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우 일본 테이쿄대학교수가 발표하고 있다./사진=이로운넷

"북한의 경제 시스템은 협동적 소유와 국가 소유가 공존한다. 북한에서는 지금도 생산협동조합이 만들어지고 있다.” - 이찬우 일본 테이쿄대학교수 -

북한은 다양한 협동조합의 경험과 가능성을 보유한 곳이다. 북한에서는 사회주의 계획경제로 이전하기 전인 1960년대 초까지 다양한 협동조합을 추진했고, 1948년 북한 인구의 절반이 참여할 정도로(소비조합원 520만명) 영향력이 컸다. 지금도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주체들이 활약하고 있다.

변화는 최근에도 감지된다. 북한은 이전 헌법에서 사회협동단체를 과도기적으로 규정했지만, 올해 4월 11일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는 헌법을 개정해 '사회주의 기업책임관리제'를 국가경제 관리의 기본 방식으로 제시했다. 기업책임관리제 하에서는 공장과 기업소가 많은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협동조합을 통한 민간경제 회복도 추진할 수 있다.

사회적경제에 대한 이같은 북한의 경험과 의지는 남북이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데 중요한 요인이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북한 주민이 자립과 자치를 추구하면서도, 남한의 경험과 역량 결합은 자본주의 한계를 극복함과 동시에 사회주의 개혁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하나누리동북아연구원은 지난 6일 한겨레신문사 청암홀에서 ‘2019 서울-평양 사회적경제 심포지움’을 개최했다. 방인성 사단법인 하나누리 대표는 “우리 민족이 굳건하게 평화의 바탕에 서서 번영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냉전시대의 색안경을 버리고 새시대에 맞는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사회적경제가 그 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나누리동북아연구원이 6일, '2019 서울-평양 사회적경제 심포지움'을 열었다./사진=이로운넷

북한에도 사회적경제 존재, 남한 상황 북한에 바로 대입하려는 시도 지양해야

북한에도 사회적경제가 존재하며, 협동적 소유와 국가적 소유의 경제시스템이 공존한다. 이찬우 교수는 “북한은 사회주의계 경제와 시장이 공존하는 상황과 개인소유-협동적 소유-전인민적 소유가 공존하는 소유구조에서 협동적 소유에 따른 협동조합이 시장 속에 따로 존재해 북한 경제를 구성한다”고 말했다.

△소비조합(생협) △생산협동조합 △편의협동조합 △농촌소비조합 △농촌협동조합(협동농장) △수산협동조합 등을 북한의 대표 사회적경제 시스템으로 꼽을 수 있다.

평양의 협동조합 경험: 역사와 현재

협동조합
1)협동조합, 소비조합, 생산협동조합시대: 1946년-1950년대
2)생산협동조합 등의 협동단체 시대: 1960년대 이후

(자료=이찬우 교수)

북한에 사회적경제가 존재한다고 해서 남한의 상황을 북한에 바로 대입하려는 시도는 매우 위험하다. 김창진 성공회대학교 사회적경제 대학원장은 “남북의 인식격차, 차이가 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시장경제를 허용하는 것이 곧 자본주의를 도입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개혁을 이룬 사회주의체제에서 사회적경제는 어떻게 발전했을까. 러시아(소련)는 1921년 신경제정책(NEP)을 선포하며 협동조합 운영에 자율권을 부여했고, 1988년 협동조합법을 시행했다. 현재는 농업생산협동조합, 농업소비조합 등 두 유형의 농업협동조합과 소비조합이 존재한다. 반면 북한처럼 오랫동안 미국의 경제봉쇄 속에 있었던 쿠바의 협동조합은 국가가 토지와 건물의 소유권을 보유하고 협동조합들에게 임대하는 시스템으로, 농업 생산조합과 공공 유통체계가 긴밀하게 결합돼 있다.

심포지움에 참여한 전체 토론자와 발표자들이 모두 무대에 나와 설명하고 있다./사진=이로운넷

시민사회 연결 등으로 북한과 정보 교류 필요

이날 심포시움에서 전문가들은 한반도에서 사회적경제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남북한의 대안경제가 사회적경제 양상으로 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재구 명지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남북의 공동과제는 시민사회 발전과 성장이다."며 "사회적경제 조직체는 민에 의한 통제, 지배구조를 갖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어떤 변화가 있는지, 실사구시적 차원에서 정보나 데이터를 확인하고, 기회가 생기면 사회적경제조직이 앞장서서 비즈니스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양동수 더함 대표는 “사회적경제가 진짜 영향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움직여야 가능하다”며 “남북간 관계가 시작되면 다양한 분야에서 구체적인 협력과 제안이 이뤄지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 교수 역시 “남북한의 사회적경제 협력을 위해 시민사회연대 회의 등을 통해 자주 정보를 교류하고, 자료 축적, 가이드라인 모색 등 활동을 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은애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은 지난 7월 열린 '서울사회적경제 국제컨퍼런스-한반도 단번도약과 사회적경제의 가능성' 이후 문화적 교류에 참여할 시민 참여단 구성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센터장은 "현재 평화모드와 더불어 북미관계로 인한 민감성 때문에 시민 참여의 필요를 공감하는 관계자들도 성급하게 시도했다 방해가 될까봐 조심스러워 하는 상황"이라며 "제안을 일단 받았으면 역할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해순 전 독일 괴테대학교 한국학과장이 통일을 이룬 독일의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로운넷

독일 통일 과정에서 사회적경제는 어떤 역할 했을까? 

통일을 이룬 독일에서 사회적경제는 어떤 역할을 했을까. 독일의 사회적경제는 자유경쟁경제 원칙을 기반으로 경제적 성과를 추구한다. 이를 방해하는 독점이나 시장의 원칙에 벗어나는 경제적 행위를 제한하고 통제하며, 경제의 생산적 힘을 발휘하는 경제정책에 역점을 두고 있다. 

아울러 시장경제 원칙에 인도주의적 시각을 반영해 빈곤층과 노동자를 보호하고, 그들의 주권과 삶의 주도권을 방해하지 않는 정책을 추구한다. 현재까지 저임금(빈곤층)을 고려한 근본적 복지정책을 실행하면서 복지제도를 확장하고 있다.

통일된 독일에서 사회적경제는 통일·경제·사회연합을 위한 토대가 됐다. 서독이 동독을 재건하면서 경쟁경제로 나아갔지만 통일 직후에는 독일경제가 ‘유럽의 병자’로 인식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는 사회적경제가 독일의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으로 해석된다.

김해순 전 독일 괴테대학교 한국학과장은 “사회적시장경제는 사회적경제 발전에 원동력이 될 수 있고, 통일 독일은 이에 기반해 성공했다”면서 “독일은 사회적시장경제를 기반으로 국내외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그 변화를 경제정책에 수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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