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총연합회를 꿈꿀 수 있을까?

농협과 같은 개별법 협동조합과 기본법 협동조합의 행복한 협동은 이뤄질 수 있을까? 만약 이뤄진다면 협동조합 진영 모두에게 얼마나 좋을까? 궁극적으로 협동조합총연합회를 만들 수 있을까? 개별법 협동조합과 기본법 협동조합 사이에 협동을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농협에서 시작해 협동조합 전반으로 공부의 범위를 넓혀 온 개인적인 경험 때문이라도 위의 질문을 던지고 계속 해답을 찾고 있다. 지금까지의 잠정적 해답을 함께 나누려 한다.

협동조합 사이의 협동과 저해 요인 

지난 8월 발족한 '좋은농협위원회'는 농협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역할 강화를 위해 머리를 맞댄다.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 소장도 위원으로 참여한다./사진제공=농어업, 농어촌 특별위원회

국제협동조합연맹은 조합 사이의 협동을  “협동조합이 지역 차원에서 크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소규모 조합의 소유와 참여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다른 조합과 제휴해 대규모 조직의 이점을 획득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동종 협동조합의 사업연합이 일반적이며, 이종협동조합이 ‘협동조합 공통의 이익을 위한 비사업연합 협동활동’을 하는 것은 협동조합인의 높은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종의 비사업연합 활동이 그만큼 어렵다는 말이다. 

협동조합 이론을 보면 설립한 지 오래된 협동조합일수록 설립 운동 기간에 있었던 운동성은 줄어들고, 자체 협동조합의 유지에 집중하면서 보수화된다는 표현도 사용하며, 심지어 조합원의 연령이 높아지고 수십년 전에 가졌던 필요가 변화되면서 협동조합과 조합원이 분리되는 경향도 나타난다고 한다. 개별법 협동조합의 법률제정 연도를 보면 농수협은 1957년, 신협은 1972년, 새마을금고는 1980년이라는 점에서 볼 때 이미 60여년이 넘고 있다. 현재 농협이나 신협, 새마을금고의 현황을 설명할 때 상당히 설득력있는 이론들이다. 

이런 두 가지 협동의 저해요인을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들이 함께 협동할 때 더 나은 세상이 열린다는 점을 깊이 인식한다면 방법을 찾을 수 있고, 깊은 연대가 가능하지 않을까?

서로에게 확실한 도움이 되는 협동

개별법 협동조합, 특히 농협이 60년 이상 성공적으로 구축되고 운영되어 온 물적 자산과 사업시스템은 존중받아야 한다. 식민지에서 해방된 나라 중에서는 거의 유일한 세계적 성공사례라고 할 수 있다. 연간 취급규모는 경제사업이 60조원 내외, 신용사업이 300조원 내외다. 

신용 협동조합운동은 이미 1970년대 세계적인 모범사례였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새마을금고로 분화한 것까지 함께 치자면 전국민의 2명 중 1명은 신협의 조합원이다. 인적 자원을 풍부히 가지고 있다.

기본법 협동조합은 모든 업종과 유형의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다. 그동안 개별법 협동조합에서 할 수 없었던 3차산업, 서비스 업종이나 주택협동조합, 의료보건 사회서비스 영역에서 얼마든지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각자가 가진 단점이 있다. 농협 설립 후 60여년이 지난 지금 농가인구는 250만 이하로, 농업의 GDP의 점유율도 2%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신협은 예수금이 남아도 지역 연계 기업 대출이 쉽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본법 협동조합은 이미 성숙된 자본주의 체제의 강력한 시장 경쟁과 공공시장의 이해부족으로 인해 사업적인 성공모델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로의 장점을 결합해 단점을 보완한다면 농협 등 개별법 협동조합의 새로운 혁신성장의 계기가 될 수 있고, 기본법협동조합에게 새로운 성장기회가 될 수도 있다. 

프랑스의 경험은 우리에게 좋은 교훈을 준다. 전통적 사회적경제와 연대경제의 이론 구조로 수십년간 논쟁을 벌이다. 사실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서로 확인하고 사회연대경제로 결합하여, 지금은 사회연대경제기본법을 만들고 각 지역별로 사회연대경제상공회의소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지금 개별법 협동조합과 기본법 협동조합 간에 차이들은 서로 만나고 대화하고, 같은 일을 만들어 본 경험이 없어서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가장 단기적으로 함께 할 수 있는 효과적인 것은 ‘공정거래법 개정을 위한 연대활동’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에서 중소기업협동조합을 위해 ‘공정거래법 예외’ 제도가 도입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공정거래법은 중기협 뿐만 아니라 농협과 수협, 기본법협동조합 모두에게 걸려 있는 문제이다. 앞으로 2~3년 지속적인 연대활동을 벌인다면 협동조합 전체 진영의 힘을 과시할 수 있을뿐더러 상호협력에 대한 효능감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한 연대모임을 제안한다. 

농협, 협동조합의 명실상부한 맏형 역할하길 

사실 기본법 협동조합의 상당수는 개별법 협동조합과 협력적 관계를 맺기를 기대하고 있다. 개별법 협동조합이 어떤 태도와 자세를 보이는가가 협동조합간 협동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그 중에서도 농협의 역할이 크다. 농협은 개별법 협동조합 중 가장 큰 자산과 사업량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조직과 사업을 수행한 경험을 통해 기본법 협동조합에 실무적 지원을 할 수도 있다.

또한 226개 지자체 가운데 125개소의 농촌지자체에서 농업생산?가공?유통에 종사하는 사회적경제 조직이 50%에 이르고 있어 사업협력의 가능성이 높다. 특히 농촌의 복지?사회서비스 공급부족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사회적경제가 역할을 하기 위해서 농협의 조직력과 지원이 절실하다.

농협은 협동조합간 협동을 통해 스스로의 위상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필요하다면 공동의 실리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했다. 농협이 먼저 움직이고 손을 내밀면 ‘협동조합 사이의 협동”의 가능성과 잠재력은 한층 더 높아질 것이다.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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