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꽈리고추찜과 디그니타스>

1.
기껏 나이 예순 전이건만 아내는 벌써 내 노년이 걱정인가 보다. 입버릇처럼 어디 아픈 데 없는지 묻고 행여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무조건 병원으로 끌고 간다. 
이상 없다고, 아직 건강하다고 아무리 주장해도 소용이 없다. 몇 년 전 가볍게 대상포진을 앓았는데 그 바람에 가뜩이나 걱정이 많은 사람, 마음만 더 바빠진 것이다. 
아내의 불안도 이해가 간다. 정정하시던 장인께서 갑자기 쓰러진 후 10여 년을 누워계시다가 불과 몇 년 전에 영면하셨다. 
나한테 문제가 생기면 당장 장인의 모습이 겹쳐 보일 것이다. 생전의 장인처럼 술을 좋아하는 것도 문제다. 
어느 쪽이든 연명치료는 하지 않기로 얘기는 해두었다. 장인의 무리한 연명치료 과정을 보며 둘 다 기겁을 한 탓이다. 
인간의 수명이 늘었다지만 이 정도 나이가 되면 언제 죽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이미 세상을 등진 친구도 여럿이 아닌가. 
문제는 언제 죽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죽느냐다.

2.
인간은 존엄하게 죽을 권리가 없는 걸까? 
사실 연명치료 중단만으로는 부족하다. 
한 선배는 때가 오면 조용히 깊은 겨울 산을 찾겠다고 했다. 
물론 여러 가지 이유로 해서도 안 되고 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그분도 어떻게 삶을 마감할지 고민에 고민을 했으리라. 
'디그니타스' 안락사를 도와주는 기관이다. 
스위스를 비롯해 해외에 있으며, 한국인 두 명도 이미 그곳의 도움을 받았다는 기사도 보았다. 
존엄사, 죽음의 자기결정권. 개념이야 어떻든 우리나라에서도 이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기를 바란다. 되도록 빨리. 
존엄을 지킬 권리를 찾기 위해 비행기 타고 외국까지 가고 싶지는 않다. 

3.
<꽈리고추찜>
고추 수확철이다. 청양고추는 냉동하면 겨우내내 요리에 사용할 수 있지만 꽈리고추는 싱싱할 때가 제일 맛있다. 조림, 볶음 어디에도 어울리지만 그중 최고는 매콤달콤한 찜이다. 

4.
<재료> 
꽈리고추 20개, 밀가루 4~5T, 양념장(간장 3T, 고추가루 1T, 다진 청양고추 1개, 설탕 1T, 물엿 1T, 마늘 1/2T)

5.
<조리법>
1. 꽈리고추는 꼭지를 따고 물에 깨끗이 씻어 채에 담가둔다. 
2. 큰 그릇에 밀가루와 고추를 넣고 흔들어 밀가루가 고추에 골고루 묻게 한다. 이때 고추에는 어느 정도 물기가 있는 게 좋다. 
3. 찜통에 고추를 넣고 5분 정도 찐다. 밀가루가 투명해지면 익었다고 보면 된다. 
4. 그릇에 찐 고추와 양념장을 넣고 숫가락 등으로 비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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