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회적경제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지난해 교육부를 중심으로 '사회적경제 인재양성 종합계획'이 발표되었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호혜와 연대의 경제인 사회적경제를 공교육 내에서도 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여전히 폐쇄적인 이미지의 학교, 교육과 사회적경제를 접목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사회적경제와 교육의 결합에 대해 고민해보고자, 다른 지역에 비해 앞서 학교협동조합 지원 등 사회적경제 교육의 필요성을 고민해온 서울시교육청(조희연 서울시교육청 교육감)과 서울시 내 25개 자치구 중 가장 적극적으로 사회적경제와 학교간의 협력 모델을 만들어온 금천구 사회적경제특구추진단(금천구사회적경제 특구추진단 강혜승 운영위원장·조정옥 사무국장)을 함께 만났다. 좌담 형태로 이루어진 인터뷰는 지난달 23일 서울시교육청 교육감실에서 이루어졌다. 

이로운넷 : 오늘 학교협동조합 등 가장 적극적으로 사회적경제와 교육을 고민해온 서울시교육청과 학교와 사회적경제를 3년간 연계하며 지역사회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해온 금천구 사회적경제 특구추진단을 한 자리에 모셨다. 우선 정부에서도 사회적경제 인재양성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사회적경제 교육의 필요성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궁금하다.  

조희연 교육감(이하 조희연) : 우리 사회는 소득 격차에 따라 교육 격차도 함께 벌어지면서 교육 불평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태어난 집은 달라도 배우는 교육은 같아야 한다. 
사회 전체의 신뢰 회복과 협력 강화를 위해 우리사회의 인식 개선도 필요한데, 그 첫걸음이 경제를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로부터 시작할 수 있다. 바로 연대와 협동의 가치를 경제의 중요한 원리이자 필수적인 구성요소로 이해하고 사회적경제 분야의 경제교육을 강화하는 것이다. 보통 경제라 하면 우린 기업, 시장경제 속 이윤창출, 생산자-소비자 이분법 구조 등에 대해서만 생각해왔다. 반면 사회적경제는 공동체 경제 원리를 기반으로 하는 대안경제다. 우리 사회는 지금까지 이윤 추구를 위해 기업중식적인 성장지상주의 경제로만 발전해왔다. 학생들이 교육 과정에서 다른 경제 원리도 교과서를 통해 배우고 학교에서 관련 체험도 해봐야 한다. 그런 점에서 사회적경제를 교육과 접목 시키는 건 중요한 문제고, 우리 사회가 중요한 전환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로운넷 : 사회적경제 교육이 중요하다고 얘기했는데, 지금 시기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인가? 

조희연 : 사회적경제가 확산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청소년기부터 사회적경제 가치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예비 사회적경제인을 양성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공유와 나눔 등 사회적가치에 대한 경제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 2021년부터 적용되는 교육과정에 사회적경제가 정식 커리큘럼에 반영되어야 한다. 사회적경제 교육의 관점을 분명히 세워 일선 교육 현장에 깊이 침투한 과도한 경쟁의 문화를 바꾸고 상생의 협력적 사회의 기초를 마련해야 한다. 사회적경제 분야 경제 교육은 개인 인성을 교육하는데서 나아가 신뢰와 협력의 사회자본을 형성하는 데 방점을 둬야 하며, 협동하면서도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줌으로써 과열된 사교육과 교육 불평등을 완화시켜가야 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청 교육감은 사회적경제를 교육과 접목 시키는 게 지금 시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로운넷 : 다른 지역보다 서울시가 앞서서 사회적경제 교육, 학교협동조합 지원 등을 해왔다. 그동안 어떤 사업을 했는지 간단히 소개 바란다. 

조희연 : 사회적경제 인재양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전국 최초의 학교협동조합인 영림중사회적협동조합을 2013년에 설립 지원했다. 전국 시?도 교육청 최초로 2015년 교육 분야 사회적경제 활성화 종합방안과 학교협동조합 조례를 발표 및 공포했다. 학교협동조합 활성화를 위해 지원센터를 설립하고 다양한 지원과 제도 개선에도 적극 나섰다. 

이로운넷 : 학교협동조합 활성화에 서울시 교육청이 많은 역할을 해 온 것 같다. 아직 그 수가 많은 건 아니지만 올해 학교협동조합중앙지원센터가 만들어졌고, 17개 시도교육청에서 학교협동조합 지원에 본격 나서면서 학교협동조합에 대한 관심 또한 커지고 있다. 

조희연 : 그렇다. 현재 서울시 내 학교협동조합이 26개고, 2,606명의 조합원(2019. 9. 18. 기준)이 이곳에서 활동 중이다. 

학교 내 협동조합은 학생들이 운영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사회적경제 교육의 실천 장소이자, 학생이 조합원으로서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책임지는 것을 배우며 나눔과 배려, 협동의 가치를 몸으로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존재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특히 매점 모델이 많은데, 이는 단순히 저렴함 물건을 사는 것만이 아니라 판매자와 내가 공동체 구성원이라는 마인드를 배운다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사회적가치가 녹아든 순환경제를 학교 공간에서부터 느끼고 배운다는 건 이후 인성에도 영향을 미칠뿐 아니라 사회인이 되어서도 이러한 마인드를 가지는 게 우리 사회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는데 있어 필요하다고 본다. 

이로운넷 : 그 중요성은 크지만 서울시 전체 학교 수에 비해 학교협동조합 수는 턱없이 작은 게 현실이다.    

조희연 : 학생, 학부모, 교직원 등 학교구성원이 매년 변동되다 보니 협동조합을 지속하는데 어려움이 크다. 학생 수 감소에 따른 학교협동조합(특히 매점형)의 운영 환경도 쉽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강혜승 운영위원장(이하 강혜승) : 서울지역 첫 고등학교 학교협동조합인 독산고등학교 협동조합 이사장 출신이다. 당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할 때 서울시교육청이 나서 조례를 개정해 큰 힘이 되었다. 다만 많은 학교협동조합이 매점 모델로 많이 출발하는데 너무 매점 모델에만 메몰되는 듯해 아쉽다. 초등학교는 대부분 방과학 모델인데 운영의 어려움으로 해산되는 경우도 많다. 운영이 어려운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교육의 부재도 큰 이유다. 학부모 대상의 협동조합 교육이 더 많아져야 한다. 중간지원기관에서 이루어지는 지원도 행정지원보다는 사회적경제를 더 깊이있게 이해하는 교육을 지원해 매점을 뛰어넘는 모델과 다른 시도들을 고민해야 한다. 지금보다 더 건강한 담론이 이루어질 수 있었으면 한다. 

강혜승 금천구 사회적경제특구추진단 운영위원장은 교육을 통해 건강한 담론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로운넷 : 그런 고민에서 봤을 때 금천구가 그동안 추진해온 사업들이 이런 문제를 극복하는데 좋은 사례가 될 것 같다.  

조정옥 사무국장(이하 조정옥) : 그렇다. 금천구에서는 서울시 지원으로 3년간 학교와 사회적경제의 연계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왔다. 단순히 사업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 지역사회 내 학교 안에서 풀어야 할 문제들을 사전조사를 통해 파악하고, 그 문제를 학교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풀고자 했다. 

금천구는 학교 내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우리가 주목한 건 교육사업과 먹거리사업 2가지였다. 교육사업은 사회적경제협동학교의 방식으로, 먹거리사업은 학생들 대상 조식·중식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두 사업 모두 지역의 사회적경제기업들이 결합해 함께했다. '사회적경제 협동학교'에 참여한 문성중학교는 자유학년제 교육 과정 중 70% 이상을 사회적경제 콘텐츠로 채웠다. 금천구가 '사회적경제 협동학교'로  사회적경제 교육 우수 자치구로 주목받기도 했다. 

< 금천구 사회적경제 특구사업 ‘학교에 사회적경제를 더하다’ >

▶ 교육 사업 : 중학교 자유학기제 시행에 따라 다양한 콘텐츠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학교와 지역 사회적경제기업을 연계해 ‘사회적경제 협동학교’를 운영했다. 금천구 내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사회적경제 특강 △사회적경제 동아리 운영 △자유학기 선택 프로그램 △진로 체험 △전환기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문성중학교는 자유학년제 교육 과정 중 70% 이상을 사회적경제 콘텐츠로 채웠으며, 한울중학교는 학교 부적응 아이들을 보듬어주는 대안교실 ‘땡땡교실’을 운영했다. 3년 간 총 ??개 학교 ??명의 학생들에게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 먹거리 사업 : 결식아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침에는 '‘얘들아, 아침밥 먹자’ 캠페인을 벌이며 중학생들에게 아침밥을 제공했고, 방학 기간에는 돌봄교실 아동들을 대상으로 점심밥을 제공했다. 운영은 지역의 사회적경제기업과 함께했다. 그동안 8개 초등학교 돌봄교실에 중식을, 4개 중학교에 조식을 제공했다. 

이 외에도 사회적경제 뮤지컬을 개발, 자유학기제 일환으로 MTA(몬드라곤 팀 아카데미) 청소년 창업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을 통해 참여형 교육을 시도했다. 교사도, 학생들도 만족도가 상당히 높았다. 실제 참여하며 느끼는 게 학생들에게 더 효과적이라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이런 사업이 모델사업으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지역 내·외부적으로 더 확대·확산되기 위해 지역 안에서도 고민하겠지만 교육청이 더 적극 고민해줬으면 한다. 

조희연 : 알겠다. 사회적경제가 학교, 지역 내에서 더 지속성을 갖기 위해 행정기관이 어떤 정책지원이 필요할지 더 고민하고, 더 들여다봐서 필요하면 문턱을 낮추는 노력을 하겠다. 

이로운넷 : 앞서 얘기했던 사회적경제와 학교(교육)의 연계에서 제일 중요한 게 거버넌스다. 교육을 둘러싼 다양한 주체들(학부모, 교사, 지역사회, 지자체, 사회적경제기업 등)의 협력체계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까? 

강혜승 : 금천구가 좋은 사례가 될 것 같다. 우리가 특구사업을 시작하며 의미가 있었던 게 학부모 및 교사, 사회적경제기업, 지자체, 전문위원 등이 의기투합해 서로간에 쳐져있던 칸막이를 하나하나 걷어내며 ‘민·관·학’ 협치로 3년 사업을 진행했다. 즉, 추진단 산하에 사회적경제기업, 지원조직, 학교, 행정, 관련 전문가가 참여하는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회의를 상설화했다. 모든 사업 안건은 이곳에서 논의하고 집행했다.  

구체적인 예로 운영위원장인 나의 경우 학부모이자 시민이니 이 사업의 중요성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추진단에 함께 한 교장선생님의 경우 교육청 정보 등을 네트워크 내 전달해주는 역할을 했다. 사업 예산도 사회적경제 안에만 갇혀 있지 않고 혁신지구 예산 등을 콜라보해서 활용했다.   

조희연 : 협력체계는 어렵지만 분명 중요한 부분이다. 이 부분을 앞으로 해결해가기 위해서는 우선 학교의 사회적경제 접근성을 강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교육청-협동조합센터-학교-자치구-사회적경제조직 자원 지도를 구축하는 등 서로 간의 유대 강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사회적경제 체험캠프 운영 등을 통해서도 사회적경제를 친밀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권역별 민·관·학 협의체가 활성화 되어야 한다. 협의체가 사회적경제조직-교육청-자치구-학교 간 참여와 소통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조정옥 금천구 사회적경제특구추진단 사무국장은 지속가능한 교육공동체 모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정옥 : 협력체계를 만들 때 우리 같은 특구추진단의 역할도 중요하다. 중학교의 경우 자유학기제가 시행되지만 어떻게 할지, 누구와 할지 교사들의 갈증이 컸다. 하지만 일반 사회적경제기업들이 높은 학교 문턱을 넘기란 쉽지 않다. 우리 같은 공동사무국 같은 곳이 있으면 개별기업들이 학교를 컨텍하는게 아니라 사무국이 안정적으로 학교와 사회적경제기업을 연결해줄 수 있다.

협력체계를 만들되, 이처럼 서로 다른 성격의 기관들을 중간에서 연결해주는 곳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에 특구추진단에서는 올해 마지막 지원사업이 끝나면 지속가능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그 다음을 고민 중이다. 목표는 아동?청소년 등 미래 세대를 위한 협동조합인 스페인의 ‘GSD’ 모델과 같이 지역의 교육기업-지역사회가 협력하는 자립가능한 교육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다. 지역 사회적경제기업들이 협력을 통해 규모의 경제화를 이루기 위해 지자체는 물론, 교육청도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  

조희연 : 오늘 자리에서 서울시 교육청의 역할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 시장경제는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사회의 소외계층이나 약자 보호에 미흡하다. 이에 개인의 이익추구와 동시에 구성원 간의 상호협동을 통해 공동체의 이익도 함께 추구하는 사회적경제 정책이 우리 교육에 담겨야 한다. 특히 시장경제에서 충족되지 못한 사회적 가치를 사회 구성원의 협동으로 해결한다는 점에서 사회혁신의 가장 중요한 토대가 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서울시 교육청의 역할은 학교현장에서 학교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 활동을 교육적으로 연결시키는 것이다. 학생들이 학교협동조합의 원리, 사회적경제 가치 같은 것들을 교과서에서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체험적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사회적경제를 이해하고 체험한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해서도 ‘청년 사회적경제인’으로서 지역사회와 세계를 바라볼 수 있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앞으로 적극 지원해 나가겠다.

지난 9월 23일 서울시교육청 교육감실에서 조희연 교육감과 금천구 사회적경제특구추진단 관계자들이 만난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 박재하(이로운넷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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