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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석진 서대문구청장과 내빈

“사람은 단지 살기 위해 먹지 않아요. 밥을 먹으며 우리는 영양분과 함께 다채로운 경험을 얻죠. 일상의 ‘밥 먹기’는 알고 보면 신체와 정신 모두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일입니다.” -김소연 경희대 공공대학원 교수-

밥은 공간과 사람들을 연결해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매개체다. 지난달 30일 서대문구가 개최한 ‘제3회 안전한 먹거리 포럼’에서는 지역공동체에서 ‘밥’의 의미가 새롭게 각인됐다.

서대문구청 푸드플랜 TFT와 사회적경제과가 주최한 이 자리에는 엄마품애(愛), 집밥, 품 등 협동조합이 참여해 ‘지역사회 먹거리 정책’을 논했다. 특히 이웃끼리 조리공간을 공유하며 식사도 함께 하는 소모임 ‘마을밥상’의 경제적 효과와 사회안전망 기능에 기대가 컸다. 돌봄 기구로서 가능성도 돋보였다.

포럼 참석 패널들.

이날 발제를 맡은 김 교수는 마을밥상의 사회안전망 효과를 설명했다.

그는 “먹거리정의센터의 2017~2018년 조사 결과 마을밥상 참여자 80.5%가 마을밥상을 통해 고립감과 사회적 단절을 해소했다고 답했다”며 “주민들이 마을밥상에 참여해 사회 소속감, 자기효능감을 얻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저소득층 결식 뿐 아니라 ‘먹거리 신빈곤층’ 문제도 마을밥상이 해결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리공간, 조리지식,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식사를 챙기지 못하는 먹거리 신빈곤층 문제는 협업을 통해서만 극복할 수 있다”며 “마을밥상에서 주민들이 조리 지식, 도구, 공간을 공유하며 상부상조 가치를 실현한다”고 말했다.

한선희 품 협동조합 이사장.

대전 사례를 소개한 한선희 대전 로컬푸드 교육센터 품 협동조합 이사장은 마을밥상의 경제적 잠재력을 시사했다. 한 이사장이 소개한 곳은 대전 유성구 주민들과 지자체의 협업으로 탄생한 케이터링 사업체 ‘열린부뚜막 협동조합’이다.

그는 “지자체가 마을밥상 참여자에게 전문 교육과 시장 진입 기회를 지원한다면 지역사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이사장은 “지역사업으로 발전한 마을밥상은 지역 농산물을 적극 소비하고, 고용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며 지역경제에 기여한다”면서 “마을밥상은 도시재생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정토론에서는 마을밥상의 돌봄기구 기능이 부각됐다. 이지숙 서대문구 엄마품애(愛) 대표가 적극 발언에 나서면서다. 엄마품애(愛)는 자녀들의 방과후 돌봄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서대문구 ‘직장맘’과 ‘전업맘’이 모여 결성한 마을밥상이다. 과거에는 아이들이 하교 후 혼자 시간을 보내거나 이른바 ‘학원 뺑뺑이’를 돌며 부모님 퇴근시간까지 공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건강한 식사와 정서적 돌봄을 성취하기 위해 엄마들이 모여 만들었다. 이 대표는 “엄마들이 일정을 정해 마을밥상에서 아이들의 식사를 챙기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공동육아 형태”라며 “직장맘, 전업맘들이 협업하면서 서로 더 이해하게 됐고 공동체 친밀감도 높아졌다”고 성과를 밝혔다.

이경선 서대문구의회 의원.

갈무리 시간에는 마을밥상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서대문구의 지원 방침이 소개됐다. 차승연 서대문구의회 구의원은 “조직의 특성에 따른 맞춤형 지원을 통해 마을밥상이 협동조합 설립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발전시킬 계획”이라며 “각 동마다 마을밥상 공간을 최소 1개씩 마련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차 의원은 “공간, 재정, 운영을 비롯한 모든 행정적 지원의 최종 목적은 지원에 의존하던 협동조합의 자립”이라며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마을밥상, 먹거리 협동조합이 증가할수록 내실 있는 시민사회가 구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을밥상은 지역사회에 기반한 식생활 공동체다. 이웃끼리 공동공간에 모여 식사와 함께 다양한 활동을 하는 소모임이 기본적인 모습이다. 마을밥상은 구성 목적과 구성원에 따라 뚜렷한 개성을 가진다. 서울시내 마을밥상은 5개 유형으로 구분되며 운영 주체는 대부분 지역 주민과 협동조합이다.

◇서울시내 마을밥상 유형

보장형 지역사회 내 결식 해결과 빈곤층 자활을 목적으로 한다. 주거빈곤지역, 노숙인 밀집지역에서 나타난 유형이다. ‘동자동 식도락’ ‘망원2동 경로당’ ‘난곡이웃사랑방’이 운영 중이다. 공동 조리 및 식사 공간과 함께 독서, 알뜰시장, 환경운동 등 소모임 활동을 겸한다. 단순한 무료급식소와 차별화된 문화공간을 표방한다.

1인가구형 친목을 도모하고 조리기술을 공유하는 등 취미활동 성격이 강한 유형이다. 대학가와 고시촌이나 임대아파트처럼 조리공간 확보가 어려운 지역에서 결성됐다. 현재 ’청년 공유부엌 이음’ ‘대대식당’ ‘진구네 식탁’이 운영되고 있다. 독거노인부터 청년 자취생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1인가구가 참여한다.

지역공동체형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해 돌봄공백, 청소년 교육 등 대다수 공동체 구성원이 겪는 문제를 협업해결한다. ‘관악주민연대’ ‘엄마품애(愛)’ ‘아지트틴스’가 운영 중이며 참여자는 대부분 아동, 청소년, 여성이다. 엄마들이 차례로 마을밥상 공간을 지키며 자녀들의 식사와 교육을 담당하는 ‘공동육아’의 모습이다.

자율형 마을공동체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결성된 마을밥상이다. 식사를 매개로 강화된 주민 소통이 문제의식 공유, 주민 수요 파악으로 이어진다. ‘저녁해방모임’ ‘인수마을밥상’이 운영 중이다. 마을 주민끼리 구성한 소모임 형태이며 주민 자율적으로 운영된다.

사회적기업형 사회 문제 해결과 사회적 가치 창출을 목적으로 한다. 먹거리를 주제로 능동적인 시민사회활동을 지향하는 조직이다. 지역이나 거주지 제약 없이 다양한 구성원이 참여한다. ‘건강한 농부’ ‘전환마을’ ‘마을무지개’가 대표 사례다. 소규모 마을밥상이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으로 성장한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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