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 사회적기업 '쿠미'는 장애 아동들이 재활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센터를 운영한다.

“쿠미(Kumi)는 히브리어로 ‘일어나라’는 뜻으로, 중증 장애로 정상 운동발달을 하지 못한 아이들이 스스로 일어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어요.”

전북 전주에 위치한 ‘쿠미운동발달센터(이하 쿠미)’에서는 하루 25~30명 아이들이 운동 재활서비스를 받는다. 뻣뻣하게 굳은 근육과 뼈를 부드럽게 풀어주고, 앉고 서고 걷는 연습을 통해 신체적 발달을 돕는다. 불편한 몸으로 센터를 찾은 아이들은 재활서비스를 통해 한결 나은 상태로 호전된다. ‘쿠미’라는 이름 뜻대로 세상 앞에 ‘일어날’ 신체적?정신적 힘을 얻는 것이다.

17년차 베테랑 물리치료사, 아동 위한 재활센터 설립

쿠미는 17년 이상 물리치료사로 일한 베테랑 문병무 대표가 아동 중심의 재활센터로 설립했다. 2017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을 계기로 사업을 시작해 올해 5월 사회적기업으로 정식 인증을 받았다. 중증 장애 아이들이 조기 재활서비스를 통해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운동재활, 감각통합, 구강운동, 언어치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문병무 쿠미 대표는 17년 이상 물리치료사로 일한 경험을 살려 '아동' 중심의 재활센터를 설립한다.

문 대표는 뇌성마비로 지체장애가 있는 조카의 영향으로 물리치료사의 길에 들어섰다. 재활전문병원에서 소아 운동재활을 담당한 그는 “장애 아동들은 혼자 할 수 있는 게 없어 모든 것을 의존해야 하는데, 조기에 적절한 재활치료만 이뤄지면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하지만 성인을 위한 물리치료 시설?서비스에 비해 아이들의 것은 턱없이 부족했다. 그가 일하던 병원에도 성인 담당 물리치료사가 20명 이상이라면, 소아 담당은 자기 자신 1명뿐이었다.

아이들을 위한 재활치료 시설?서비스가 부족한 이유는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사고나 노화 등 주로 후천적 문제로 재활치료를 받는 성인들은 사보험 등을 통해 비용을 충당하는데, 대부분 선천적 장애를 지닌 아이들의 재활치료는 보험 영역 바깥에 있다. “성인에 비해 돈이 안 된다”는 인식 탓에 아동 재활치료는 시설 자체도 드물 뿐 아니라, 있다고 하더라도 매우 소규모로 운영되는 실정이다.

장애아동은 재활치료를 단기간에 끝낼 수 없어 보호자들의 경제적 부담은 가중된다. 문 대표는 “나와 함께 재활치료를 하던 아이들에게 최소한의 기회라도 주고자 직접 쿠미를 설립했다”고 말했다. 쿠미에 오는 아이들은 가장 어리게는 생후 100일 된 신생아부터 입학 전 영유아들이다. 현재 정기적으로 센터를 찾는 이용자는 72명 정도로, 주중 예약제로 운영돼 하루 25~30명 정도가 재활서비스를 받는다.

수익성에 밀린 아동 재활 “적절한 시기 이뤄지면 발달 촉진”

쿠미에서는 장애 아동들이 기고 앉고 서고 걷는 움직임을 보다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영유아 중심의 쿠미는 성인 재활치료 센터와 다르게 운영된다. 성인의 경우 과거 경험했던 것을 알려주는 ‘재교육’ 위주라면, 아동은 여태껏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처음부터 만들어주는 개념이다. 교육하는 입장에서도 새로운 것을 학습시켜야 하는 소아 재활서비스가 훨씬 까다롭고 어려울 수밖에 없다.

아기는 생후 1년간 기고 앉고 서고 걷는 등 신체 발달을 자연스레 겪는데, 뇌에 손상을 입은 채 태어난 장애아동은 이런 움직임을 소화하기 어렵다. 이때 적절한 재활서비스가 이뤄지면, 손상된 뇌 부위 이외 다른 영역을 활성화해 보완 능력을 향상시키고 병적 진행도 더디게 할 수 있다. 문 대표는 “많은 연구에서도 재활치료가 필요한 소아에게 가능한 빨리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면, 운동발달이 더 촉진된다는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장애 아동?보호자 돕는 프로그램 “인식 개선 이뤄지길”

오랜 시간 물리치료사로 살아온 문 대표는 쿠미의 문을 열면서 사업가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진흥원의 육성사업, We Start 프로젝트 등에 선정되며 아동 재활서비스의 핵심 장비인 ‘FTU(Functional Training Unit)’를 샀고, 멘토링과 컨설팅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도 만들어갔다.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면서 경제?시간적 여유가 부족할 때도 많지만, 그는 “센터를 다니던 아이들이 상태가 좋아져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하며 돌아갈 때 가장 뿌듯하다”고 했다.

쿠미는 치료사와 이용자가 1:1로 1회 약 40분간 재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장애아동?취약계층에게 3만 5000원을 받는다. 1회 30분 기준 5만원이 훌쩍 넘는 다른 시설에 비하면, 이용료가 저렴한 편이다. 수도권에 비해 지방에는 재활센터가 부족해 전주뿐만 아니라 근처 완주?정읍?군산?익산 등 전북 지역에서 오는 아이들도 많다. 쿠미를 보고 대구, 청주 등 타 지역에서 사회적경제 기업으로 재활치료 센터를 새롭게 준비하려는 이들도 생겼다.

쿠미는 장애 아동뿐만 아니라 아이를 돌보느라 근골격계 질환을 얻은 보호자들의 재활서비스도 지원한다.

일반인 대상자의 이용료는 4만 5000원인데,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하거나 재활 목적의 대상자들이 대다수다. 장애아동 보호자들도 할인된 가격으로 운동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장애아동을 돌보면서 보호자들도 근골격계 질환을 얻게 되는데, 아이가 쿠미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부모도 재활치료를 받는다. 올해 시작한 ‘심 프로젝트’도 아이를 돌보느라 지친 보호자를 위한 치유 시간으로 기획했다. 플로리스트와 드라이플라워로 액자를 만드는 활동 등을 통해 지친 마음을 회복하고, 삶에 활력이 될 수 있도록 돕는다.

문 대표는 장애 아동을 위한 재활서비스만이 아닌, 장애 가족을 위한 재활?돌봄?교육 등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 그는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 자체도 중요하지만, 장애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부정적 인식을 바꿔나가고 싶다”며 “지금은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부모들이 숨게 되는데, 사회로 나와 한 명의 구성원으로 당당하게 설 수 있도록 쿠미가 힘쓰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사진제공. 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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