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the 이로운법] 8. 사회적 가치와 법
[알면 the 이로운법] 8. 사회적 가치와 법
  • 이로운넷=이동훈
  • 승인 2019.09.24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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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인싸템 ‘사회적 가치’

지난 5월에는 ‘소셜밸류커넥트 2019(Social Value Connect 2019, SOVAC)’가 개최되고, 7월에는 작년에 이어 경제영역에 사회적 가치를 접목한 전국 사회적경제박람회가 개최되었다. 그리고 그 열기를 이어 각종 공공기관들의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민간기업들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지원 등 연일 사회적 가치에 관한 새소식들이 전해지고 있다. 바야흐로 ‘사회적 가치(Social Value)’가 인싸가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다만, 아직 사회적 가치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합의된 개념이 없다. 물론 사회적 가치를 “일정한 사회 또는 집단에서 중요하거나 타당하다고 공유되고 있거나 지향하는 가치” 정도로 이해하고, 이를 하나의 단일한 의미로 합의하려는 시도(즉, 법제화)들은 계속되고 있다.

예를 들어, 흔히 ‘사회적 가치 기본법(안)’이라고 부르는 국회에 계류 중인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안)에서는 사회적 가치를 “사회·경제·환경·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가치”라고 하면서,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는 기본 권리로서 인권의 보호’, ‘재난과 사고로부터 안전한 근로․생활환경의 유지’, ‘건강한 생활이 가능한 보건복지의 제공’, ‘노동권의 보장과 근로조건의 향상’, ‘사회적 약자에 대한 기회제공과 사회통합’, ‘대기업, 중소기업 간의 상생과 협력’, ‘품위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 ‘지역사회 활성화와 공동체 복원’, ‘경제활동을 통한 이익이 지역에 순환되는 지역경제 공헌’, ‘윤리적 생산과 유통을 포함한 기업의 자발적인 사회적 책임 이행’, ‘환경의 지속가능성 보전’, ‘시민적 권리로서 민주적 의사결정과 참여의 실현’, ‘그 밖에 공동체의 이익실현과 공공성 강화’ 등을 포함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사회적 가치를 법제화 하는데 있어서는 여전히 여러 난제가 남아 있는데, 아래에서는 그 중 특히 어려운 3가지 난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사회적 가치 기본법은 왜 필요한가요?

이미 대한민국에는 약 5천 개의 법령이 존재한다. 이외 행정규칙, 자치법규 등까지 포함하면 10만 개가 넘는 규범이 있다. 그리고 이들 수많은 법령과 행정규칙, 자치법규들에는 이미 위와 같은 내용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어,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는 기본 권리로서 인권의 보호’는 이미 헌법의 핵심가치로서 모든 실정법을 관통하는 핵심원리가 된다. 또한 ‘재난과 사고로부터 안전한 근로․생활환경의 유지’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등에, ‘건강한 생활이 가능한 보건복지의 제공’은 「산업안전보건법」이나 「보건의료기본법」, 「모자보건법」 등에, ‘노동권의 보장과 근로조건의 향상’은 「근로기준법」 등에, ‘대기업, 중소기업 간의 상생과 협력’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등에, ‘환경의 지속가능성 보전’은 「환경정책기본법」 및 「대기환경보전법」, 「물환경보전법」, 「지속가능발전법」 등으로 구체화 되어 있다. 굳이 하나하나 열거하지 않더라도 현재 논의되는 모든 사회적 가치들은 이미 수많은 실정법에 모두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물음이 남는다. 굳이 왜 사회적 가치에 관한 새로운 법이 필요한 것인가? 기존 법들과는 어떤 관계에 놓이는가?

사회적 가치의 실현에 있어 위법, 적법이 중요한가요?

사회적 가치 기본법(안)은 특히 공공기관에 모든 정책·사업·업무 등을 수행하는데 있어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노력 책무를 부과한다. 그 때문에 이 법(안)은 자칫 공공정책 및 관련 행위들을 적법과 위법으로 나누게 될 우려가 있다. 즉,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정책이나 행위는 적법으로 판단되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지 못하는 행위는 위법으로 판단되는 것이다.

그런데 앞서 살펴본 사회적 가치들이 과연 그렇게 판단될 수 있는 것들일까? 예를 들어, ‘장애인 3% 고용 의무화 정책’은 적법한 것인가 아니면 위법한 것인가? 이를 5%로 높이면 또는 1%로 낮추면 적법과 위법 여부가 달라지는가?

게다가 적법하면 모두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것인가? 사실 굳이 사회적 가치의 실현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위법한 행위는 당연히 하면 안 된다. 장애인 3% 고용 의무화 기준이 법으로 정해지면 당연히 지켜야 할 뿐 3%를 지켰다고 특별히 칭찬할 일이 아니다. 우리가 사회적 가치의 실현 정책을 고민하는 건, 단지 적법한 행위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적법한 행위’, 즉 법으로 강제하지 않더라도 3%보다 높은 수준의 장애인 고용을 스스로 선택하는 ‘더 바람직한 행위’를 독려하기 위한 데 있다.

그런데 법은 최소한의 기준을 정할 뿐 ‘더 적법한 것과 덜 적법한 것’, ‘더 바람직한 것과 덜 바람직한 것’을 구별하지 않는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법으로 정해진 기준을 충족하면, 굳이 그 이상 바람직한 것을 달성하려고 하지 않는다. 즉, 법적 기준의 앵커효과(anchor effect)가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적 가치의 법제화는 오히려 그 입법의도와 달리 사회적 가치 실현의 확대에 있어 장애물이 우려가 있다.

사회적 가치가 변하면 어떻게 하나요?

일정한 사회 또는 집단에서 중요하거나 타당하다고 공유되고 있거나 지향하는 가치라는 개념에서 확인되듯이, 사회적 가치란 일정한 시간적·공간적 범위 내에서 그 중요성과 타당성을 공유하는 가치이다.

이 때문에 사회적 가치는 변한다. 시대적 상황에 따라, 사회적 특수성에 따라, 시민들의 요구에 따라, 그리고 행위자나 권력자의 의지에 따라. 예를 들어, 열악한 노동조건의 개선이 우선되던 시대를 지나 일자리 부족의 해소가 우선되는 시대가 되었다. 모두가 쌀밥에 고깃국을 우선하며 보릿고개를 넘던 시대를 지나 불평등과 양극화의 해소가 우선되는 시대가 되었다. 그리고 내일의 우리에게 무엇이 우선될지는 아직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

그런데 법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법은 본래 안정성과 예견 가능성을 중요한 가치로 할 뿐만 아니라 법의 제·개정은 시간과 비용이 매우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오히려 사회적 가치 실현 정책의 유연성을 제약한다.

게다가 법은 우선순위(priority)를 허용하지 않는다. 여성 정책을 우선한다고 해서 장애인 정책이 중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고, 사회적 약자 배려 정책을 우선 추진한다고 해서 환경보전 정책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미세먼지가 화두가 된 시대에는 대기환경 보전정책이 우선하고, 식수의 부족 또는 오염이 문제가 된 특정지역에서는 물환경 보전정책을 우선할 수밖에 없다.

즉, 정책은 시대적·사회적 필요와 우선순위에 맞게 수시로 조정된다. 그러나 법은 이러한 우선순위를 허용하지 않는다. 설령 미세먼지가 심각하더라도 수질오염 역시 중요하게 다루라는 것이 법의 명령인 것이다. 

나오면서

우리는 법만능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특히 정책을 입법화하는 시도는 신중의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 강력한 추진력을 확보하기 위해 정책의 입법화를 시도하지만 모든 법제화는 장·단점이 공존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 가치의 실현에 있어 과연 어디까지, 어떤 방식으로의 입법이 필요한 것인가?’라는 물음에 구체적인 답을 구하는 과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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