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가 필요한 부분에서 중심을 갖고 기둥 역할을 한다면, 통일 이후 한반도에 생길 수 있는 혼란, 혼돈, 분열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찬우 일본테이쿄대학 교수는 통일 전후 남북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회적경제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김정은 체제는 기존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이전과 달리 기술혁신·개혁개방에 집중하고 있다. 북한은 올해 4월 헌법을 개정해 사회주의 기업 책임 관리제를 국가경제 관리의 기본 방식으로 명시했다. 이는 기업에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것으로 북한에 변화의 움직임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에서 통일 전후 한반도 주민들의 안정적 생활과 경제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대안으로 사회적경제가 조명받고 있다. 본지는 지난 9월 21일 한국을 찾은 이찬우 일본테이쿄대학 교수를 만나 한반도 경제 발전에 있어 사회적경제의 역할에 대해 들어봤다. 이 교수는 현재 일본테이쿄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일본경제연구센터 특임연구원, 사단법인 동아시아무역연구회 객원연구원 등을 겸임하고 있다.
북한, 협동조합으로 주민 통제…협동조합을 사회주의 경제로 생각
북한은 식민지, 반봉건 경제를 사회주의 경제로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소상공인, 자본가를 통제하고 조직화 하기 위해 협동조합 방식을 시행했다. 협동조합, 신용조합(금융협동조합)이 대표적이다. 세부적으로는 △농업협동조합 △수산협동조합 △공업 부분의 생산협동조합 △상업 부분은 한국 생협과 유사한 소비협동조합(소비조합)이 있다. 지금은 농업협동조합(협동농장)과 수산협동조합, 생산협동조합, 편의협동조합이 존재하며, 1958년 상업의 국유화로 소비조합은 사라졌다.
북한 지도부는 (노동)당이 통제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자율성을 주는 방식으로 시장경제를 관리한다. 노동당 관리가 특정 협동조합 세포조직으로 들어가 관리하는 형태다. 넓은 관점에서 보면 협동조합 방식으로 시장을 통제하는 것이다. 이에 북한에서는 협동조합을 사회주의경제의 일원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남북한 주민 협력으로 주민 자치의식 향상
남북 주민들의 일상생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남한의 지자체와 사회적경제기업, 북한의 지방정부와 협동단체가 주체가 되어 교류해야 한다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이를 통해 북한 주민들의 생활수준, 자치의식을 높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통일 이전이라도 남북간 교류가 가능한 상황이 되면 도로, 통신, 항만정비 등 거시적 부분은 중앙정부가, 주민들의 일상생활 등 미시적 부분은 남북한 주민들이 협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민 협력으로는 한국의 생활협동조합(생협)이 북한의 소비조합에 생산품을 주문하면, 북한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한국 생협에서 판매하거나, 북한의 생산협동조합 서울직매점을 만들어 북한 주민이 생산한 제품을 서울직매점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꼽을 수 있다.
이 교수는 “경제 변화, 삶의 질의 변화는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스스로 찾아 나가야 한다”며 “최근 북한에서도 기존 사회주의 계획경제 방식이 주민 자치의 협동경제 방향으로 전환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현 북한 체제, 시장경제에 자율성 부여
“과거 김일성, 김정일 체제가 사회의 다양성을 거부했다면, 김정은 체제는 의식주 등과 같은 기본적인 부분은 자율성에 맡기는 분위기다.”
2000년대 이후부터는 북한 시장경제에 자율성이 생기기 시작했다. 기업경영은 물론, 무역활동도 비교적 자유로워졌다. 이 교수는 “과거에는 국가무역회사를 통해서만 무역을 할 수 있었기에 그 과정에서 오는 사회적 손실도 많았다”며 “자율성이 부여되고, 무역이 자유로워지면서는 북한에 무역회사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또 과거에는 하나의 공장에서 특정제품만 생산해야 했다면, 2000년대 이후부터는 하나의 공장에서 여러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이 교수는 “노동자를 먹여 살리는 책임이 기업으로 넘어왔기 때문에 공장에서는 돈을 벌 수 있는 제품을 다양하게 생산할 수 있다”며 “이런 변화로 사회에 자율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변화는 빈부격차 등 부작용도 불러왔다고 설명했다.
“남북 경제협력 ‘원칙’ 보다 ‘실리’에 있다”
이찬우 교수는 남북이 경제협력을 이루기 위해 사상적 측면에서는 원칙보다 실리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북한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문제를 고민하고 극복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실리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면서 "남한은 ‘사회적’이라는 개념에 대한 거부감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회성’은 ‘사회주의’가 아니라 ‘사회적경제’로 통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적 측면으로는 남북 모두에게 도움되는 사업을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단 남북한 사이에는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 예를 들어 북한 수산업 발전을 돕기 위해 한국이 어망탐지기를 지원한다고 가정했을 때, 북한은 한국이 지원한 어망탐지기가 반드시 어업에만 쓰인다는 신뢰를 줘야 하는 것이다.
남한은 북한과의 협력을 위해 작은 부분부터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교수는 “북한이 남한에 진정성을 바탕으로 신뢰를 만들지 않으면 남한 사회에 분열이 생길 수 밖에 없다”면서 “남북 모두 실리를 찾으면서 북한의 경제발전에 대한 진정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북 지역주민 잘살게 하는 게 사회적경제 역할
이 교수는 통일 이후 한반도에서 사회적경제가 완전한 주류가 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사회적경제는 자본주의경제의 대안경제로 나온 것이기에 통일이 된다고 갑자기 주류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사회적경제는 북한주민들이 국가나 정부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의 가치를 더 중요시 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간 개개인이 사회의 주체가 되도록 하는 것. 그것이 인류의 발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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