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전문가의 눈] 사회적경제, 남북 도시협력의 길을 묻다
[SE-전문가의 눈] 사회적경제, 남북 도시협력의 길을 묻다
  • 이로운넷=조성찬 하나누리 동북아연구원장
  • 승인 2019.12.03 02: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해 9월 17일 평양 정상회담에 한국의 4대 기업 총수도 함께 했다. 남북경협에서 대자본이 해야 할 역할이 분명하겠지만, 대자본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남북경협 구조를 왜곡시킬 수 있다. 대자본 외에도, 북한 도시 주민의 자립과 자치를 지원하면서, 남한의 경험과 역량이 결합될 수 있도록 생활 밀착형 사회적경제 분야 기업이 남북 도시협력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올해 초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과, 최근 북미 실무회담 결렬은 유엔과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가 상당히 오랜 시간 지속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따라서 평화체제 성립 및 대북 제재 해제 이전에 어떻게 사회적경제 패러다임을 먼저 인도지원 사업에 적용할 수 있는지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역량 축적은 평화체제 성립 이후 남북 도시간 경제협력의 밑거름이 된다.

조성찬 원장이 지난 9월 6일 한겨레신문사 청암홀에서 열린 '서울-평양 사회적경제 심포지엄'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이로운넷

사회적경제의 이론적 토대를 제시한 칼 폴라니(Karl Polanyi, 1886 ~1964)는 그의 책 『거대한 전환』에서 토지, 노동, 화폐는 상품화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필자는 특히 사회적경제 패러다임에 있어서 토지와 화폐 변수에 주목한다. 우선 토지의 경우, 건강한 공공토지임대제 확대가 필요하다(조성찬, 2019). 화폐의 경우, 민간은행 중심의 신용화폐 시스템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 토지와 화폐 및 노동을 균형 있게 결합하여 사회적경제 기업을 조직하고, 자본주의 논리가 아닌 호혜적인 운영 원리에 기초하면서도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사회적경제는 유럽에서 자본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돌파구로 제시 및 실험되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사회적경제는 자본주의뿐만 아니라 구소련, 중국 및 북한 사회주의 개혁 경험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감당했다. 이를 학문적으로 ‘혼합경제’ 시기로 구분한다. 사회적경제 패러다임은 먼저 구소련에서 활발하게 전개되었으며, 이러한 경험과 전략이 사회주의권 국가에 전수되었다(김창진, 2008). 중국의 경우, 1960년대 인민공사로 전환하기 이전에 각종 유형의 협동조합을 경험했으며, 오늘날에는 농업 발전을 위해 새롭게 협동조합 실험을 전개하여 마을자립 및 일자리 창출 등을 도모하고 있다. 북한은 사회주의 계획경제로 이전하기 전인 1960년대 초까지 다양한 협동조합을 추진했다. 가령 1948년에 소비조합원이 520만 명으로, 북한 인구의 절반이 참여할 정도로 그 영향력이 컸으며, 지금도 여전히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 주체들이 일정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이종석, 2011; 이찬우, 2018). 최근 쿠바의 라울 카스트로 정부는 2011년에 협동조합법을 제정하고, 농업 이외의 제조업 분야에서도 협동조합을 장려하고 있다(김창진, 2017). 쿠바 사례는 북한 헌법이 규정하고 있듯이 사회협동단체가 ‘과도기적’인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중요한 발전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면 조금 더 구체적인 전략을 생각해보자. 지금까지 대북 경협은 물론 인도지원 사업도 ‘퍼주기’라는 오명을 받아왔기에 상당히 조심스럽다. 북한 역시 무상 원조를 받는 것을 더 이상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북한의 장마당을 중심으로 한 시장경제 시스템이 발전하면서, 상호간 윈-윈(win-win) 할 수 있는 구조로 지원하는 것이 지속가능하며 북한의 경제발전을 이끌어 내는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음이 분명해지고 있다. 강주원(2016)은 지금도 단둥을 통해서 남북중 경제협력이 가능함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따라서 대북 경제제재가 지속하는 국면에서 대북 인도지원 단체들이 단순히 물자를 지원하는 방식을 넘어, 사회적경제를 적용하여 한 단계 발전된 지원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하나누리(사)가 라선특별시에서 사회적금융 방식을 통해 진행하고 있는 농촌마을 자립사업은 중요한 사례다. 현재 인도지원 사업은 대북 제재에서 예외다. 남북이 교착상태인 현재에도 큰 규모의 인도지원 사업은 통일부 허가를 통해, 그보다 작은 규모는 중국과 러시아 접경도시를 통해 추진이 가능하다. 이 때 북중 접경지역 도시(연변-라선, 훈춘-블라디보스토크-라선, 단둥-신의주 등) 및 북중러 접경지역을 통한 도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한 인도지원 사업 추진을 위한 국제 도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러한 전략은 평화체제 이후 남북 도시간 경제협력에도 중요한 밑거름과 동력으로 작동한다.

인도지원을 넘어 도시간 경제협력을 생각해 보자. 공급자 측(남한 사회적경제 주체) 필요와 수요자 측(북한 시정부 및 시민들의 필요) 필요가 맞물려 수익 창출이 가능하여 지속적인 사업 운영이 가능한 분야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진출 가능 분야는 생태농업, 도시 서비스업, 경제개발구 제조업, 운송업, 부동산 개발, 관광, 사회적금융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때 남과 북의 지방정부는 가칭, ‘서울-평양 사회적경제 도시협력 조례’를 제정하여 사회적기업에 대한 신변 및 재산권 보호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경제는 대북 제재 시기에 인도지원과 결합함으로써 기존 인도지원 사업에 새로운 전략적 돌파구를 제시할 수 있다. 또한 향후 평화체제 시기에 북한의 이데올로기를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남북 도시간 교류와 협력을 할 수 있는 가교가 될 수 있다. 남한의 서울시뿐만 아니라 여러 도시들은 사회적경제, 공유도시 등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이제는 한걸음 더 나아가, ‘사회적경제’를 통해 남과 북 도시간 인도지원 사업 및 경제협력 사업을 전개해 나갈 준비를 해야 한다.

조성찬 하나누리 동북아연구원장
조성찬 하나누리 동북아연구원장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