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 기반을 둔 기업의?‘위대한 탄생’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한 작은 농촌 마을이 있다. 그러나 특별한 자원도 특성화된 작물도 없어 마을의 노령화, 황폐화가 날로 심각해져 갔다. 황폐화되어 가는 마을을 살리기 위해 마을 노인들은 자신들이 직접 운영 가능한 일이며 지역의 오랜 역사성을 십분 살릴 수 있는 특색 있는 사업이 무엇일까 고민하게 되었고, 그 결과 전통 음식인 ‘오야키’를 만들어 파는 것이 좋겠다는 데 의견을 모은다. 이후 아이디어가 현실이 되면서 마을에 ‘오야키’ 생산 공장이 마련되고 주변에 거주하는 60~80대 할머니들이 걸어서 출근하며, 이웃끼리 어울려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기업이 만들어지게 된다.

일본의 대표적인 지역 기반의 소기업인 ‘쇼가와 마을’ 이야기다.?‘쇼가와 마을’과 같이 지역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는 국경이 따로 없다. 고령화, 저출산, 사라지는 전통문화, 환경문제뿐만 아니라 지역적 특성에 의한 도농·계층 간 격차는 지역사회를 경제적으로도 매우 취약한 상태로 만들고 있다. 그러나 정부나 지자체, 지역 단체들이 이러한 지역 문제를 모두 풀어 가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해 최근 지역 주민들이 지역의 자원을 활용해 과제들을 해결해 가는 사업 모델들이 늘고 있다. 커뮤니티 비즈니스, 마을 기업, 농어촌 공동체 회사, 지역 소기업, 지역공동체 자립형 사업, 지역밀착형 사회적기업, 풀뿌리형 사회적기업…. 사업 모델을 일컫는 명칭도 제각각이다.

그러나 광의의 개념에서는 모두가 지역 문제 해결에 지역 주민이 주체가 되고, 그 혜택 또한 지역 주민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며, 이를 기업의 방식으로 풀어 간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지역 내에 잠자고 있던 기술, 노동력, 원자재 등의 자원을 활용하여 주민이 주도하는 사업을 전개함으로써 안정된 소득 및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 시킨다는 점, 사라져 가는 마을 공동체를 복원함으로써 지역 복지의 빈틈을 메운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지역의 지속가능함을 고민하는 이러한 기업들은 유통, 문화, 교육, 환경 등 다양한 분야로 퍼져 있으며, 그 방식도 다양하다. 이번 호 <이슈 플러스>에서는 일자리 창출, 공동체 형성, 지역 복지의 근간이 되어 지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성장해 나가는 지역 기반의 기업 4곳을 소개한다.?

좋은 먹을거리 전파하며 농촌의 공공성 살리는?강화 콩세알나눔센터

농촌의 고령화 문제는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인천 강화군도 마찬가지 문제로 오랜 기간 몸살을 앓고 있었다. 강화군의 경우 전체 인구의 34%가 65세 이상인 초고령 지역이다. 지역에서는 고령 농업인들에 대한 지원과 지역 내 취약 계층의 복지 문제 해결을 위한 사업이 절실한 상황이다. 콩세알나눔센터는 이러한 지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연 환경과 마을 공동체가 잘 보존된 곳이라는 지역적 특징에 걸맞으면서, 신선 식품이라 매일 일거리가 생기는 두부를 주요 생산 품목으로 설정함으로서 ‘좋은 먹을거리를 전파하는 지역 유통 업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냈다.

콩세알나눔센터 직원의 약 60%는 고령자나 저소득 계층으로 지역에 적합한 농촌형 사회적일자리를 창출했으며, 사회적기업답게 지역 독거노인, 결식아동에게 도시락을 제공하는 무상급식 사업과 학교급식 사업도 벌이고 있다.

또한 100% 국산콩 중 30%는 강화 지역 콩을 수매하는데 콩 생산량이 적은 강화도 지역에서 논두렁을 이용해 콩 생산량을 늘리도록 하며, 현재 교동도섬에서 나는 콩은 콩세알에서 대부분을 수매하고 있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평가다. 콩뿐 아니라 다른 농작물도 재배해 얻어진 채소들로 강화 지역에서 나는 친환경 농산물을 주원료로 두부, 된장으로 맛을 낸 유기농 식당도 운영하고 있다.

‘콩세알나눔센터’는 지역 콩 수매에서 두부와 콩나물 직거래, 그리고 지역 밥집 운영을 통해 지역에 로컬푸드 네트워크라는 가치 사슬을 창출하고, 지역 내 기업, 소비자, 공동체와 형성한 다양한 연계 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 관광자원을 적극 활용한?(사)제주올레

지역이 가진 자원을 적극 활용하여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도 있다.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으로 등재될 정도로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제주에 생겨난 관광 코스인 제주올레가 바로 그것이다. 제주올레가 탄생하기 전 제주도의 관광 패턴은 획일적이고 소비적이라 다른 관광지와 차별성이 없었다. 더욱이 저가의 동남아 여행 상품이 늘면서 제주도는 관광 상품으로서의 경쟁력을 잃어 가고 있었다. 그러나 2007년 9월 (사)제주올레의 서명숙 이사장이 제1코스를 연 이후 도보자를 위한 길, 제주올레는 제주도의 대표적인 브랜드가 되었고, 전국에 도보여행 붐을 일으키며 여행의 패러다임을 바꿔 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야말로 제주올레는 아름다운 자연이라는 제주도의 대표 지역 자원을 활용한 대표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된 것이다. 제주올레는 올레 코스를 따라 게스트 하우스, 민박집, 음식점 등이 호황을 누리면서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올레길 길동무, 올레길 옮김이 등의 새로운 직종이 생기는 등 지역의 일자리 창출에도 한몫 하고 있다. 한 예로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제주올레 기념품인 ‘간세인형(버려지는 옷과 자투리 천을 이용해 만든 조랑말 인형)’을 제작하여 판매하는 간세인형 공방사업은 제주올레 효과로 탄생한 대표적인 일자리 사업이다. 간세인형 공방사업은 제주 지역 여성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주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진 사업으로, 판매 수익의 3분의 1이 이 인형을 만드는 제주 지역 여성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도시 공동체를 살리는?마포 성미산 마을

현대사회에서 도시가 안고 있는 문제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개인주의로 인한 인간 소외 현상, 넘쳐 나는 쓰레기, 먹을거리에 대한 불신,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인한 육아 문제 등이 그것. 서울에 위치한 마포 성미산 마을도 도시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겪은 바 있다. 지역 주민들은 마을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비즈니스 방식으로 다양하게 풀어 나가고자 주민들의 뜻을 모아 사업 운영에 나섰다. 안전하게 아이를 키우기 위한 협동조합형 공동육아 어린이집, 유기농산물을 공급하는 소비자 생활협동조합인 ‘두레생협’, 맞벌이 부부 등을 위한 안전한 먹을거리를 마련하기 위해 시작된 반찬가게 ‘동네 부엌’과 유기농 식당 ‘성미산 밥상’, 마을 사랑방 카페 ‘작은 나무’,바느질을 좋아하는 엄마들이 모여서 차린 공방 ‘한 땀 두레’, 재활용품을 판매하는 ‘되살림 가게’, 더 많은 사람들과 문화를 향유하기 위해 만들어진 ‘성미산 마을 극장’ 등 삶의 영역에서 시작된 것들이 하나둘씩 경제적인 영역으로까지 협동 범위를 넓히면서,성미산 마을에는 어느새 삶과 경제영역이 만나는 다양한 공간들이 생겨났다.

공동의 힘으로 지역 변화를 이끌어 낸?LH 마을형사회적기업

‘지역 재생’이라는 공통의 화두로 다양한 주체가 참여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사례도 있다. 기존의 마을 복원 사업은 벽화 그리기나 마을 회관 건설, 시설 보수 등 주민 생활과는 무관하게 단기적으로 진행된다는 한계를 지닌다.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고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와 함께일하는재단은 지역에 기반을 둔 풀뿌리 단체들과 함께 국내 최초로 임대 단지라는 지역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지역에 밀착된 사회적기업을 육성하는 LH 마을형사회적기업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에 생활협동조합과 주민 공제회, 지역 화폐 활동이 지역의 시민사회 주도로 육성된 바 있었지만 LH 마을형사회적기업은 마을에서 주민이 주인이 되어 이웃을 돌보고 배려하는 지역 돌봄 공동체를 지향함으로서 보편적 다수의 주민을 위해 복무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도전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LH는 전국 지역본부의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LH 마을형사회적기업과 지역본부 사업을 연계시켰다. 현재 청주의 LH 마을형사회적기업인 ‘함께사는우리’는 LH 충북지역본부와 함께 청주시 성화동 일대 4개 임대 단지에 도시농업사업단 ‘거북이’의 플랜트 박스(상자 텃밭) 100개를 설치하고 상추 등 먹을거리 채소와 관상용 화초를 심었다. 사회 공헌이 단순히 기금 전달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행복한 마을 만들기’라는 하나의 목적과 가치를 향해 파트너십을 형성하며 다양한 자원을 연계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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