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막의 가을 그리고 표고버섯밥 달래장>

1.
불과 60여 포기의 배추이건만 벌레 잡는 시간이 꼬박 3시간이다. 
지난해는 녹색의 배추벌레가 많더니 올해는 좁은가슴잎벌레, 배추흰나비애벌레 등 종류가 더 다양해졌다. 
크기도 작아 하나씩 잡아내는 것도 고역이다. 
그나마 배추는 괜찮은 편이다. 작년과 달리 무는 초토화를 면치 못하는 모양이다. 
천연농약으로는 어림도 없군. 은행열매가 좋다는데 내년엔 그거라도 삶아 뿌려볼까.

2.
농사야 아무렴 어떠랴. 애초부터 자연이 주는 대로만 먹자고 시작한 일이 아닌가. 
사실 농사가 아니더라도 이 땅엔 먹을 것이 넘쳐난다. 
옆집 농장에서 햇밤을 거두기 시작했다며 크고 반짝이는 옥광을 한 바가지 주고 간다. 
고맙게도 매년, 이렇게 밤과 대추를 얻어먹는다. 
우리 밭에도 밤나무가 하나 있지만 산밤이라 크기나 볼품이 개량종에 크게 못 미친다. 
씀바귀 새싹이 다시 올라오고 여기저기 가을달래도 지천이다. 
몇 년 전 분양 받아 심은 국화밭도 꽃을 피우기 시작했는데 저 꽃들을 말려 차를 만들면 그 향이 또 기가 막히다. 

3.
이맘때면 농막 주변은 야생화가 지천이다. 
흔하게는 물봉선, 노랑물봉선, 선괴불주머니, 배초향 등이, 귀하게는 나도송이풀, 누린내풀 같은 꽃들이 경사지를 가득 덮는다. 
아내한테 구절초를 보러 계곡에 가보자고 하니 선뜻 따라나선다. 
가을장마와 두 번의 태풍 덕분에 예년과 달리 계곡은 수심이 깊고 소리도 시원시원하다. 
이곳에도 꽃이 많지만, 물꽈리아재비, 가는오이풀도 귀한 손님들이다. 
봄에 돌단풍으로 가득했던 바위는 이제 구절초로 뒤덮였다. 
흰색, 분홍색, 연자주색, 구절초는 색도 다양하고 화려하다. 
산에 살면 산구절초, 강에 살면 포천구절초라고 했던가? 
구절초도 종류가 많다지만 내게는 다 구절초다. 
봄, 여름, 가을 구분 없이 제일 사랑하는 야생화. 벌써 가을이 깊었다. 

4.
<표고버섯밥과 달래장>
달래는 1년에 두 번 나온다. 봄과 가을. 농막에 가을달래가 지천이다. 다듬기는 손이 많이 가지만 그래도 달래 향으로 가을의 맛을 더해본다. 

5.
<재료> 2인
표고버섯 2개, 달래 양념장(달래 1줌, 간장 3T, 다진 청양고추 2개, 다진마늘 1/2T, 설탕 1.5T, 고추가루 1T)

6.
<조리법>
1. 표고버섯은 얇게 채를 썬다. 
2. 흰쌀밥을 하되 물은 보통 때보다 조금 덜 넣는다. 
3. 달래를 깨끗하게 손질해 1cm크기로 썬다. 
4. 양념장 재료를 모두 그릇에 넣고 섞는다. 
5. 적당량을 밥에 비벼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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