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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TV 프로그램에서 이혼 직전의 부부가 연극으로 관계를 개선하는 것을 방영했다. 실제 갈등 상황을 연기로 재연해 심리를 치료하는 ‘싸이코 드라마’는 연극 심리치료의 대표적인 예다.

‘예술 치유 품 사회적 협동조합’(이하 치유연극 공간 품) 고은숙 대표는 “많은 분이 연극 심리치료를 싸이코 드라마로 생각하는데, 저희는 이를 포함해 다른 기법도 사용해요.”라고 말했다. 실제 있었던 일을 다루는 게 때로는 그 상황에 갇혀버리는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은숙 대표가 조합원들이 함께 그린 예술치유 품 그림 앞에서 웃고 있다. /사진=전지은 청년기자

영등포구청 별관, 사회적 경제 센터 3층에 위치한 치유연극 공간 품은 1년이 채 안된 신생기업이다. 신생기업을 이끌지만 고 대표는 올해로 10년 차인 연극 심리상담사다. 조합원 대부분이 연극 심리 상담사인 이곳은 6명으로 시작해 현재 10명의 조합원이 모였다.

연극 심리 상담사의 국가공인 자격증은 없지만, 민간 자격증 발급단체나 협회를 통해 관련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연극 심리치료 석박사 학위 과정도 있다. 공식 명칭은 예술 치유 품 사회적 협동조합이지만 치유연극 공간 품으로 불리는 이유를 물었다. “이름을 들으신 분들이 여기가 뭐 하는 곳인지 모르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서브네임을 만들었어요”라고 대표가 웃으며 답한다. 그는 “둥지처럼 포근하게 안겠다는 의미의 품”이라며 “내담자들에게 편안하고 포근한 품을 내주고 싶어서”라고 덧붙였다.

처음 고 대표는 협동조합을 알지 못했다. 주변인의 권유로 선택한 협동조합은 시간이 지날수록 연극상담의 취지와 잘 맞는다고 느꼈다.

“연극도 예술이기에 창의적인 생각이 중요해요. 위계질서에 갇히면 생산력이 저하돼요. 연극은 특히 여럿이 하잖아요. 평등한 입장에서 협동하는 게 중요하죠.”

작년 서울숲 버스킹 장면 /사진=치유연극 공간 품 블로그

작년 서울숲, 조합원들은 보수 없이 버스킹 연극을 했다. 우울증, 공황장애 등의 병증을 가진 사람부터 일반인까지 대상을 넓히려 한 노력이었다. 고 대표는 “지나가는 사람이 자발적으로 멈춰서 참여하게 하려면 그만한 메리트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버스킹으로 일반인이 어떤 포인트에 반응하는지 학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버스킹이 조합원 역량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 것이다.

‘나였기에 망정이지’ 포스터. /사진=치유연극 공간 품 블로그

작년 버스킹에 이어 올해는 ‘나였기에 망정이지’(이하 나망정) 연극치료 워크숍을 진행한다. 이종의 집단 심리치료 프로그램이다. 8월 31일 시작해 9월 28일까지 한다.

“지금 사회는 ‘나였으니까 그래도 이 정도 한 거야’라고 생각하게 하기보단 남을 탓하거나 좀 더 잘했어야 했다고 채찍질하는 분위기잖아요. ‘나망정’으로 자신을 보듬을 수 있길 바랍니다.”

주 4시간, 4주간의 프로그램 가격은 10만 원으로 다른 힐링 프로그램보다 저렴한 편이라고 한다. 마음이 아픈 사람들은 경제적으로도 힘든 경우가 많다. 사회적 협동조합의 책임이기도해 비용부담을 낮췄다는 설명이다.

대기업에서 후원을 받고 무료로 힐링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제 시작한 기업이니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라는 게 고 대표 설명이다.

치유연극 공간 품 대문사진. /사진=치유연극 공간 품 페이스북

일반 내담자는 연기자가 아니기에 연기를 낯간지럽게 생각하기도 한다. 소위 ‘발연기’가 다반사다. 상담 집중도가 떨어지지 않느냐는 질문에 “전혀 상관없다”는 답이 돌아온다.

“일상에서 누구나 연기를 해요. 저도 회사 대표 연기를 하고 있어요. 처음 누군가를 만나면 각자의 태도(애티튜드)가 있잖아요. 저희가 말하는 연기가 바로 이거에요. 연기 기술이 필요 없죠.”

고 대표는 “넘어져보라”고 말한다.

“넘어져 보는 거예요. 뒤로도 앞으로도 넘어지는 거예요. 우린 이걸 실험이라고 해요.”

문제 상황을 어떻게 전개할지 연습하는 것이 연극치료의 장점이라는 게 고 대표의 생각이다. 진짜 상황이 아닌 연극이니 실패해도 괜찮다. 이 실험에서 얻은 깨달음이 실제 상황에서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돕자는 거다.

얼마 전 고 대표는 상담 의뢰 전화를 받았다. 상담 요청자는 당사자가 아닌 그의 보호자. 당사자는 부정적 편견으로 상담을 거부했다. 내담자 본인이 원하지 않는 상담을 진행할 순 없었다. 고 대표는 상담 치료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있지만, 행복해지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상담효과가 더 크다고 했다.

“문화가 바뀌어야 하는 부분이 있어요. 꼭 아프지 않더라도 본인을 위해 용기를 냈으면 해요. 성숙한 자기 이해와 성찰이 있으면 더 행복해질 수 있어요.”

그는 자신이 어떤 취향인지 알고 행하면 행복해지는 건 당연한데, 상담은 이를 찾도록 돕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일반인을 세분화해 대상을 넓혀가는 등 치유연극 공간 품의 워크숍 프로그램 종류를 넓힐 예정이다.

엄마를 대상으로 한 워크숍이 한 예다.
“저도 아이가 있어요. 엄마들이 할 말은 참 많은데 말할 대상이 없거든요. 엄마들끼리 모이면 공감하는 것들이 많으니 꼭 해보고 싶습니다.”

집단과 개인 프로그램 활동을 진행하며 연극 심리상담을 널리 알리고 대중화하는 것이 치유연극 공감 품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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