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분수대 광장에서 10월 1일  ‘GMO표시제 개선 사회적협의회 중단에 따른 정부의 책임 있는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21만 국민들이 뿔났다! 정부는 ‘사회적협의회’ 중단에 대한 책임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 GMO 완전 표시제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

지난 1일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서 열린 ‘GMO표시제 개선 사회적협의회(이하 사회적협의회) 중단에 따른 정부의 책임 있는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나온 구호다.

기자회견을 주최한 (사)참여하고 행동하는 소비자의 정원(이하 소비자의 정원) 김아영 대표는 “작년 GMO 완전표시제 관련 국민청원 결과 사회적협의회가 만들어졌지만 사회적협의회의 소비자단체들이 참여중단을 결정해 한 발짝도 현실적으로 이어나가지 못했다”며 정부 대책을 촉구했다.

작년 4월 유전자재조합식품(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GMO) 완전표시제 국민청원이 21만 명을 달성한 이후, 청와대는 “소비자단체의 의견을 경청해 전문성과 객관성이 보장된 협의체를 통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민청원 내용에는 ▲원료에 기반한 표시제, ▲공공급식·학교급식에서 GMO 퇴출, ▲Non-GMO 표시 가능한 비의도적 혼입치 규정 개선 등이 있었다. 그 일환으로 작년 12월부터 소비자·시민단체, 식품업계로 구성된 ‘GMO 표시제도 개선 사회적협의회(이하 사회적협의회)’가 가동했다. 그러나 올 9월 17일 소비자·시민단체 참여 주체들이 사회적협의회 중단 시민 보고대회를 열어 참여를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협의회 가동 1년이 채 안된 시점이다. 이들은 “GMO 완전표시제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산업계와 완전표시제 도입을 전제로 논의하자는 시민·소비자단체의 주장은 좁혀지지 않았다”고 이유를 밝혔다.

소비자의 정원 측은 “정부가 직접 책임져야 할 사회적협의회 운영을 일방적으로 민간 연구용역에 떠넘겼다”며 “정책을 책임지고 집행해야 할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사회적 협의회 뒤에 숨어 이해당사자인 산업계와 시민·소비자단체가 합의하라는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의 정원은 ‘iCOOP소비자활동연합회’ 해산과 동시에 만들어진 후속 조직이다. 정부의 식품 정책에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하고 소비자 알 권리 증진을 위해 법과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올해 1월 발족했다.

기자회견 현장에서 참여자들이 펼친 퍼포먼스.

GMO표시제는 유전자조작기술을 이용해 재배된 농·축·수산물 등을 원료로 사용해 만든 식품에는 이 같은 내용을 표시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현재 한국은 모든 식품이 아니라 콩, 옥수수, 감자 등 식약처에서 지정한 7개 작물을 사용한 147건에 한해서만 GMO 표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표시대상 중에서 GMO 원재료 성분이 3% 미만(비의도적 혼입 인정)일 때와 최종제품에 유전자변형 단백질이 남아있지 않은 식용유·전분·당류 등의 식품은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Non-GMO 표시는 비의도적 혼입을 인정하지 않고 GMO 원재료 성분이 0%일 때만 할 수 있다. 식용으로 GMO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임에도 일반 마트에서 소비자들이 GMO든 Non-GMO든 표시가 돼있는 제품 자체를 찾기 힘든 이유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약 25명이 참여했다. 숫자는 작았으나, 규모는 '전국' 단위였다. 시민 발언을 하러 대전에서 올라온 충남여중 2학년 정혜원 학생은 “급식에 등장하는 간장, 고추장 등을 국내산으로 바꾸고 Non-GMO 표시해달라, 비의도적 혼입치도 0.9%로 낮춰 그 아래로는 Non-GMO 표시할 수 있도록 인정해서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부들을 격려해달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GMO 완전 표시제는 국민들의 알권리와 기본 인권에 대한 문제”라며 “완전표시제가 이뤄질 때까지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충남여중 2학년 정혜원 학생은 GMO 완전표시제 촉구 시민 발언을 위해 대전에서 올라왔다.

[Box Interview]

소비자의 정원은 정부의 식품 정책에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하고 소비자 알 권리 증진을 위해 법과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올해 1월 발족했다. 아이쿱소비자활동연합회를 이끌던 연합 활동가들이 창립을 주도했다. GMO완전표시제 시행을 촉구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운동 중이다. 기자회견 당일 김아영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소비자의 정원 김아영 대표.

Q. 사회적협의회가 앞으로 나가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A. 사회적협의회를 지켜보던 시민의 눈으로 봤을 때 협의 현장에 참여하는 (이해집단간) 대결 구도처럼 다뤄졌다는 게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회적협의회는 시민·소비자단체와 식품산업계로 구성됐다. 이는 GMO 표시제가 마치 협의회에 들어간 사람들끼리의 문제처럼 보이게 한다. GMO 표시제는 이해관계가 걸린 여러 집단의 갈등이 아니라, 시민의 안전 문제이자 알 권리에 대한 문제다. 비즈니스와 소비자 시민의 안전 문제는 동등하게 다뤄지면 안 된다.

Q. 사회적협의회가 출범했을 때 걸었던 기대만큼 실망도 클 것 같다.
A. 사회적협의회는 출범한 지 1년 가까이 됐지만 어떤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시민·소비자 측이 참여를 중단하기로 했다. 국민청원을 통해 밝힌 의제가 분명히 있었는데도 원점으로 돌아가 의제부터 다시 정하려 했다는 점이 아쉬웠다. 또한, 시민·소비자 측이 참여중단을 선언한 후 정부 조치가 없어 아쉽다. 이들을 설득해 다시 참여하게 하거나, 사회적협의회가 와해됐다고 공식적으로 밝혀야 하는데, 이후 어떤 조치도 없었다. 정부는 국민청원 답변을 통해 “완전표시제에 대한 사회적 협의가 협의체라는 틀 안에서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는데, 정말 최선을 다했는지 의문이다.

Q. 앞으로 소비자의 정원의 계획이 있다면.
A. 이제는 좀 더 현실적으로 활동하기 위해 법적 문제 제기, 온라인 캠페인 등 다양한 방법을 고려 중이다. 이 문제에 관련된 책임을 져야 하는 관계 부처, 국회의원 등을 만나 현실적인 대책을 요구할 계획이다. GMO 완전표시제에 관한 문제가 어떻게 진척됐는지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국민의 의견을 더 모을 예정이다. 오늘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각계각층에 현황과 문제점을 알리고, 의견을 수렴해 11월 15일에는 GMO 토론회를 광주에서 열 예정이다.

사진. 박재하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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