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5월, 한 대기업그룹이 ‘사회적 가치’를 주제로 대규모 워크숍을 개최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폭발적인 청중 참여 속에서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다양한 논의가 하루 종일 이어졌다. 그런 가운데 오후 시간 15개 세션 중 하나인 프로보노 주제의 세션에는 입석까지 메울 만큼 기업과 NPO,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큰 관심을 보였다.

?이런 프로보노에 대한 논의는 국내에서는 오랜 만의 일이다. 2009년 SK그룹이 본격적으로 프로보노 참여를 선언한 이후 3~4년간 타기업과 비영리기관들이 프로보노에 관심을 많이 보였지만, 이후 기대했던 만큼의 참여나 시장의 확대는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던 중 5년 만에 다시금 세간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그 행사에서의 논의는 분명 반가운 일이었다.

빠르게 발전하는 미국과 일본의 프로보노 활동

그사이 미국은 물론이고 이웃 일본의 프로보노 활동은 한국과 달리 참여 규모의 확대와 프로그램의 다양화를 통해 지속적으로 발전해 오면서 한국과는 대조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프로보노 중간지원조직인 ‘탭룻재단’은 단기간에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프로보노 plus’나 반나절 만에 함께 모여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ScopeAthon’과 같은 프로그램 등으로 비영리기관의 욕구에 대응하며 그들의 경영 능력 제고라는 목표를 이루고 있으며, 많은 기업들로부터 인력과 자금의 지원을 받으며 순항 중이다. 2015년부터는 오프라인 글로벌 이벤트인 ‘프로보노 WEEK’를 매년 개최하며 전 세계 프로보노 노하우와 성과를 공유하는 중심 역할을 해오고 있다.

?옆 나라 일본도 서비스그랜트 실적을 보면 2007년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프로보노워커는 매년 평균 25%씩, 완료 프로젝트는 매년 평균 35%씩 증가해오고 있으며, 관심과 지원의 증가세 속에서 전국적으로 지부를 하나씩 늘려가고 있다. 또한 마마보노와 같은 신규 프로그램을 통해 출산으로 경력이 단절된 후 다시 직장으로 복귀하는 여성을 프로보노워커 자원으로 영입해 큰 호응을 얻는다.

같이 출발했지만, 한국 프로보노 활동이 정체된 이유?

2000년대 초-중-후반 미국, 일본, 한국이 차례대로 신개념 프로보노를 도입하고 10 여년이 흐르는 동안 미국과 일본의 약진에 비해 한국이 정체된 원인은 무엇일까? 다소 주관적이지만 진단과 처방을 내려 본다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프로보노 전문 중간지원조직 기반이 약하다는 점이다.

사회적기업을 위한 프로보노 서비스를 10년간 해왔던 한 비영리조직이 2017년 프로보노 사업을 정리했다. 동시에 그동안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도 대부분 증발되었다. 그 이유는 재정 부족과 지속성이 보장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프로보노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서는 코디네이터, 매니저와 같은 전문 인력이 필요하지만 이들의 인건비 책정에 대한 후원자의 이해를 얻기 어렵다는 현실이 있었다. 결국 소수 전문 인력에게 과중되는 업무량과 고용불안이 사업을 어렵게 만들었다.

?명망 있는 자원봉사 전문단체도 상설조직을 포기하고 프로보노팀을 해체했으며, 미국의 탭룻재단에서 일한 경험을 갖고 한국에서 프로보노 중간지원조직을 만든 한 단체도 재정난에 봉착하며 시작 단계에서 포기를 선언했다. 인색한 후원 문화 속에서 인색한 인건비 제한에다 지속성이 보장되지 않는 불안정성이 중간지원조직의 정착을 어렵게 만든 것이다. 적어도 프로보노 활동을 선언한 기업이라면 관련 후원 및 지원에 대한 전향적인 자세 변화가 필요한 이유다.

?둘째는 프로보노 진입에 대한 두려움이다.

프로보노로 참여의사가 있는 직장인의 경우 프로보노를 하면서 뺏기게 될 시간을 걱정하거나 개인의 컨설팅 능력에 낮은 자신감을 보이곤 한다. 기업은 여전히 손쉬운(?) 노력봉사에만 몰두하려 하고 사회공헌에서도 새로운 도전을 꺼린다. 하지만 프로보노에 대한 걱정과 불안감은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제 과감히 임직원 자원활동의 문화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보여줄 때다. 노력봉사 분야는 민간에게 상당 부분 맡기고, 보다 기업다운 자원활동에 나서야 한다. 기업이 사회문제 해결에 진정으로 관심과 의지가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면 사회문제해결의 최전선에 있는 비영리기관을 지원하는 것이며, 그들의 경영역량을 향상시켜주는 것이 현물보다 몇 십 배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프로보노 관련 인력과 재원의 공급에 적극 나서고 동시에 중간지원조직의 성장에도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세 번째는 프로보노를 원하는 수요가 더 많아져야 하고, 더욱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현재도 프로보노를 원하는 비영리단체나 사회적기업은 많다. 하지만 프로보노를 대하는 자세는 아직도 “해주면 좋고...”에 그치는 정도다. 비영리기관 역시 익숙하지 않은 프로보노에 신뢰가 약하고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후원금 획득이 가장 중요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비영리기관의 경영 역량 제고야 말로 후원금을 몇 십 배 능가하는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프로보노 지원을 요청하는 목소리를 더 크게 내야 한다. 그렇게 해야 기업들도, 임직원들도 귀를 기울이고 자신의 돈과 시간과 역량을 기꺼이 제공할 수 있다.

?최근 사회공헌의 화두는 ‘사회적 가치’와 ‘성과와 임팩트’이다. 프로보노 활동은 기업과 비영리기관, 사회적경제조직 모두에게 이러한 목표 모두를 만족시켜줄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Do it Probono!!

임태형 CSR WIDE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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