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수도권의 면적은 전체 국토의 12% 수준이다. 그럼에도 인구의 반이 수도권에 살고 있다. 인구 밀집도가 높은 만큼 활동 기회도, 자원도 수도권으로 몰린다. 상황이 이러하니, 수도권 외 지역 기업가들은 투자 유치나 홍보 면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오는 19일부터 22일까지 서울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4일간 열리는 '지방에서 왔습니다'는 수도권 외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 기업들에게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열리는 행사다. ‘IFK임팩트금융’이 주최하고 목포 소셜벤처 ‘공장공장’이 주관한다. 강원·경상·전라·제주·충청권에서 총 20개 기업이 서울의 중심 명동으로 와 나흘간 교류·소개의 장을 연다. 미디어 협력사로 참여하는 본지는 각 권역에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이들을 조명한다.

[대전] 부지런한 벌꿀들 모여 세찬 날갯짓하는 ‘윙윙’

'윙윙'이 커뮤니티 비즈니스로 대전 내 설립한 커뮤니티 카페 ‘Saturday Coffee’ 2호점./사진제공=신협중앙회

충남대학교와 카이스트 사이 동네에 위치한 ‘윙윙’은 2017년 2월 설립된 도시재생 스타트업이자 예비 사회적기업이다. 1993년 엑스포 개최 이후 25년 이상 낙후된 대전광역시의 한 동네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어궁동은 대학과 인접하지만 주요 상권이 아니라 임대료가 저렴한 편이고, 프랜차이즈 상점이 다수인 신도심 상권과 차별화하며, 외국인이 다수 거주해 이국적 분위기를 품은 등 특징을 지녔다.

‘윙윙’은 벌들의 날갯짓을 표현한 의성어로, 공유공간이자 협업 커뮤니티인 ‘벌집’의 지속가능함을 강조했다. 윙윙 설립 이전인 2011년부터 창작?협업공간 ‘벌집’, 공동체 주택 ‘꿈꿀통’ 등을 운영해왔다. 윙윙에서는 지역사회 문제의 시민참여적 해결과 벌집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보다 체계적으로 담당한다.

이곳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벌’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지역에 문화콘텐츠를 공급하는 벌, 자신의 취향을 공간에 담아낸 벌, 청년들이 창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벌, 셰어하우스에서 함께 살아가는 벌, 청소년들이 가치를 배우도록 고민하는 벌 등 다양한 유형이 공존한다. 

새로운 벌을 키우는 꿀벌학교와 벌들이 자유롭게 뛰노는 공유공간을 아우르는 ‘커뮤니티 플랫폼’, 벌집 공동체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커뮤니티 비즈니스’, 벌집의 공동체 문화로 지역사회 기여를 고민하는 ‘임팩트 비즈니스’ 등이 이들의 핵심 사업 내용이다. 이태호 윙윙 대표는 “벌집은 일상의 변화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공유하는 유목 공동체다”라고 소개했다.

[대전] 살기 좋은 세상, 장벽 없는 공간 만드는 ‘공생’

'공생'이 장애인, 고령자도 쉽게 사용하도록 개발한 스푼&포크 ‘아담’. 메이커 스페이스 'AULIM'에서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을 실험할 계획이다./사진제공=공생

‘공생’은 아이?노인?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편리한 생활과 가치 있는 삶을 누리는 것을 목표로 내세운 스타트업이다.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일본 중증장애인센터에서 일한 민노아 대표가 ‘살기 좋은 공생 사회’를 꿈꾸며 설립했다. 앞서 누구나 사용하기 편리한 스푼&포크 ‘아담’을 개발해 선보였다. 손가락 관절을 최소한 사용하도록 제작해 자유롭게 손을 사용하기 어려운 장애인이나 고령자의 식사를 도왔다.

지난 8월에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이 주관하는 ‘2019 메이커 스페이스 구축?운영 사업’에 선정됐다. 대전광역시의 낙후 지역인 동구 대동에서 오는 2020년 2월까지 복지특화형 메이커 스페이스 ‘어울림(AULIM)’을 운영한다. 

민 대표는 복지용품 제조 창업, 목공지도사 활동 등 경험을 살려 취약계층의 취업?창업 활동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지역 내 위기 청소년을 위한 메이커 공간 및 프로그램 등을 운영해 멘토링을 실시한다. AULIM은 장벽을 없앤 ‘배리어 프리’ 메이커 스페이스를 지향해 장애인은 물론 일반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문을 연다.

공생 측은 “AULIM은 문턱과 모서리를 제거하고 넓은 출입구를 설치하고 안전한 가구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지역 복지기관과 연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 및 운영하고, 장애인?청소년?노인 등을 지도자로 양성하며, 취약계층이 생산한 제품을 판매하는 등 전략으로 지속가능한 공간으로 발돋움해간다는 목표다.

[부여] 백제문화 꽃피운 고장에 전통의 숨결 더하는 ‘자온길’

부여의 작은 마을 '규암'에 조성된 '자온길'에는 전통예술 공방을 비롯해 책방, 식당, 카페 등이 조성된다./사진제공=자온길

충남 부여군의 ‘자온길’은 백마강변의 작은 시골마을 ‘규암’에서 진행 중인 도시재생 프로젝트다. 한때는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지금은 빈 집, 빈 상가만 가득한 곳에 새로운 쓰임을 만든다. ‘자온(自溫)’은 ‘스스로 따뜻해지다’는 뜻으로, 문화?예술인들이 서점?공방?식당?갤러리 등을 운영해 조용한 마을이 다시 사람들의 온기로 가득 차길 바란다는 마음을 담았다.

프로젝트를 이끄는 박경아 자온길 대표는 10년 넘게 전통 공예 제조 분야에 몸담아온 베테랑이다. 한국전통문화대 전통미술공예학과를 졸업하고, 서울 인사동에서 전통 고유의 기술로 제작한 생활용품 및 의류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경기 파주 헤이리 예술인 마을 사옥을 건설하기도 했다. 

2018년 5월 부여 규암마을에서 도시재생 프로젝트 ‘자온길’을 본격 시작하며 유휴 공간에 새 숨결을 불어넣었다. 박 대표는 “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전통공예의 매력을 알릴 방법과 작가들에게 충분한 시?공간을 허락하는 마을을 함께 고민했다”며 “도시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을 여러 번 경험해 사람들이 모두 떠난 지방의 빈 마을로 가자고 마음을 먹었다”고 설명했다.

부여는 1400년 전 삼국시대 ‘백제’의 문화를 꽃피운 고장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지역으로 ‘백제금동대향로’를 비롯해 문화재 237점을 보유하고 있다. 자온길은 역사와 문화를 품은 고장에서 동양의 감성을 담은 의류, 정성으로 빚은 도예가의 그릇, 장인의 솜씨로 만든 고가구 등 사람들의 일상을 빛내줄 제품을 만들고 판매한다. 여기에 숙박시설, 레스토랑, 카페 서점 등을 더해 복합 문화공간으로 발돋움한다는 목표다.

[세종] 일손 필요한 농촌, 일자리 부족한 도시를 잇는 ‘푸마시’

'푸마시'에서 새롭게 선보인 공유농업 플랫폼 '팜메이트'는 농장주, 도시민, 크리에이터 등을 연결한다./사진제공=푸마시

‘푸마시’는 농촌의 일손 부족, 도시의 일자리 난을 해결하기 위해 탄생한 ‘농촌 일자리 플랫폼’이다. 인력이 필요한 농가와 일자리를 원하는 도시민을 연결해 서로의 결핍을 채운다. 기업명은 농사일을 차례로 거들어주는 전통 풍습 ‘품앗이’에서 가져왔다. 2015년 7월 세종시에 법인을 설립한 이후, 경기 여주와 제주도에 직영농장을 설립하는 등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연세대학교에서 공학을 전공하고, 영국왕립농업대학에서 한국인 1호로 국제 MBA 과정을 수료한 김용현 대표가 세운 스타트업이다. 3대째 농업에 종사하는 집안 경험과 학교에서 배운 과학 지식과 IT 기술 등을 접목해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었다. 유학 도중 한국 농업의 가장 큰 문제가 ‘일손?일자리 부족’ 임을 깨닫고, 둘을 연결하는 아이디어를 발전시켰다.

푸마시는 일손이 필요한 농장주, 일자리가 필요한 구직자를 중간에서 이어주는데, 중개 수수료는 없다. 혁신적 방법을 이용하고 싶은 농장주와 도시 밖 일자리를 경험하기를 원하는 구직자들이 주로 푸마시를 이용한다.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이들 가운데 농작업, 농촌을 먼저 체험해보고 싶어 하는 이들도 다수다. 

최근에는 농장주와 도시인을 소통을 돕고 갈등을 줄이는 ‘농장 코디네이터’를 육성하고, 농촌의 자원으로 더 나은 가치를 만드는 ‘공유 농업’을 운영하는 서비스 ‘팜메이트’도 시작했다. 농부와 도시민이 공동 경작을 하고, 농촌 기반 문화 행사나 농작물을 가공품으로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 등을 통해 농촌과 도시를 연결한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