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진료실은 책상과 모니터는 문을 향해 마주 있고, 환자분은 제 책상의 왼쪽 옆으로 들어와서 앉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자연히 진료를 위해서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게 되지요. 바퀴 달린 의자를 죽죽 밀고 가서 환자분의 얼굴과 몸을 마주하며 진료를 하면 좋겠는데, 공간 사정이 여의치 않아 결국 앉은 자리에서 고개만 왼쪽으로 돌리게 되곤 합니다. 몸도 같이 돌려보고 싶지만, 지난 차트의 내용도 봐야 하고, 이번 진료의 내용도 빠르게 타자로 쳐야 하니, 모니터를 향해 앉은 몸을 돌려 앉는 것은 쉽지는 않은 일입니다.

7년째 같은 자세로 일을 하던 어느 날부터 서서히 목이 오른쪽으로 돌아가지 않게 되었어요. 오른쪽으로 돌리려고 하면 뻑뻑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고, 어느 날부터인가 왼쪽으로도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려는 순간 날카로운 통증을 느끼게 되어, 진료에 집중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운동도 해보고 혼자 주사도 놓아보았습니다. 물론 도움은 되었지만, 아무래도 뒷목과 어깨라 혼자 어쩌지 못하는 부위의 특성 상 7년 동안 짧아질대로 짧아진 근육의 길이를 늘이기 위해 1:1 치료를 받기로 하였습니다.

치료를 받는 김에 평소 구부정하고 턱이 앞으로 빠져 있는, 이른바 ‘굽은 허리’과 ‘거북목’에 대해서도 같이 교정을 하기로 하였는데요, 교정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 모니터와 마우스패드의 방향과 위치를 바꿔서 고개 돌리는 각도가 바뀌도록 하였습니다.

- 진료실 의자 방석을 밸런스패드로 바꿨습니다. (척추를 곧추세우도록 의식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 진료 시 고개만 돌리는 것이 아니라 몸과 의자 전체를 돌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 매일 저녁에 집에서 폼롤러로 목과 어깨를 마사지하고, 스트레칭을 하고 있습니다.

- 요가, 근력운동 등 코어를 단련하는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진짜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데도, 한동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제가 어느 날엔가 1:1 치료를 해주시는 물리치료사 선생님을 붙들고, “제 영혼에 쉬는 시간이 없어요. 어떻게 자세를 해도 편하지가 않아요.”라고 투정을 부리고 있더라고요. 당연히 그 선생님은 웃으셨죠.

이전에 익숙하게 사용해오던 자세도 불편해지고, 새로운 (의학적으로 올바른) 자세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 그 사이 어딘가에 묘한 경계에 저는 위치해 있습니다. 제 근육은 이전까지 사용하던 편한 방식은 점차 버려가고 있지만, 올바른 방식은 아직 완전히 숙지하지 못한 상태라서, 지금도 앉은 자리에서 엉덩이를 살짝 들썩거려가며 오직 머리로만 알고 있는 올바른 자세를 찾아가는 중입니다.

몸이 새로워지는데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자세만이 아니라 만성질환도 마찬가지예요. 단 것을 좋아하시던 분이 당뇨를 진단받은 후 새로운 식단으로 바꿔가는 과정도 똑같습니다. 이럴 때는 미래의 좋아진 상태를 상상해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이 과정이 잘 끝나고 새롭고 올바른 방식이 몸에도 편해지고 나면 얼마나 가뿐하고 행복할지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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