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ert style="green"]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 이상한 상식이 전 세계에 ‘이상한 나라의 경제’를 구축했다. 이상한 상식은 결국 이 이상한 경제 체제를 위기로 몰아넣었다. 이상한 나라 안에 있을 때는 그 나라가 얼마나 이상한지 깨닫지 못한다. 숲 밖으로 잠깐 나와, 우리가 살고 있는 이상한 나라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내려다보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alert]

스티브 잡스와 안철수, 두 경영자에 대한 신드롬의 근본 원인은, 애덤 스미스의 프레임과 그 논리에 대해 쌓여가는 피로감에 있다. 우리 사회는 물론이고 미국 등 서구 사회에서도 영미식 주주자본주의에 대한 피로가 커진 것이다. 사실 스티브 잡스나 안철수는 애덤 스미스의 논리를 말과 행동을 통해 내재적으로 반박하고 있는 사람이다.

(서울=뉴스1) 이명근 기자= 자신이 보유한 안철수연구소의 주식(37.1%) 중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밝힌 안철수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지난해 11월 15일 오전 경기 수원 영통구 융합과학기술대학원으로 출근을 하고 있다.
애덤 스미스는 사회의 윤리적 통념을 뒤집었다. 이기적인 행동이 사실은 공익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전복적이었다. 그런데 스티브 잡스와 안철수는 ‘애덤의 오류’를 다시 한 번 뒤집는다. 뒤집힌 것을 다시 한 번 뒤집는 ‘재전복’이다. 그것은 논리가 아니라 실천의 수준에서 일어난다.

주주를 위해 이익을 창출하고 CEO 개인이 받는 보상을 극대화하는 것을 삶과 경영의 목표로 삼는 게 당연해 보이는 세상이다. 그런데 이 두 CEO는 전혀 다른 행동을 한다. 그러면서도 충분히 성공한다. 그들의 삶이 보여주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더 이상 탐욕이 윤리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탐욕은 그저 탐욕스러운 결과를 낳을 뿐이다. 이익이나 성과에 집착하는 대신, 제품이나 과정 같은 다른 요소가 개인의 성공과 사회의 공익을 동시에 증진시킬 수 있다. 선한 의도를 지녀야만 결과도 선할 수 있다는 이야기로 발전할 수 있는 이야기다.

애덤 스미스의 인식론적 오류의 확장판이고 수십 년 간 경제 인식의 지배적 프레임을 제공한 신고전파 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기업은 영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주인-대리인 이론이 이를 주창한다. 경영자는 주주의 대리인으로 활동하는 것이므로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독자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게 이 이론의 핵심 주장이다. ‘관료는 영혼이 없다’는 말보다 훨씬 일찍, 경제학 원론 교과서는 ‘기업은 영혼이 없다’고 설파한 셈이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와 안철수는 ‘기업은 영혼이 있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보여준다. 잡스는 혼신의 힘을 다해 신제품을 개발한다. 그게 이익으로 연결될지 아닐지는 불확실하더라도 최고의 제품만을 만든다는 자존심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안철수는 당장 이익이나 주식 매각 차익을 챙기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투명한 경영 프로세스를 갖추고 경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정직하고 선한 의지를 가진 기업과 기업가를 이야기한다. 또 그런 조직과 사람이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재벌기업처럼 탐욕스러운 성공이 아니라, 적절한 범위에서의 상식적 성공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이들은 영혼이 있는 기업인들이다. 주주가치, 즉 재무적 성과에만 몰입해 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제품으로, 그 제품을 만드는 과정으로 한 단계씩 앞으로 돌려놓았다. 몸과 마음이 지친 사람들은 여기서 위안을 얻었다. 이것이 신드롬의 본질이다.

(*편집자주 : 이 칼럼은 매주 월요일 연재됩니다. 전문은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어크로스 펴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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