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미디어 <이로운넷>이 개최한 ‘2030 세이가담-로컬, 가치를 담은 미래’ 컨퍼런스에서는 사회적경제가 앞으로 고민해야 할 가치로 ‘지역’을 조명했다. 서울을 비롯해 부산, 울릉도, 강원도 등 전국 각지에서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콘텐츠로 활동하는 이들을 통해 지역의 가능성을 다시 확인했다. 본지는 이번 컨퍼런스를 시작으로 지역에 기반해 새로운 가치를 발굴하고 만들어가는 로컬크리에이터들을 연속으로 조명해 본다.

“수도권에서도 자리 잡을 수 있는 직원들이 원주에서 계속 일을 하는 데는 이유가 있어요.
좋은 직장이면 청년들도 지역에 남을 수 있습니다.”

두루바른사회적협동조합 정주형 이사장은 1급 언어재활사로, 춘천에서 나고 자랐다.

‘두루바른사회적협동조합(이하 두루바른)’ 정주형 이사장은 강원도 토박이다. 춘천에서 나고 자라 한림대학교에서 언어병리학 학사와 석사과정을 모두 밟았다. 연세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서 언어치료사로 3년 정도 재직한 후, 서울에서 일할 기회가 있었지만 가지 않고 고향에 남았다.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게 된 건 2012년 정태인 (사)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장의 경제학 강의를 듣고 나서다. 정 이사장은 “사회적 목적을 위해 기업을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실행에 옮겼다”고 설명했다.

2014년 정 이사장이 동료 재활치료 전문가들과 설립한 두루바른은 원주와 춘천을 중심으로 활동한다. ‘두루바른’은 양질의 사회서비스를 보편적으로, 두루 바르게 제공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재활치료 전문가의 고용안정을 추구하며 사례회의·교육훈련·연구개발 등으로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또한, 양구·화천·홍천 등 다른 지역으로의 파견사업으로 지역 간 공급 불평등을 막는다. 올해는 '강원도 사회적경제 선도기업'으로 선정됐다.

'두루바른' 기업 되려 사회적협동조합 설립

두루바른사회적협동조합은 2014년 언어재활사와 미술심리치료사 12명으로 처음 시작했다.

“병원과 복지관이 언어치료사를 정규 채용하는 일이 드물어요. 기존의 사회서비스 바우처제도 하에서는 프리랜서 위주로 고용합니다. 고용이 불안정하니 질 좋은 서비스를 구현하기 어렵죠. 많은 재활치료 전문가들이 수도권에서도 계약직으로 일하지만, 여기서는 직원들이 꾸준히 월급을 받고, 수도권보다 생활비가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원래 직원협동조합으로 설립하려 했지만,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에서 상담받은 후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방향을 틀었다. 정 이사장은 “주식회사나 영리형 협동조합으로 시작했으면 두루 바르게 하려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 비전문가들이 모여 사업을 시작하니 회사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맨땅에 헤딩’을 하는 일도 많았다. 본보기로 삼을 선례도 드물었지만,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와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등으로부터 컨설팅을 받고 사무 인력을 고용해 사업을 키워나갔다. 현재 두루바른 직원은 총 21명. 언어재활사·미술치료사·감각통합치료사·놀이치료사와 행정직원으로 구성된다. 지금도 일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지만, '재활치료사 사회적협동조합'의 길을 닦는다는 마음으로 조율해간다.

교재 연구개발·돌봄 공간 작업도

두루바른은 인근 대학교와의 산학협력으로  고용노동부에서 사업개발비 지원을 받아 개별 맞춤형 난독증 해결 프로그램 개발

두루바른은 산학협력 활동도 활발히 한다. 춘천에 임상센터를 열기까지는 규모화에 초점을 뒀다면, 이제는 내실화를 위해 연구개발에 집중한다. ‘2017 사회적기업 사업개발비 지원사업’으로 한림대학교 언어병리학전공 난독연구팀와 협업해 <한글파닉스와 이야기가 만나다> 시리즈를 만들었다. 난독 위험군 아이들이 쉽게 읽기와 쓰기를 배울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교재다. 지난해는 고용노동부의 '2018 사회적경제기업 크라우드펀딩' 사업으로 오마이컴퍼니 펀딩을 진행해 목표 펀딩 금액의 239%인 717만 원을 달성했다.

미술심리치료 서비스 모습. 원주와 춘천에서 언어심리임상센터를 운영한다.

현재 원주센터가 있는 건물 층에 돌봄 공유공간을 구성 중이다. 40평 규모의 장소를 장애인 가족·영유아 가족이 머무르는 공간으로 나눌 예정이다. 보호자들이 삼삼오오 모여있으면 한 명은 다른 볼일을 볼 수 있으리란 생각에서 출발했다. 낮에는 돌봄 공간으로, 저녁에는 직장인들의 모임 장소로 운영한다는 계획도 있다. 이름은 ‘두루바른옆집’으로 짓는다.

"과거였다면 사회서비스는 마을에서 이뤄지는 일이잖아요. 부모가 집을 비울 일이 생기면 옆집에 아이를 맡기고 다녀오곤 했죠. 가족들이 ‘옆집’처럼 느끼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사진제공. 두루바른사회적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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