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독학자들: 스스로 배움을 찾아 나선 사람들의 이야기' 표지 이미지./사진제공=푸른역사

“삶과 앎과 노동의 행복한 공생을 꿈꾸는 젊은 인문학 연구자들의 각성과 결의로 출발했다.”

2013년 출범한 ‘인문학협동조합’은 창립선언문에 이렇게 썼다. 2010년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쓰고 고려대를 자퇴한 김예슬. 2013년 민영화 반대 투쟁을 하던 철도 노동자의 소식을 담은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를 같은 학교 후문에 붙인 주현우. 배움과 공부의 의미를 물은 두 사람의 행적이 조합의 설립을 이끌었다.

‘진격의 독학자들’은 인문학협동조합에서 기획해 내놓은 신간이다. 공부와 삶의 불일치를 협동적 활동으로써 극복하고 시민들과 인문학의 공유를 통해 서로의 삶의 보탬이 되는 활동을 목표로 한다. 이번 책에는 우리의 앎과 삶을 지탱하는 시스템에 대한 고민의 결과를 담았다.

제목에도 있는 ‘독학자’는 스승이 없는 사람 또는 학교에 다니지 않고 혼자 공부하는 사람을 뜻한다. 기성 제도에서 탈주해 수많은 배움의 단서를 통해 스스로 익힌 자를 의미한다. 책머리에는 “현 사회 교육 시스템이 ‘똑똑한 바보’를 양산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물음과 함께 ‘배움’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묻게 만든다”며 독학자를 소재로 기획한 이유가 나와 있다.

책은 인문학협동조합에 몸담은 필자들이 중심이 돼 기존의 제도 밖에서 독창적 배움의 길을 걸어간 20명의 이야기를 조명했다. 개화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100년에 걸쳐 과학, 역사, 노동, 스포츠,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독학자’들이 소개됐다.

예를 들어 조선시대 최고의 만담가이자 연극배우, 시인, 극작가 등으로 활동한 신불출은 ‘말(言)’을 통해 독학의 경지를 보여준 인물이다. 그는 일제강점기 자본 난, 극장 부족, 작품 검열 등에 처한 공연계에서 ‘만담(漫談)’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해 나간다.

1970년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분신한 전태일의 이름도 있다. 그는 사회가 은폐하던 현실을 노동자의 언어로 표현하고, 구체적 실천을 통해 부당함을 알린다. “앎과 삶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현실의 장벽을 온몸으로 밀고 나가고자 한 것”이다.

2019년 현재를 살아가는 트랜스젠더 소설가 김비도 독학자로 불린다. 글쓰기를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 없는 그는 성소수자 온라인 동호회,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글을 쓰며 세상과 소통한다. 2007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되며 등단한 김비는 ‘빠스정류장’ ‘붉은 등, 닫힌 문, 출구 없음’ 등 장편을 내놓는다.  

이외에도 한국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 박남옥, 장르를 넘나드는 작자 장정일,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 김진숙, 실천적 정치인이라 불린 故노무현 대통령, 1세대 북리뷰어 홍윤 등 근현대 시기에 걸쳐 다양한 독학자들의 숨은 이야기가 흥미롭게 서술됐다.

진격의 독학자들=인문학협동조합 지음, 푸른역사 펴냄, 260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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