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사회공헌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SK그룹은 지난 5월 올해 첫 사회적가치 측정 결과를 공개했고, 현대차도 올해 처음으로 국제 지속가능경영 평가의 글로벌 표준인 DJSI(Dow Jones Sustainability Indices)를 도입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200대 기업의 사회공헌 지출 규모는 2017년에 이미 3조원에 달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은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기업의 사회공헌 수요와 사회적경제기업을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사회적경제 소셜브릿지 공모전’을 개최한다. 사회적경제기업이 공공·민간 기업의 CSR팀에 사회적가치 성과 확대를 위한 협업 프로젝트를 제안하는 사업이다.

기업에 제안할 사회공헌사업 아이디어가 있는 사회적경제기업 및 유관기관은 단일기업(기관) 또는 컨소시엄 형태로 신청할 수 있다. 최종 선정되면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역량강화 교육을 거쳐, 올 11월 ‘소셜브릿지데이’에서 프로젝트 발표·기업 CSR담당자와의 네트워킹의 기회를 가진다. 선정 분야는 사회공헌 분야 ▲도시재생·지역상생 ▲교육편차 해소 ▲환경보호·지속가능한에너지 ▲일자리와 고용보장 4가지다. 사업제안의 구체성, 실행가능성, 효과성 등을 평가해 12개 내외 기관이 최종 선정되며, 9월 11일(수)부터 29일(일) 자정까지 모집한다.

공모 마감에 앞서 주최측은 19일(목) 서울 용산구 상상캔버스에서 참여 희망 기업들을 대상으로 사전설명회를 진행했다. 설명회에선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들 모임인 ‘CSR포럼’의 김도영 대표의 대기업 중심 CSR동향에 대한 강연이 있었고 이어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소셜브릿지’ 사업 소개, 사업 제안서 작성법 설명이 있었다.

대기업 중심의 CSR 트렌드를 분석·발표한 'CSR포럼' 김도영 대표

김도영 대표는 기업 사회공헌 실무자이자 연구자로서 대기업의 CSR 트렌드를 분석했다. 현재 기업은 CSR을 기업의 미션과 연계해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한다. 이는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일시적 자선사업이나 홍보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던 과거와 다르다.

그는 기업의 사회공헌을 “이해관계자의 기업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충족시키는 활동”이라고 정의하며, 사업을 제안하고자 한다면 그들의 주요 이해관계자가 누구인지 정의내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때 이해관계자는 주주뿐만 아니라 소비자, 종업원, 지역사회, 언론, 정부, 환경, 시민단체 등 다양하다.

예를 들어 코스메틱 브랜드는 주 고객층이 여성이기에 그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젠더문제, 환경문제 등에 관심이 클 테고, 이를 정확히 파악해야 서로 간의 파트너쉽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다는 거다.

덧붙여 김 대표는 사회공헌활동의 지속가능을 위해 성과 측정 지표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공헌의 효율성과 효과성에 대한 증명이 사회공헌사업에 투자하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그는 “기업의 자본 유치는 정밀한 편익분석을 거쳐 이루어기 때문에 측정 없이는 기업이 경영난을 겪을 때 사회공헌 분야 예산이 가장 먼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측정체계 마련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 대표는 “성과의 측정은 개인이 할 수 없다. 중간지원기관에서 가이드라인을 주고 표준화시켜 함께 해 나가야 하는 과정”이라며 사회적기업진흥원 등 중간지원기관의 역할을 강조했다. 일부 기업은 자체적으로 측정 기준을 개발해 현실화시키고 있다. SK의 사회성과인센티브가 그 예다.

기업의 사회공헌과 긴밀한 관계를 맺기 위한 팁도 제공했다. 특히 그는 한 사회적경제기업 관계자와 꾸준히 사회공헌 분야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다 실제 파트너쉽으로 이어져 성공적인 CSR 프로젝트를 수행했던 경험을 예로 들면서 지속적인 관계망 구축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소셜브릿지' 사전설명회에 참석한 참가자들. 사전설명회는 서울 용산구 상상캠퍼스에서 진행됐다.

사업을 주관하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자원연계팀의 박경정 팀장은 "사회적경제 주체들이 기업 사회공헌영역과의 네트워킹을 필요로 한다는 확신을 갖고 사업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진흥원은 사전설명회에 참가한 이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기업은 자본뿐만 아니라 시설 등 다양한 자원을 갖고 있으니 필요를 면밀히 파악해 협업을 제안할 수 있도록 하라고 조언했다. 또한 박 팀장은 “진흥원이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에게 본인 사업의 취지를 잘 설명할 수 있다면 신뢰를 얻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며 지원자들이 진흥원을 잘 활용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사전설명회에 참여한 사회적기업 ‘컴윈’ 소속 김혜란(31) 씨는 기업 사회공헌사업에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데 겪었던 어려움을 회상하며 “강연을 통해 기업 사회공헌활동이 무얼 요구하고 필요로 하는 지 알 수 있어 유익했고, 단순매칭이 아니라 진흥원의 조율이 있어 사업 진행에 추진력이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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