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스랩에서 선보인 제품./ 사진=크리에이터스랩

최근 어린이들이 사용하는 장난감에서 유해물질이 노출되는 사례가 빈빈하게 발생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슬라임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됐다고 밝힌 바 있다. 부모들 사이에서는 “믿고 사줄만한 제품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만약 음식이 장난감이 된다면 어떨까. 옛말에 ‘먹는 걸로 장난치지 말라’고 하지만, 크리에이터스랩에서 만큼은 이야기가 달라진다.

#1. 실험에 나서다

“크리에이터스랩은 먹는 걸로 장난치는 회사입니다”

우유가 장난감이 되고, 설탕이 점토가 된다. 크리에이터스랩은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장난감을 만든다. 류정하 크리에이터스랩 대표는 “아이들 안전을 위한 제품을 개발한다”며 “특히 과잉 공급돼 버려지는 식재료를 이용한 장난감에 집중해 아이들 입에 닿아도 안전한 제품을 생산 한다”고 말했다.

류정하 크리에이터스랩 대표./사진=크리에이터스랩

대학 시절부터 아이들을 좋아했다는 류정하 대표. 관심은 자연스럽게 장난감으로 이어졌다. 류 대표는 “과거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수업시간에 아이들 장난감 속 유해물질 관련 프로젝트 수업을 한 적이 있다”며 “수업을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하던 중 우유가 응고되는 방법에 대해 알게 되면서 ‘제품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이어졌다”고 창업 계기를 설명했다.

모든 기업이 그런 것처럼 크리에이터스랩도 처음부터 일이 쉽게 풀린 건 아니다.

“제조 스타트업들이 겪는 착오는 모두 거친 것 같아요. 소비자 입장과 사업비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데 초반에는 그러지 못했죠.”

계속 도전하고, 실패하고, 보완해서야 제품을 출시할 수 있었다.

크리에이터스랩은 △어린이 장난감과 교육을 제공하는 ‘카우카우’ △엄마와 아이가 함께 쓸 수 있는 화장품 브랜드 ‘바이노바’ △CSR 측면의 프로젝트 ‘세이프티 주얼’ 등 총 3개 브랜드를 현재 운영 중이다. 그중 최근 가장 집중하는 브랜드는 카우카우다. 카우카우 브랜드에는 카우토이, 슈가클레이, 푸드아트 교육이 포함돼 있다.

장난감을 만들어보는 아이들./사진=크리에이터스랩

식재료 성분 이용해 가공하면 “장난감으로 변신!”

식재료가 어떻게 장난감이 될 수 있을까. 류 대표는 식재료 성분을 이용한 가공방법으로 질감에 변화를 줬다고 설명했다.

우유로 만들어진 카우토이의 경우 우유의 ‘카제인’ 성분이 산과 열을 만나면 단단하게 굳는다. 이는 고대에 카제인플라스틱을 만들어 사용했던 원리다. 류 대표는 “우유가 굳기 전에 점성을 더하면 점토 형태가 된다. 크리에이터스랩은 식품 유래 성분의 점성제를 개발해 우유가 플라스틱이 되기 전 상태를 유지하게 한다”고 말했다.

사탕수수(설탕)를 이용한 슈가클레이는 케익 위에 올라가는 설탕공예를 점토 방식으로 구현했다. 특히 슈가클레이는 아이들이 직접 만들고, 놀면서 먹을 수 있다. 먹기 위한 장난감으로 마카롱과 비슷한 맛을 낸다.

“카우토이의 경우 식품 성분이고, 장난감 안전과 관련된 인증을 받았지만 어디까지나 장난감이기에 굳이 먹는 걸 권장하지는 않아요. 식품은 장난감보다 조건이 까다롭잖아요. 그래서 ‘차라리 식품으로 장난감을 만들면 아이들이 더 안전하게 갖고 놀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카우토이는 지난해 출시됐고, 슈가클레이는 10월 크라우드펀딩으로 정식 오픈된다.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교육하는 류정하 대표./ 사진=크리에이터스랩

유치원·어린이집 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강사 양성

카우카우에 포함된 어린이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눈길을 끈다. 교육은 주로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진행하는 내용으로 구성했다. 아이들이나 부모와 함께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교육을 진행하는 강사 역시 크리에이터스랩이 양성한다. 류 대표는 “교육 내용은 12개월 동안 월1회 만들기를 할 수 있는 푸드아트 커리큘럼과 식품뿐만 아니라 빈병 등 재활용품을 활용한 업사이클 교육 등이 포함되어 있다”며 “키즈아트 교육인데, 내용에 다양한 분야를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강사 교육은 월별로 진행된다. 올해 6~7월 첫 강사교육이 시작돼 현재 강사 2기가 배출됐다. 수료자 중 10명의 강사가 파견 교육을 나가고 있다. 강사양성 교육이 자리 잡으면 향후에는 경력단절여성(경단녀)을 강사로 양성할 계획이다.

“교육은 주로 어린이집, 유치원,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진행해요. 인터컨티넨탈 키즈 라운지에서 2년째 교육을 하고 있고, 최근에는 DDP에서 운영되는 키즈 프로그램에 강사가 파견됐어요.”

“실패 거듭하며 진짜 나를 찾은 것 같아요”

올해 나이 27세. 기업을 이끌기에 젊다면 젊은 나이인 류 대표에게 힘든 점에 대해 묻자 “순간이 어렵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류 대표는 “창업을 할 때는 확고한 사업 계획과 경험 등을 바탕으로 해야 하는데, 대학생 때 창업을 한터라 시작이 매우 어려웠다”고 말했다.

사업 초창기에는 ‘어린 대표님’이라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일부러 나이를 속이고, 머리를 검게 염색하고 단정한 옷만 입으며 전문가처럼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류 대표는 “지금은 편해졌는데, 그때부터 알고 지낸 분들은 지금의 네가 훨씬 편해 보인다고 하세요. 그래도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건 다양한 경험과 실패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만 시간을 한 곳에 쏟으면 누구든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고 하잖아요. 2016년 3월부터 개발을 시작했으니 3년이 좀 넘었는데, 그 시간을 쏟고 나니 이제는 버틸 만 해요.(웃음)”

지난 7월 사회적경제박람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크리에이터스랩 부스를 찾았다./ 사진=이로운넷

‘작은 기업도 큰 기업만큼 가능하다는 것 보여주고 파’

크리에이터스랩은 그간의 노력과 능력을 인정받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we-star 발굴 프로젝트 지원기업으로 선정돼 사업비와 멘토링 등을 지원받았다. 특히 멘토링은 기업에 큰 도움이 됐다. 류 대표는 “우리가 원하는 분야의 멘토링을 신청하면 지원해 줘서 효과적으로 멘토링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지난 7월 제2회 대한민국 사회적경제 박람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부스를 방문해 주목 받기도 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아이들과 ‘돼지 만들기 체험’에 참여했다.

최근 기업의 노력과 가치를 대외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했지만, 류 대표는 돈을 많이 벌거나 규모가 큰 회사를 꿈꾸는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작은 기업이지만, 탄탄한 시스템으로 큰 기업만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면서 “기업의 방향과 비전, 아이들이 안전한 세상을 만드는데 우리 기업이 있어서 조금 더 나아졌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저는 오늘이 너무 행복하고 내일이 기대되고 내일 모레는 더 기대 돼요. 회사를 운영하니 왜 안 힘들겠어요. 그래도 직원들이 많이 힘이 돼요. 우리 회사 직원들은 문제가 생겨도 ‘잘 해결 했잖아. 또 할 수 있어’라는 마음을 갖고 있거든요. 정말 너무 고맙고 사랑해요.”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