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금융은 현장 사회적경제기업이 실패를 무릅쓰고 도전을 가능하게 하는 따뜻한 금융입니다.
하루빨리 법과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지만,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근거법 통과가 어렵습니다.”
20일 더불어민주당 사회적경제위원회(위원장 김정호, 국회의원/김해시을)가 (재)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이하 연대기금)과 공동으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연 토론회 '사회적금융 현황과 과제'에서 김정호 의원은 “하루빨리 법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사회적금융의 플랫폼을 만들고, 자금난으로 목말라 하는 사회적경제기업의 해갈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사회적경제 기업 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한 바 있는 서형수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사회적경제기본법이 통과되기는 어렵고 21대에서나 제정을 다뤄볼 수 있을 것"이라며 "그만큼 현실의 벽이 높다"고 말했다.
올해 2월 25일 전국위원회로 공식 출범한 더불어민주당 사회적경제위원회는 우리나라 사회적경제 활성화와 지원체계 구축을 위해 사회적경제 이해당사자들과 협력해 정부 정책 실현에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정책페스티벌의 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사회적금융의 질적 성장이 더딘 상황에 대해 참여자들이 제도적인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중개기관 육성→사회적경제 조직 자산화로 가치 창출
이날 발표를 맡은 장지연 연대기금 경영기획실장은 민간 금융과 다른 사회적금융이 활성화됐을 때 어떤 효과가 생기는지 서울 광진구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주도한 시민 자산화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장 실장은 “광진구 지역의 사회적경제 주체들이 돈을 모아 2017년 36억 원의 공동자산투자로 공유 공간을 조성했다”며 “사회적경제조직에 대한 은행대출 규모가 커졌을 때 어떤 성장 경로로 이어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예”라고 설명했다.
지상 4층짜리 건물인 공유 공간 1층에는 광진생협·공유밥상 등이 입점했고, 2층에는 광진구 마을주치의 역할을 하는 ‘더불어 내과,’ 3층에는 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 4층에는 광진주민연대와 광진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가 자리했다. 한 건물에 여러 사회적경제조직이 입주해 있다 보니 상생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것. 해당 주체들은 현재 기금을 만들어 운영 중이며, 사회적경제 법인격뿐 아니라 소상공인이나 시민단체와 함께 사회적 가치를 위한 다양한 활동에 사용한다.
장 실장은 성공사례가 더 많아지려면 사회적금융을 ‘주업’으로 하는 사회적금융 중개기관이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도기적으로 기존의 지원 조직들이 사회적금융을 중개하는 역할을 병행하며 점차 사회적금융 기관으로 발전해갈 수 있겠지만, 결국 금융 전문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의미다. 장 실장은 이를 위한 제도적 기반으로 사회적경제기본법의 통과를 강조하며 “법안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사회적금융에 대한 정의, 정부 지자체의 기금 설치에 관한 근거와 기금 활용 방안 등이 담겨 있어 관계금융이자 연대금융으로서 사회적금융의 장점이 발현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제≠보험, 차이 이해 기반 필요
‘사회적경제 공제사업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발표한 김대훈 세이프넷지원센터 이사장은 사회적경제 공제 활성화 이전에 ‘공제’에 대한 관점을 정립할 필요를 언급했다. 공제를 유사보험으로 바라보는 시선 때문이다. 그는 “생협도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 덕에 공제사업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생겼지만, 주무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의 우려로 실질적으로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0년 각 생협 연합회(두레·아이쿱·한살림 등)가 공제사업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의 법이 통과됐지만, 2017년 2월 공정위는 개별 연합회가 아닌 ‘전국’ 연합회에 한해서만 공제사업을 허용한다는 취지의 생협법 개정안을 추진한 바 있다. 생협들이 모여 더 큰 규모의 전국연합회를 만들어야 공제사업의 실행 주체로 인정하겠다는 것이었다.
김 이사장은 공제를 유사보험이 아닌 상호 부조의 고유한 형태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험과 원리는 비슷하지만, 운영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은 전혀 다르다는 이야기다. 그는 “공제는 운영 주체, 준거법률, 가입 대상 등에서 보험과 차이가 있으며, 특정 유대가 있는 사람들끼리 한다는 점이 본질적인 차이를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문제는 생협 외 사회적경제 내에서 공제사업 논의가 본격화될 때도 똑같이 반복될 것”이라며 “주무 부처의 행정 편의적 발상, 규제 중심적 시각을 버리고 공제와 관련된 사회적경제 조직의 소관 부처 간 일관된 정책방침과 입법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 사각지대 대책 마련 필요...민간기관 힘 모아야
사회적경제조직 내에서도 금융 이용 기회는 고르게 분포돼있지 않다. ‘사회적금융협의회’가 7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은행권에서 이뤄진 대출공급을 사회적경제기업 유형별로 나눠봤을 때 사회적기업 유형이 전체의 73.8%(1,414억 원)를 차지했다. 문보경 사회적경제연대회의 금융위원장은 “정책 및 금융권 자금 이용 기업의 편중 현상이 발생하고 있으며, 공급이 증가하는 중이지만 사각지대도 있다”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금융 사각지대 유형에 ▲대출을 어디서 받아야 하는지 모르는 기업, ▲아직 유효한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거나 개인사업자로 존재하는 등 형식적인 요건을 못 갖춘 기업, ▲매출 부재와 과다 채무 등으로 재무상의 문제로 심사에서 탈락을 반복하는 기업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보 부족, 자격 미달, 열악한 재무 상황 등이 원인이 된다는 뜻이다.
문 위원장은 이에 대해 민간 금융기관의 역할을 제언했다. △신용협동조합법 개정 △신협이 한시적으로 신용 보증에 근거한 대출을 허용하는 방안 △지역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농협·새마을 금고의 역할 강화 △민간 은행 간의 사회적경제 구제금융 기금 조성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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