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지가 지난 7월 주최한 로컬 주제의 컨퍼런스 사회자로 참여했다. 늦었지만 소감이 궁금하다.
▶ 지역에서 활동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절박함이 느껴졌다. 주변에서 관조하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저 ‘로컬이 요즘 핫한 주제구나’ 생각할 수 있지만, 당사자들은 생존의 문제더라. 더 진지하게 이들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 오신 분들 중에 상당수가 지역에 새로운 주체들이 등장했다는 점에서 반가웠다는 의견이 많았다.
▶ 최근 로컬에서 움직이는 새로운 주체들, 이들이 만들어가는 과정은 확실히 이전 세대, 프로젝트들과는 다르다는 걸 느낀다. 과거에는 지역문제를 얘기할 때도 거시적인 담론을 우선시 했다. 이제는 개인의 삶의 질이 어떤가가 더 중요해지는 시대다.
이들은 거창한 사회적 가치가 아니라도 개인이 일상에서 작은 가치를 부여하며 살고 싶은데, 이게 기존의 시스템 하에서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선택한 곳이 지역인 거다. 수도권보다는 무언가를 구현하기에 지역이 더 용이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근 로컬이 주목받는 건 견고한 성(시스템) 안에 있다 성 밖으로 밀려나거나 스스로 성 밖을 나간 이들의 새로운 시도가 활발해지면서다. 한국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여실히 드러내는 현실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반갑다.
지역소멸론까지 나오는 시기, 지역이 기회의 장이 되고, 활동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건 긍정적이다. 앞으로 이런 흐름은 더 확대될 거다. 국가는 그런 국민들의 삶을 지지하기 위해서라도 이들을 잘 지원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 구체적으로 국가와 공공의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 이런 문제를 다룰 때 국가나 공공이 주도하면 한계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지역에서 자본, 시장이 작동하면 본래 의도가 왜곡되거나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 기존 시스템에 이들을 집어넣는 것 또한 전근대적 방식이다. 정부가 직접 나서기 보다는 후견인 역할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있던 싹도 죽는다. 점점 변화되는 국민들의 라이프스타일에 주목하고, 그에 맞게 새로운 구조를 만드는데 정부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 사회혁신기업 더함은 이런 맥락에서 어떤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고 있나?
▶ 각자도생하는 사회 분위기에서는 일상을 사는데도 많은 비용이 지출되고 고립감이 크다. 당연히 삶의 질이 낮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시대 생존을 위해서는 연대, 협력 구조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 더함은 이걸 공간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커뮤니티 플랫폼 방식으로 해결하고자 한다.
그 첫 번째 스텝이 기존과 다른 방식의 아파트공동체 모델을 만드는 것이라면, 그다음 스텝으로 더 깊게 들어가서는 개별화되어 있는 이들을 커뮤니티로 연결시켜 종국에는 경제공동체로 플랫폼을 실현하는 거다. 이는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어 내고 사회안전망이 될 수 있다.
더함이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으로 진행 중인 '위스테이' 사업이 바로 이런 문제를 실험하는 첫 모델이다.
- 위스테이 사업에 대한 더 자세한 소개를 바란다.
▶ 더함이 처음으로 주목한 영역은 '주거' 문제다. 주택공급에서 전체적인 사업 구조와 운영 구조를 공급자 위주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바꾸고자 했는데, 그게 '위스테이' 사업이다. 국토교통부 시범사업으로 지정되어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을 혁신한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이 그것이다. 이는 낮은 주거안정성(잦은 이사), 높은 주거비용, 파편화된 공동체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있는 혁신모델이다. 현재 남양주시 별내와 고양시 지축 두 곳에 협동조합 임대주택을 짓는 첫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491가구 규모의 아파트가 건설 중인 남양주 별내는 내년 7월 입주, 고양시 지축은 올 하반기에 539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착공하고 입주민 모집을 시작할 예정이다.
- 로컬이라는 화두와 떨어질 수 없는 고민이자 실험이다.
▶ 그렇다. 이런 선순환 구조는 지역에도 필요하고, 유사하게 적용될 수 있다. 더함에서는 주거에 국한하지 않고 향후 아파트뿐 아니라 사무실, 커뮤니티센터까지 포괄해 신도시개발, 도심 내 공간까지도 이런 철학과 방식을 적용하고자 한다.
여러 로컬프로젝트도 고민 중이다. 조만간 지역 내에서 사회적부동산을 개발하고 자산화할 수 있는 사회적금융 관련 사업도 준비 중이다. 더함이 다양하게 실험해 본 커뮤니티 빌드업의 방법이 각 지역에 변형되어 투입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이런걸 우리가 다하지는 않는다. 그런 콘텐츠를 가진 로컬크리에이터들이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현재 울릉도, 목포, 태백, 군산 등 여러 지역주체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지역 커뮤니티가 많아지면 이것들이 모여서 새로운 수요자 플랫폼을 만들 수 있다. 그 플랫폼이 안정화되면 로컬, 사회적경제 생산품들이 더 안정적으로 생산, 유통될 수 있다. 그야말로 사회연대경제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 커뮤니티, 그 속에서 각 개인이 어떻게 주체성을 살리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
▶ 중요한 문제다. 한국사회에서 ‘커뮤니티란 무엇인가’가 재조명되어야 한다. 우린 아직 답이 없다. 시대, 세대가 바뀌고 있기에 이 모든 요소들이 합쳐져 새로운 방식에 대한 논의를 해가야 하는 시기다. 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그것이 담기는 그릇이 어때야 하는지 부단한 실험이 필요하다.
- 커뮤니티가 제대로 작동하게 하기 위해 더함의 역할은?
▶ 참여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는데, 부동산개발 과정에서 모든 사람들이 다 참여하기란 어렵다. 우리는 사람들이 한 걸음만 내딛으면 나갈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드는 역할이다. 즉, 큰 틀은 우리가 만들되, 나머지는 거기 모인 사람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거다. 참여하고 싶도록 만드는 구조가 중요한데, 일단 모여야 된다. 그런 프레임을 짜는 곳은 사회적경제나 공동체 경험이 있는 이들, 전문가들이다. 협동조합과 마을 공동체의 안착을 위해서는 시스템뿐만 아니라, 그걸 운영하는 사람도 중요하다. 이에 더함에서는 위스테이 별내 조합원을 뽑을 때 사회적경제 분야에 종사했거나 공동체 주택을 경험한 사람들을 25% 가량 우선 뽑았다. 이들은 사람들이 그 구조로 들어오도록 돕는 역할이다. 더함은 이안에서 자발적인 커뮤니티가 조직되고 운영될 수 있도록 기본 인프라를 제공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
- 더함이 생각하는 10년 뒤 비전은.
▶ 제대로 된 사회적자본을 위한 수요자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커뮤니티의 결속력이 강해지면 구매력을 통해 저렴한 공동구매가 가능해진다. 먹거리나 육아·돌봄 등 생활에 필수적인 물품이나 서비스 이용 비용도 낮출 수 있다. 사회적경제기업이 직접 서비스를 공급하게 되면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 수 있다.
이처럼 10년 뒤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시민들이 연대하고 경제영역까지 스스로 만들어내는 구조를 만들면 지금보다 더 기술이 발달하고 불안정한 일자리 환경 속에서도 사회안전망을 확보할 수 있다.
독점적인 플랫폼기업이 우리 삶의 공간을 장악하기 전에 10년 내 이러한 사회연대협력체를 만들어 내느냐 마느냐가 미래 우리 삶의 질을 결정할거다. 그렇지 않으면 성안에 있는 10% 사람들 위주의 사회가 된다.
- 더함은 지금 그 비전을 향해 어느정도 와있나.
▶ 이제 막 첫걸음을 뗐다. 목표까지 가려면 앞으로 엄청난 고개를 넘어가야 할거다.(웃음)
사진. 박재하(이로운넷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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