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육우자조금관리위원회에서 주관한 마라톤 대회를 참가했다. '육우자조금'이란 무엇일까? 서울에서 자란 촌놈인지라 축산업계의 자조금제도에 대해 알 리가 없었다. 필자가 사회적경제기업들과 자조기금을 조성하면서 사회적금융을 시작했고, 종종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자조기금이 중요성을 말하고 다녔던 지라 관심이 갈 수 밖에 없었다. 축산업계는 WTO출범, FTA체결 등 수입개방 상황에서 그들의 산업을 지켜내기 위해 스스로 어떤 노력을 기울였을까?
육우자조금은 육우사육농가의 자발성을 기초로 홍보·소비촉진·수입안정·유통개선 등 특정 목적에 사용할 기금을 의무적으로 납부하도록 하는 제도적 기금이다. ‘축산자조금의 조성 및 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농가가 도축장에서 도축할 때 육우 1두당 15,000원씩 거출한다. 작년에는 농가 거출금 9억 원, 국고보조금 9억 원을 모아 소비홍보·교육 및 정보제공·조사연구·수급안정 등을 위해 사용했다.
축산자조금법에 근거해 의무자조금제도를 가장 먼저 추진한 분야는 한돈업이다. 최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의심농가들은 돼지를 살처분하고 있는데, 가축재해보험으로는 도살로 인한 농가손해를 메우기 힘들다. 보험상품이 아프리카돼지열병 같은 전염병은 보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구제역이나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했을 때도 농가가 정책성 가축재해보험으로 손해를 보상받은 적이 없다. 이런 경우 한돈자조금이 농가의 단기적인 어려움을 일부 해결할 수 있다. 올해 초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는 한돈자조금을 활용해 민간보험상품을 만들고자 제안한 바 있다. 자조기금은 질병 발생, 국제곡물가격과 물류비 상승으로 사료값 폭등, 인건비 및 물가 상승으로 인한 생산비 상승 등으로 인해 농가들이 어려움에 겪을 때 닥쳤을 때 기댈 수 있는 언덕이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축산업을 안정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농가가 안전한 축산물을 생산, 공급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축산물 유통의 투명성을 가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조치와 축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홍보하는 등의 소비촉진 활동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고, 그 돈의 합리적인 재원조달의 한 방법이 해당 축산물을 생산하는 양축가가 스스로 부담하는 자조금제도인 것이다.
축산업계의 고민을 들어다보면서 사회적경제가 오버랩이 되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최근 정부 및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사회적경제에 대한 자금공급이 늘어나는 것은 고무적이나, 정책적인 의지가 반영된 것일 뿐 시장 논리는 변한 것이 없다. 사회적경제기업들의 외형이 성장하고 수익성도 개선될 지라도 수익 창출을 목표로 하는 일반 기업들에 비해 투자대상으로서의 매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사회적금융시장으로 합리적인 투자자들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것을 기대하기란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그렇기에 지역사회혁신의 전진기지가 될 수 있는 작은 숲들을 만들어가야 한다.
우리는 사회적경제가 발전한 프랑스, 스페인, 일본의 역사 속에서 노동자, 소생산자 등 경제적 약자는 결속을 통해 자본력을 확충하고 자립하고자 노력했음을 알고 있다. 그리고 투쟁을 통해 제도화하면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앞서 언급한 축산업계의 의무 자조금 제도도 축산지도자들이 생존을 위해 수년 동안 국회를 설득하여 2002년 '축산물 소비촉진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할 수 있었다.
사회적경제 영역 내에서도 지난 주 자조기금을 논의하는 2가지 포럼이 있었다. 25일 국회 사회적경제포럼,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공동포럼에서는 생협, 공익활동자, 자활근로자들의 공제사업에 대해 다뤘다. 27일 강원도 사회적금융포럼에서는 도단위 민간 사회적경제 자조기금(‘강원사회연대기금’)에 대한 제언도 논의했다.
이런 논의들은 사회적경제가 스스로 자립하려는 의지를 결집시키는 행동(‘자조기금 조성’)으로 연결돼야 하며, 제도적인 기반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적경제가 부르짖는 연대의식은 낭만적인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선택이다. 그리고 연대의 노력이 성과를 내기 위해 민주성, 공정성, 자발성 등의 조직원리를 실현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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