있다. 야산 주변 휴경논의 풀을 베어 물이 고이는 웅덩이들이 생길 수 있도록 휴경논을 관리하고 있다. 해마다 산개구리와 맹꽁이를 중심으로 기온과 강수량에 따른 산란시기 시작점과 산란과정을 전국에서 조사하여 기후변화 양상을 파악해 가고 있다.

이제는 쉽게 만나던 개구리를 보려면 도심에서 빠져나와 야산과 논이 있는 시골에 가야만?그나마 만날 수 있다. 시골에서도 어릴 때에 비해 100분의 1도 안 되는 적은 수가 보일 뿐이다. 개구리 수가 줄었다는 것은 다른 생물들도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것을 뜻한다. 개구리를보호하는 활동은 주변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그만큼 중요한 일이다.

겨울잠에서 깨어난 개구리들이 산란을 위해 도로를 지나 습지로 이동할 때 자동차에 깔려?많은 수가 죽고, 새로 건설한 통행로나 건물 때문에 산란지로 이동하지 못하는 일들도 쉽게?볼 수 있다. 이럴 때 개구리를 산란지로 이동시켜주거나 반대로 산란을 마친 뒤 야산으로 옮겨주는 활동은 개구리들에게 큰 도움을 준다. 가까운 곳에 산과 논이 어우러진 곳이 있다면 산과 논의 경계 주변 웅덩이에 물이 고일 수 있도록 웅덩이를 파주거나, 물이 흘러가는 곳을 막아 물이 고일 수 있도록 해준다면 개구리와 도롱뇽들에게 좋은 번식지가 될 것이다. 양서류의 번성은 파충류, 조류 및 포유류들이 번성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우리나라 개구리들 가운데 물두꺼비는 산에서 여름을 보내고 겨울잠을 자기 위해 9, 10월 계곡 주변으로 모이는데 이때 암컷 등 위에 수컷이 붙어 번식을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암수가 꼭 붙은 상태로 계곡 물 속의 돌 밑에서 다음해 4월까지 겨울잠을 자며, 4월 중순 뒤부터 물살에 흘러가지 않도록 돌 밑에 긴 알을 감아서 낳은 뒤 암수는 헤어져 다시 산으로 올라간다.

물두꺼비는 암수가 함께 7~8개월을 지내는, 세계에서 가장 금슬이 좋은 개구리일 것이다.또한 배가 빨개 독이 있다고 알려진 무당개구리는 제주도에서는 바짝 말린 뒤 갈아 소화제?대용으로 먹기도 해서 약개구리라고도 한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 사는 개구리들 하나하나가?귀중하고 신비로운 생명체들이다.


이 개구리를 아시나요?


우리나라에는 무미목(Order Anura) 무당개구리과(Family Bombinatoridae)1종, 청개구리과(Family Hylidae) 2종, 개구리과(Family Ranidae) 7종, 모두 개구리 10종이 서식한다. 무당개구리(Bombina orientalis) 는 배가 빨갛고 등이 초록색이거나 갈색으로,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에 분포하며 우리나라 양서류 가운데 가장 많다. 청개구리과에는 일본에 서식하는 청개구리와 같은 청개구리(Hyla japonica)와 경기만 주변 경기도와 충북 지역에 서식하는 수원청개구리(Hyla suweonensis) 2종이 남한에 서식한다. 수원청개구리는 청개구리에 비해 더 높은 소리로 느리게 우는 수컷의 울음소리로만 구별할 수 있을 뿐 겉모양으로는 구별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최근 겉모양을 살펴본 결과 수원청개구리는 청개구리와 달리 몸통에 비해 작고 뾰족한 머리를 가지고 있어 겉모양으로도 두 종을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 1980년 구라모토가 새로운 종으로 등록하였다.

개구리과에는 참개구리속 참개구리(Pelophylax nigromaculatus), 금개구리(Pelophylax chosenicus) 2종이 있으며, 옴개구리속 옴개구리(Glandirana emeljanovi)1종, 산개구리속 한국산개구리(Rana coreana), 산개구리(Ranadybowskii), 계곡산개구리(Rana huanrensis) 3종이 있고, 황소개구리속에는 황소개구리(Lithobates catesbeianus) 1종이 있다. 금개구리는 참개구리와 달리 등에 돌기가 없거나 점 모양의 돌기를 가지고 있고 배가 노란색을 띠어 구별이 가능하다. 뒷다리도 짧고 물 속에서 사는 것을 더 좋아한다. 옴개구리는 최근까지 일본에 서식하는 종과 같은 종으로 보았으나 유전자 연구 결과 다른 종으로 보고 있다.

한국산개구리는 한국에만 사는 것으로 알았으나 2011년 중국 산둥반도의 Rana kunyuensis가 같은 종으로 밝혀졌다. 산개구리는 일본에 서식하는 Rana ornativentris로 오랫동안 구별하다가 러시아와 중국 지역에 사는 산개구리(Rana dybowskii)인 것으로 확인 되었다. 또한 산개구리와는 달리 흐르는 계곡의 돌에 알을 붙여 낳는 계곡산 개구리도 중국에서 한반도 지역까지 넓게 분포하고 있다는 것을 최근 알게 되었다. Rana속의 개구리에 대해서는 일본, 중국, 한국의 개체들에 대한 연관성 연구가 필요하다. 황소개구리(Lithobates catesbeianus)는 1970년대 일본에서 들여와 전국에 방생한 종으로, 제주도에서 중부지방까지 큰 천과 저수지에서 가장 관찰하기 쉬운 종이 되었다.

글/사진 김현태

[alert style="white"] 김현태 님은 충남 서산시 서산고등학교 생물교사이다. 한국양서파충류보존네트워크 모니터링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남한에 서식하는 개구리목 전체 종(13종)의 울음소리를 채록한 《한국의 개구리 소리》, 《어린이 새 도감》을 펴냈다. 네이버 카페?한국양서파충류 누리방을 운영한다. [/alert]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