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올해의 책과 작가’로 선정한 작품의 표지 이미지./사진제공=각 출판사

9월 12~15일 나흘간 이어지는 추석 연휴 동안 무엇을 하면 좋을까. 가족들과 명절 음식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혼자 독서를 하며 마음의 양식을 채워보는 건 어떨지. 그동안 가지고 있던 것을 소모하기에 바빴다면, 새로운 생각과 영감을 나 자신에게 공급해줄 때다. 책만큼 간편하면서 훌륭한 에너지 원도 없다. 이번 추석에 읽을 만한 책 5권을 소개하니, 한 권쯤 챙겨보자.

한국서점조합연합회는 매년 11월 11일 ‘서점의 날’을 앞두고 ‘올해의 책’을 선정한다. 지난 5월 31일부터 7월 14일까지 전국 서점인들에게 추천을 받고, 출판계·독서운동계의 인사들로 구성된 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최종 5권을 뽑아 지난 3일 발표했다. “사회적?문화적 가치를 가진 도서 중 전국 시민들에게 소개?보급해 서점인들의 긍지와 가치를 전달할 양서”가 이름을 올렸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11월 11일 ‘서점의 날’을 앞두고 ‘올해의 책’ 5권을 선정해 발표했다.

1. 문학 분야, 김숨 작가 ‘군인이 천사가 되기를 바란 적 있는가(현대문학)’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인 길원옥 할머니의 인터뷰에 기반해 쓴 증언 소설이다. 13살 때 공장에 취업해 돈을 많이 벌게 해주겠다는 말에 속아 위안부가 된 길 할머니는 71살이 돼서야 비로소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는다. 

추천 이유 “여러 화제작을 제치고 이 작품을 선정한 것은 길 할머니가 담당하게 털어놓은 일생이 악화일로로 치닫는 한·일 갈등의 국면에서 우리가 진정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에 대한 시사점을 안겨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2. 아동·청소년 분야, 황영미 작가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문학동네)’

제9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인 작품은 중학교 2학년이 되는 첫날부터 아이들이 겪게 되는 새로운 만남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비공개 블로그 ‘체리새우’에 속마음을 털어놓던 다현은 전체 공개로 전환하며 “그래, 나 진지충이다. 어쩌라고!”라고 외친다.

추천 이유 “힘든 관계 속에 길을 잃고 흔들리는 아이들에게 이정표가 되어줄 책이다. 새로운 인간관계를 배워야 하는 아이들에게 많은 귀감이 될 이야기여서 쉽게 결정됐다.”

3. 인문·정치·사회·역사 분야, 김영민 교수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어크로스)’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사람은 누구나 두 번씩 죽는다”고 말한다. “자신의 인생을 정의하던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어 삶의 의미가 사라졌을 때”의 ‘사회적 죽음’과 “자신의 장기가 더 이상 삶에 협조하기를 거부할 때”의 ‘육체적 죽음’이다. 모든 세대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어감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수명은 전례 없이 연장되고 있다. 김 교수는 그것을 “사회적 죽음과 육체적 죽음 사이의 길고 긴 연옥 상태”라고 표현했다.

추천 이유 “우리가 잘 살기 위해서는 미리(아침에) 잘 죽는 것에 대해 성찰할 필요가 있다.”

4. 경제·경영·과학 분야, 평범한 직장인 임홍택 ‘90년생이 온다(웨일북)’

임흥택 작가는 2007년에 CJ그룹에 입사해 2012년 CJ인재원에서 신입사원 입문교육을 담당하다가 현재는 브랜드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9급 공무원 세대’를 주제로 카카오 페이지에 글을 올렸다. 이 글들을 출판사 웨일북에 투고해 2018년 11월에 책이 출간되었는데, 올해 비소설 분야의 최고의 화제작으로 등극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청와대 직원들에게 이 책을 선물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추천 이유 “저자가 신입사원 입문교육 등을 담당하며 겪은 90년대 생들의 재기와 그 재기의 발랄함이 잘 드러난 이 책은 세대 간의 갈등을 해소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누구나 저자가 될 수 있다는 것도 확실하게 각인시켜 주었다.”

5. 실용·예술·어학·자기계발 분야, 권혁재 기자 ‘핸드폰 사진관(동아시아)’

권혁재 중앙일보 사진기자가 펴낸 책에는 베테랑이 알려주는 휴대전화 카메라로 좋은 사진 찍는 법이 서술됐다. 저자는 “‘언제, 어디서 누구와 함께했다’라는 기록은 SNS의 필수 요소입니다”라며 “핸드폰 사진은 찍는 행위를 넘어서 소통의 필수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핸드폰 카메라로 인해 ‘사진 인류’가 탄생했다”고 말한다. 

추천 이유 “저자가 핸드폰으로 일상의 모습을 툭툭 찍어 모아 놓았던 사진과 그 사진에 대한 감상을 적은 글로 구성돼 있는 이 책은 ‘사진 인류’로 살아가야만 하는 우리에게 전범을 제시한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는 ‘올해의 작가’로 최근 ‘천년의 질문’을 출간한 조정래 작가를 선정했다.

한편,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작가’로는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등 굵직한 소설을 발표한 작가 조정래가 선정됐다. 그는 올해 ‘천년의 질문(전 3권, 해냄)’을 출간하며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연합회 측은 “‘그 많던 대형 베스트셀러 작가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졌는가’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침체된 문학 시장에서 유일하게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책”이라며 “올해의 작가로 조정래를 선정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으며 아무런 이의도 제기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책’은 각 지역 서점에서 ‘특별 코너’를 만들어 판매할 예정이다. 추석 때 고향을 방문할 계획이라면, 동네 서점에 슬쩍 들러보자. 이곳에서 책을 구입해 읽는다면, 더욱 기억에 남는 연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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