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수도권의 면적은 전체 국토의 12% 수준이다. 그럼에도 인구의 반이 수도권에 살고 있다. 인구 밀집도가 높은 만큼 활동 기회도, 자원도 수도권으로 몰린다. 상황이 이러하니, 수도권 외 지역 기업가들은 투자 유치나 홍보 면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오는 19일부터 22일까지 서울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4일간 열리는 '지방에서 왔습니다'는 수도권 외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 기업들에게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열리는 행사다. ‘IFK임팩트금융’이 주최하고 목포 소셜벤처 ‘공장공장’이 주관한다. 강원·경상·전라·제주·충청권에서 총 20개 기업이 서울의 중심 명동으로 와 나흘간 교류·소개의 장을 연다. 미디어 협력사로 참여하는 본지는 각 권역에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이들을 조명한다.

[서귀포] ‘공심채,’ 제주의 새로운 특산작물 되다

‘모닝글로리(Morning Glory).’ 학생들에게 유명한 문구용품 회사 이름이 아니다. 아열대 채소 이름이다. 이 채소의 한국 이름은 ‘공심채(空心菜),’ 속이 빈 채소라는 뜻이다. 동남아 음식을 파는 식당에서 주로 볼 수 있으며, 베타카로틴을 비롯해 비타민 A, B, C가 풍부하고 칼슘과 철분, 칼륨이 많다.

국내 날씨가 점점 무더워지면서 제주도에서도 아열대 채소 재배가 가능해졌다. 예비사회적기업 ‘공심채’는 다양한 아열대 채소를 생산·유통해 지역 취약계층에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농촌 지역 소득창출에 힘쓴다. 회사 이름 공심채는 채소와 다른 한자 '共心彩'를 쓴다. “함께 마음을 모으면 빛이 난다”는 의미다.

공심채가 판매하는 친환경 공심채 빨대. 줄기 10개로 구성된다. /사진=공심채

상품 중 눈에 띄는 건 ‘공심채 빨대’다. 주문이 들어오는 즉시 공심채를 수확해서 줄기를 추려 17cm 내외로 잘라 배송한다. 홍창욱 공심채 대표는 “베트남 등지에서 공심채 줄기를 빨대로 쓰는 일이 많다고 들어 상품으로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바질, 영귤, 감자 등을 키우고, 제주도 내 학교와 식당에 납품한다.

지난 7월에는 농림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주최하는 ‘로컬푸드 기반 사회적 모델 경진대회’에서 신규 사업 분야 최우수상을 받았다. 홍 대표는 “제주로 이주한 결혼이주여성들을 고용할 계획이 있다"며 "변화한 기후에 맞게 작물을 안정적으로 생산·판매해 누군가에겐 고향의 맛을, 누군가에겐 여행의 맛을 선물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제주] 빈집으로 호텔 대체하는 ‘다자요’

빈집프로젝트 시행사진. /사진=다자요

다자요는 제주도 지역 빈집을 장기로 무상 임대, 리모델링해 제공하는 사업을 한다. 2019년 9월 현재, 2개 지역 빈집 4채의 원형을 최대한 보존해 리모델링을 완료했다. 다자요에서는 빈집이나 폐가 등 활용 가능한 유휴공간 중 사업화 가능성이 있는 공간을 발굴해 지역 특색에 맞는 공간 콘셉트로 스타일링 한다. 이를 통해 빈집의 자산가치를 상승시키고, 지역재생도 이끈다.

남성준 다자요 대표는 “제주도의 고즈넉함을 즐기는 여행객이 증가하는 중이지만, 이들을 위한 리조트 시설이 들어서며 오히려 제주의 고즈넉함을 해치고 있다”며 “제주에 있는 빈집으로 호텔 800개를 대체할 수 있다”고 다자요 빈집 프로젝트 계기를 설명했다.

최근에는 신규 사업으로 제주 지역 기업을 위한 공유 업무 공간 운영을 준비 중이다. 이외에도 도시재생 컨설팅·멤버십 사업·유휴공간 시공 등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남 대표는 “개발이 돈이 되는 사회에서, 가치가 돈이 된다면 가치 있는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귀포] 제주가 주제라면 무엇이든, ‘재주상회’

재주상회는 제주를 기반으로 한 문화 콘텐츠 전문 크리에이터 집단이다. ‘살아보는 여행 리얼 제주 매거진 iiin[인]’을 시작으로 ‘제주’를 담은 이야기는 그림·글·사진 등 어떤 형태로든 표현해낸다. 다양한 방법으로 제주를 이야기하는 창작자들의 플랫폼이 되고자 한다.

수윔제주(Swim Jeju) 브랜드 굿즈. /사진=재주상회

계간지 사업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에어비앤비·이니스프리·카카오 등 다양한 기업과의 콘텐츠 제작 협업, 작가 에이전시, 전시·공간기획, 브랜딩을 도맡아 한다. 제주 라이프 스타일 디자인 브랜드 ‘수윔제주(Swim Jeju)’도 만들고, ‘인스토어(iiin+store)’라는 오프라인 장터도 운영한다.

회사 이름에 들어간 ‘재주’는 오타가 아니다. 제주에 재주꾼들이 모여 만들었다는 의미를 담아서 지었다. 고선영 재주상회 대표는 “제주에 내려와 있는 사진작가, 일러스트레이터, 디자이너, 브랜딩 전문가와 시작한 일로, 이들의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지금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지역의 소규모 생산자·창작자들과 다양한 협업을 시도하여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고, 제주의 매력을 꺼내보일 예정이다.

[서귀포] 당신이 원하는 제주 여행, '카일루아'가 추천할게요!

카일루아가 나누어 놓은 여행 스타일 4가지. 각 스타일에 맞는 여행 방식을 추천한다. /사진=서귀포 국제공항 홈페이지 캡처

카일루아는 2015년 제주도 서귀포에 최초로 설립된 '크리에이티브 컨텐츠 랩'이다. IT와 인문학이 만나 사람들의 삶에 도움을 주는 솔루션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으로, 회사명의 어원은 하와이어로 '2개의 해류가 만나는 곳'이라는 뜻이다.

현재 '서귀포 국제공항'이라는 여행 추천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기존에는 여행자들이 인터넷에 퍼진 제주 관련 여행 정보를 찾아다녔다면, 이 플랫폼을 통해서는 자신의 여행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추천받을 수 있다. 여행지 조회-일정 및 경로 작성-구매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이밖에도 서핑, 피크닉, 펍크롤 등 활동을 여행객과 연결한다. 활동은 계절별로 다르다. 이 과정에서 지역 상품을 개발하는 업체에 컨설팅을 해주고 함께 콘텐츠를 발굴한다. 소준의 카일루아 대표는 “서귀포는 자연환경이 아름다운 곳인데, 무분별한 관광 사업으로 피폐해진 곳들이 있다”며 “더 나은 관광을 위한 허브 역할을 해보자는 취지로 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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