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통역 일을 하며 시장수요를 파악해 봤어요. 결혼이주여성들이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현선 온아시아 대표가 사업 초기를 돌아보며 말했다. 온아시아는 결혼이주여성의 장점인 ‘특수언어’를 활용해 통번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이 대표는 북경어언대학에서 번역을 전공하고, 한국외대에서 중어중문학 석사과정을 밟았다. 이후 통역사로 활동했는데, 틈틈이 번역 업무를 함께하던 중국 출신의 결혼이주여성들을 만났다. 통역 업무를 맡아온 이력에 중국어와 한국어 구사 능력이 뛰어났지만 국내 생활환경, 사회 편견 등으로 꾸준히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환경은 이 대표가 직접 창업을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이현선 온아시아 대표는 "이주여성들에게는 교육에 참여하는 자체가 의미가 크다"고 참가자들의 반응을 설명했다.

주변에서도 창업을 독려해 줬다. 각국의 차(茶)를 활용한 창업 아이템으로 2014년 '소셜벤처 경연대회'에서 창업부문을 통과했지만, 본인이 가장 자신 있는 분야인 통번역 및 언어서비스로 사업영역을 전환했다.

교육 통해 전문통역사 양성, 수료생 200명 이상 배출

통역은 현장별 기업 여건과 주제, 통역 난이도 등에 따라 동시통역, 지역사회통역으로 그 범주가 다양하다. 지역사회통역에는 출입국관리소, 사법통역, 의료통역 등이 있다. 온아시아는 각 수요처에 따라 필요한 통역 수준을 구분해 통역 업무를 지원한다.

온아시아는 결혼이주여성에게 한국어 능력, 통역 기술 등을 교육해 전문 통역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다. 결혼이주여성들은 한국인이 국내에서 전문성을 기르기 다소 힘든 베트남어, 아랍어 등 ‘특수언어’를 모국어로 구사한다. 이들은 모국어를 활용해 전문 직업인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이 대표는 컨퍼런스, 세미나, 박람회 등 외에도 통역 업무가 필요한 분야가 다양하다고 말했다. 사진은 미용서비스업체 커커가 진행한 중국실무자 초청 교육현장.

현재 온아시아는 자체교육 수료생 230여명을 배출했고, 활동가능한 통번역 인력은 1000여 명에 이른다. 울산, 창원 등 국내와 베트남 현지까지 활동 지역도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

이 대표는 “통역사로 활동하기 위한 전문성 강화라는 교육 목적 이전에, 교육 자체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고 온아시아 교육프로그램을 설명했다. 당사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을 거쳐 수업을 기획·운영했기 때문이다.

교육 통해 얻는 효능감, ‘수혜자’ 넘어 ‘기여자’로

온아시아 프로그램은 상·하반기 두 차례로 나뉘어 운영된다. 결혼이주여성이 주 교육 대상이고, 새터민 대상 교육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들에게 교육은 성장 이전에 ‘한국 사회에서 구성원으로 함께할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진다.

교육에 감사를 표하며 울먹이는 수강생도 있고, 교육 수강이 간절하지만 아이 맡길 곳이 없어 아이와 함께 교육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당시 이 대표가 직접 아이를 돌보며 교육 수강을 도왔다.

무엇보다 전문직에 속하는 ‘통역사’ 활동으로 오는 만족도가 높고, 프리랜서로 활동이 가능하니 어머니, 아내로서 역할에도 충실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는 평가다. 이 대표는 “결혼이주여성 및 새터민도 충분히 ‘수혜자’가 아니라 ‘기여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교육은 하나금융그룹이 함께하면서 더 수준 높은 교육이 가능해졌다. 이 대표는 “지원을 통해 수업을 장기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다”며 “교육프로그램이 더욱 활성화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올해 상반기에 진행한 '결혼이주여성 통·번역 전문가 양성과정' 수료식. 온아시아는 상하반기로 나누어 양성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통번역 매칭 서비스 ‘트러플’ 론칭, 온라인 플랫폼 통해 사회에 기여

온아시아는 올 7월 인증 사회적기업이 됐다. 이 대표는 온아시아를 포함해, 기업이면 당연히 좋은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굳이 사회적기업이 아니어도, 착한기업이라는 수식이 붙지 않아도, 마땅히 사회에 좋은 일을 해야 한다는 지론을 밝혔다. “기업이 가진 능력으로 사회와 더 소통해야 한다”는 이 대표의 신념은 온라인 서비스 개발로 이어졌다.

이 대표는 "통번역이 필요한 많은 분야에 언어서비스를 제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생각을 밝혔다.

온아시아는 통역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온라인 서비스 ‘트러플(Truple, Trust People)’을 준비하고 있다. 통역이 필요한 수요자와 공급자를 매칭하는 플랫폼이다.

“사법 통역, 경찰서, 출입국관리소 통역 등 통역 서비스가 없어서 발생하는 사회 문제들이 많아요. 아직은 트러플을 만들어가는 단계지만, 온아시아의 비즈니스모델과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더 많은 곳들과 소통하고 사회문제를 푸는데 기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진. 박재하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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