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ert style="green"] [이로운 살림살이] 머니투데이와 이로운닷넷은 지난 8일 경제 전문가들과 함께 '이로운살림살이'라는 주제로 한국 사회의 경제 문제를 진단하는 좌담회를 열었다.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가 참석했다. 이날 좌담은 머니투데이 신문사 4층 대회의실에서 이경숙 이로운넷 공동대표가 진행했다. [/alert]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왼쪽)과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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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스스로 소비를 통제할 수 없는 환경에 살아

이경숙(이하 이): 먼저 홍기빈 소장님께 묻겠습니다. 정치경제 전문가가 '살림살이'에 대한 책을 낸 이유가 뭔가요?

홍기빈(이하 홍): 제 책에서 '살림'과 '살이' 사이에 빗금을 쳤습니다. 우리말의 살림살이는 '살린다'와 '산다' 두 뜻을 겹쳐 놓은 것이에요. 이 말을 만든 사람들은 남을 살리는 것과 내가 사는 것을 구별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산다는 것은 본래 그 자체가 함께산다는 것이며, 그 과정 속에서 남을 살리는 것과 내가 사는 것이 불가분으로 엮여 있어요.?살림살이 경제학은? 큰 차원에서는 나라 경제, 세계 경제를 조직할 수 있는 원리가 돼요. 또한 개인적인 차원에서도 적용이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신자유주의 원리와 마찬가지입니다. 기업을 구조 조정하는 원리가 되고, 국가에서 공공기관을 날려버리는 원리도 되고, 전 세계적으로 지구화를 하는 원리, 재테크를 하는 원리도 됩니다.

이: <아버지의 가계부> 등 가계부 시리즈로 알려진 필자이자 재무경제교육 사회적기업가가 약탈적 대출에 대한 책을 쓰고 있습니다. 이유가 있나요?

제윤경(이하 제): 제목을 어떻게 뽑을까, '빚에 쫄지 말고 분노하라' 란 제목을 쓸까 고민입니다. (웃음)?'약탈적 대출사회'는 이전 가계부 시리즈의 지극히 개인적인 차원의 문제라기보다는 훨씬 구조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어요.?우리가 스스로 경제력, 소비를 통제할 수 없는 그런 환경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자각해야 해요. '약탈적 대출사회'는 돈을 빌려주는 사람, 돈을 쓰는 사람, 그리고 그것을 학습 시키는 언론, 제도 이런 것에 대한 문제 제기를 던지는 책이에요.

'모든 것을 돈으로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은 오해

이: 이런 시스템을 만든 원인은 뭘까요?

"불안이 원인인 게 맞아요. 의식주, 특히 집이죠. 주택 문제를 시장 논리에 다 밀어 넣는 바람에 아주 기본적인 불안에 내몰리면서 가치가 전도가 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
제:?저는 그게 오히려 사람들에게 ‘다 잘 할 수 있다’라고 이야기하는 그게 가장 큰 속임수라고 생각해요. 소위 그게 자유시장 이데올로기죠. 소비자들은 뭐든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으니 아무런 보호 장치가 필요 없다. 시장은 합리적인 소비로 알아서 자리를 찾아갈 것이다.?그래서 정말 무방비 상태의 개별 소비자들, 사람들 주체를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이 들어요.

최근에 재미있는 책을 읽었어요. <누가 내 지갑을 조종하는가>란 책인데요. 거기서 이런 마케팅을 소개하더라고요. 뇌에서 구매 버튼을 누를 수 있는 유효마케팅이 유행이라는 거예요. 제품 출시 전에 제품과 그 브랜드 이미지를 특정 집단 소비자들에게 보여주고 그들의 뇌를 찍는 거예요. 특정 제품과 브랜드에 대해 소비자들의 뇌에서 높은 구매감이 일어나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굉장히 무서운 일이잖아요. 무서울 정도로 무의식과 욕구를 조정하고 창출하고 있어요. 오히려 사람들은 그 속에서 소비를 하는 것이 자신의 즐거움 때문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 소비 때문에 빚지게 되면 굉장히 자책을 하게 되고 빚을 못 갚으면 패배감에 내몰리고, 자신을 아웃사이더 취급하다가 결국은 자살에 이르는 사람들이 생겨요.

홍: 경제생활에 있어서 개인의 우매함과 시스템의 부조리, 그 두 개가 겹쳐 있어요. 시스템이 사람들을 바보로 만들어서 계속 멍청한 일을 하게 만들거든요.?저는 이렇게 된 책임이 장사하는 사람들이나 사업하는 사람들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오히려 그쪽이 책임이 덜하다고 보고요. 책임은 목사들, 예술가들, 교육자들, 정치가들, 등에 있어요.

우리에게 인생에 있어서 돈이라는 것은 굉장히 중요해요. 그렇지만 인생에 돈만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인생에는 다른 가치가 있어요. 신자유주의에 가장 그릇된 오해는 모든 것을 돈으로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이에요. 이건 정말 거짓말이에요. 우리가 교회에 1천만 원을 헌금한다고 해서 신의 사랑을 얻는 것이 아니거든요. 그런 환상을 갖는 것뿐이죠.

종교인들, 교육자들, 등 화폐 이전의 가치를 담지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권력과 명예를 허용 받은 사람들이 있어요. 이 사람들이 이런 방식을 지켜내야 하거든요. 그런데 이 사람들이 우선적으로 그것을 팔아버렸어요. 대학, 대형 교회, 사찰도 마찬가지입니다.?그러니까 누가 ‘여러분 부자 되세요’ 이런 식으로 인사를 하면 목사들이 야단을 쳐야 해요. 그런데 그렇게 못해요. 헌금을 더 내라고 하죠. 정치, 종교, ?교육, 예술도 다 마찬가지에요. 제 기능을 못해요.

예를 들어서 학생들이 명품 이러면 교사들이 야단을 쳐야 해요. '사람이 얼마나 내놓을 것이 없으면, 있는 것 먹는 것으로 있어 보이려고 하느냐! 창피한 줄 알아라!’ 이 한 마디를 해줘야 하거든요. 아무도 이런 말을 안 합니다. 교사도 그렇고 광고도 시스템 전체에서 이러한 말을 안 합니다.

그 다음에 재테크도 마찬가지에요. '가족의 재산을 가지고, 리스크가 있는 것에 걸면 안 된다' '가족이 길바닥에 앉을 수 있다' 같은 당연한 이야기는 안 하고 은행에 가면 ‘부채도 자산이다’라면서 빚내라고 하잖아요.?어느 사회든지 장사하는 사람들이나 화폐 경제 부분은 있기 마련이고, 돈이 돈 놓고 돈을 먹는 판은 항상 있어요. 그 부분이 개인의 인생과 사회의 다른 부분을 파괴하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이 중요해요.

제: 공감을 하는데요. 일부 사람들이 이미 병들어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데, 사회의 시스템이라는 게 이윤을 추구하는데 있어서 적절한 제동장치를 걸어주지 않으면 당연히 기업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되죠.

기업이 인간의 무의식을 조정하는 마케팅 기법과 광고 기법을 당연하게 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흔히 쉽게 접하는 할인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비난하잖아요. 할인 마케팅은 실제로 ‘도파민(뇌 속의 흥분전달 물질) 분비’를 많이 왜곡시킨다고 해요. 할인 마케팅을 보면 도파민 분비가 급증한다고 합니다.

사실 우린 실시간으로 대형마트, 온라인 마케팅 등 굉장히 위험한 마케팅에 노출됐습니다. 어떤 신용카드를 쓰면 어떤 편의점에서 20% 할인이 된다고 하면서 밑에 1/100 크기로 할인 한도 최대 2천 원이라고 써있어요. 20% 적용을 받아서 2천 원이 한도에요. 대부분의 신용카드가 그래요. 그건 사기에 준한다고 생각해요.

홍: 광고 규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끔찍한 사진이 있었어요. ‘물방울 가슴 성형’이란 게 있어요. 쇼크에요. 대사가 '여자가 누워있을 때 물방울 모습이 나와야 진짜 가슴 미인'이라며 그림도 그려 넣었어요. 그게 버스 정류소에 붙어 있는 걸 봤어요. 불안 마케팅의 일종이에요. 내 가슴은 물방울이 아닌데, (성형을 하러) 가야 하나 이거에요. 별의 별 흉측한 이야기가 다 나오고.

이: 기업의 광고 외에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제: 유병률씨 <죽음의 계곡> 책에 보면 모든 울타리가 해체되면서 기업도 거기서 예외가 아니라고 해요. 규제가 완화되고 승자가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는 기회와 분배에 대한 방정식이 변했다는 말을 하잖아요. 기업도 마찬가지에요. 무한경쟁에 노출돼 있어요. ?일등도 영원한 일등이 아니니깐 기업도 끊임없이 경쟁해야 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거에요. 이정도 벌었으면 베풀고 자신이 그 다음에는 챙겨야 할 명예나 존경, 노블레스 오블리주나 이런 것들은 생각할 겨를이 없어요.

전 세계적인 금융자본의 탐욕과도 연결돼 있고, 그런 걸 봤을 때 결국은 사람들에게 금융이 됐든 소비가 됐든 어딘가에 투자하지 않으면 ‘노후에 폐휴지 줍게 될 것이다’라는 불안을 만들어 냅니다. 10억이 있어야 된다고 그리고, 보험 안 들면, 투자 안 하면 큰 일 난다고 하는 불안 마케팅. 수입유모차 몰지 않으면 아이가 승차감이 떨어져서 성장발육에 문제가 있고, 사고 위험성이 크다고 그러고, 그러니까 소비가 끊임없이 디테일화 되거든요.

이: 그런데 집이나 교육 같은 생존에 더 가까운, 사회에서 살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필요한 것들에 대해 불안을 느끼는 것은 다르지 않을까 생각해요.

홍: 다르죠.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람들이 살림살이의 목표가 돈벌이가 아니라 좋은 삶에 있다는 걸 다 안다'고 그래요. 이걸 모르는 사람은 없는데. 왜 실제로 돈벌이만 하고 있느냐. 그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가 우선 교육이 제대로 안 되어있을 경우, 그리고 교육과 다른 차원의 문제인데, 아주 기본적인 생계수단 자체가 확보가 안 되면 사람의 이성이 마비가 된다는 거에요. 시장 경제가 그런 상태로 만든다는 거에요.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가 시장경제를 반대한 이유가 그거에요.?그러면 무조건 돈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 목표가 되거든요. 그래서 이 문화를 극복하려면 복지가 꼭 있어야 해요.

사람들은 돈이 없으면 일상에서 비참하고, 객관적으로 ‘나는 쟤보다 못한 인간이야’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그럴 때가 의식주가 보장이 안 될 때거든요. 그러면 정신적인 복구가 불가능해요. 가치의 전도가 벌어져요. 예전에는 비싼 운동복 입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도 ‘돈 지랄하고 있네’라고 말하며 지나간 사람들도 그렇게 못해요.?정말로 의식주가 흔들려 생존에 위협을 느낀 적이 있기 때문에 ‘돈이 있다’라고 하는 것을 정말 가슴으로부터 ‘사모’하고 높이 보게 되거든요.

최소한 스웨덴처럼 스스로 먹고 살고 살아가는 문제가 시장 경제와 별개의 문제고, 독립성이 있으면 ‘당신은 나이키가 좋니, 나는 짚신이 좋단다’ 이러고 살아갈 수 있어요.?그런데 의식주가 날아간 상태면 짚신이 혐오 대상이 되고 나이키는 인간 세상의 가치가 돼요. 그러면 모든 걸 화폐 경제에 넣어서 사람들을 물질적인 불안 상태로 몰아넣고, 돈이라는 것에 의해서 오만 가지 기호를 발생시켜서, 그걸 따라 가는 것이 '인간이 나아갈 바다'라고 변하는 거에요.

아주 기본적인 불안에 내몰리면서 가치가 전도

이:? 홍기빈 소장님 <살림살이 경제학을 위해서> 책에서도 언급하셨지만, 이게 목적과 수단이 전도된 상태인 거죠?

"지금부터라도 화폐 이전의 가치를 담지를 해야 하는 자들이 정신을 좀 차리고 기능을 했으면 좋겠어요."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
홍: 네, 그렇죠. 성형수술을 예로 들면 충격적입니다. 제가 대학을 87년도에 들어갔는데, 그때는 사람들이 성형 수술한 것을 숨겼어요. 제가 아는 선배 중에는 여자 친구가 쌍꺼풀 수술을 한 것이 들통이 나서 헤어진 선배도 있었어요. 그때까지 성형 수술이라는 것이 비호감이었어요.

그런데 90년대 후반에 들어서자 생각들이 변했어요. 성형 강국 코리아 이러잖아요. '성형을 할 정도로 자신에게 돈을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 능력이 있다'라고 생각할 만큼 바뀌게 된 거에요.

그전에 부동산 투기, 아이엠에프 때문에 사람들 생계가 날아간 것이 먼저에요. 그래서 이걸 해결할 방법은 한 쪽에서 광고를 규제해야 하고, 기본적으로 아주 기초적인 복지문제를 풀어야 하고, 주택문제를 더 이상 부동산 시장에 맡기면 안 돼요. 아주 기본적인 물질적 생활에 대해서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에요.

제: 공감해요. 가장 좋은 것은 시스템이 바뀌는 것이에요.?허리띠 조르고 20년을 살아야 집을 구할 수 있다는 생각은 불가능한 건데, 이걸?우리가 투표를 통해서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일정 정도 바뀔 수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삶에서 집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것과 그밖에 몇 가지만 알아도 극도로 불안에 몰아넣은 요소를 ?제거할 수 있어요.

이: 사례를 들려주시면 더 좋을 거 같아요.

제: 전세 값이 폭등하면 전세 값을 줄여서 이사를 갈 수도 있다고 교육을 하거든요. 집은 줄였지만, 교육을 받는 다든지, 자신의 욕구들을 쓰게 하고, 그것에 맞게 통장을 만들게 하는 거죠. 어떤 분은 그 동안 집을 못 사서 안달이 난 스스로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그러세요. 단적으로 이제 지나가는 자동차가 그냥 차로 보인다고 해요. 이전에는 지나가는 자동차는 우리 집보다 다 좋은 차였다고 말씀하셨죠.

이: 그분은 어느 직업?

제: 주부인데, 남편은 평범한 회사원이고요. 이전에는 20평에 살아서 30평으로 이사 못 가는 자신이 너무 비참했는데. 지금은 안 그렇다고. 그런 집도 봤어요. 40평이었는데, 20평으로 이사를 가신 분, 이사를 가서 보니 청소할 게 줄어서 좋더라 이런 얘기를 하세요.

이: 그분은 몇인 가족이에요?

제: 4인 가족. 20평으로 이사를 가서 전자제품을 다 줄이게 하는 거에요. 줄여놓고 보니까 불편하지 않아요. 그 많던 관리비 줄여서 통장을 만들고 휴가비로 넉넉하게 쓰는 거죠.?그런데 막연한 불안이 있잖아요. 시장이 제시하는 기준이 있잖아요. 우리가 왜 이렇게 불안해 졌는가 하는 부분은 (에듀머니) 교육 때 꼭 넣는 이유거든요. 불안 요소가 제거 됐을 때 굉장히 능동적인 소비자로 변하더라고요.?불안이 원인인 게 맞아요. 의식주, 특히 집이죠. 주택 문제를 시장 논리에 다 밀어 넣는 바람에 아주 기본적인 불안에 내몰리면서 가치가 전도가 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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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자 약력 소개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
<살림/살이 경제학을 위하여> <비그포르스, 복지 국가와 잠정적 유토피아> <자본주의> <투자자-국가직접소송제:한미FTA의 지구정치경제학> <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 저자. <거대한전환> <돈의 본성> <자본주의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번역. 2011년 MBC ‘손에 잡히는 경제’ 진행.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이사
<아버지의 가계부> <착한 소비의 시작 굿바이 신용카드> <돈에 밝은 아이> <나의 특별한 소방관> 저자. 경제교육 사회적기업 에듀머니 창립자 겸 대표이사. SBS <잘 살아보세> MBC <경제매거진M> KBS <경제비타민> 등 여러 방송에서 돈 관리법과 소비법 강의.

<불안한 한국 사회의 경제 문제를 진단하는 그들, 이로운 살림살이 좌담회 2부는 다음주 목요일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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