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 에코, 마을웨딩 등을 통해 가치 있는 결혼문화를 확산하는 사회적기업 '대지를 위한 바느질'.

지난 8월 말 결혼을 하면서 유부녀 대열에 합류했다. 준비기간 10개월이라는 대장정 끝에 결혼식이라는 ‘미션’을 완수한 셈이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행사를 무사히 치렀다는 안도감이 가장 컸지만, 수많은 선택의 연속인 결혼 과정에서 여러 생각과 감정이 오갔다.

내 결혼식은 요즘 유행한다는 ‘스몰웨딩’이 아닌, 남들 다 하는 웬만한 허례허식을 따른 ‘라지웨딩’으로 치러졌다. 신랑?신부가 필요한 것을 직접 알아보고 결정하는 경우도 있다지만, 우리는 시간적?정신적 여유가 없다는 핑계로 ‘웨딩 플래너’라는 쉽고 빠른 길을 택했다.

플래너와 계약을 맺은 순간, 웨딩산업이라는 거대한 톱니바퀴 속에 빨려 들어갔다. 이른바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라 불리는 필수과목을 수행하고, 수백 쌍의 부부를 배출했다는 웨딩홀을 골랐다. 이미 ‘해야만 하는 일’로 규정된 공정들을 게임 레벨을 깨듯 해치우니,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결혼 당일 주례 대신 직접 쓴 혼인서약서를 읽은 것을 제외하고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레디메이드’ 예식이 완성됐다.

물론 처음부터 남들과 똑같은 결혼식을 하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다. 이효리?이상순, 이나영?원빈 등 스타 커플이 제주?강원에서 소규모 식을 치르면서 몇 년 사이 스몰웨딩은 트렌드가 됐다. 식 자체를 생략하는 ‘노웨딩’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대세를 따르기엔 여러 난관이 많았다.

야외 공간을 빌려 최소한의 손님들과 즐기는 맞춤형 예식은 상상만 해도 멋졌다. 다만 ‘스몰웨딩’이라고 해서 비용까지 소박한 건 아니었고, 직접 고르고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몇 배로 늘어났다. 더욱이 결혼식이 신랑?신부만이 아닌 부모님에게도 중요한 행사라는 의견은 외면하기 어려웠다. 이리저리 따져보니 보통의 ‘라지웨딩’이 현실적으로 가장 낫다는 결론이 났다.

사실 사회적경제 분야를 취재하면서 ‘에코웨딩’ ‘윤리적 웨딩’에 대해서도 들은 적이 있다. 몇 번 쓰고 버려지는 청첩장?드레스?꽃장식 등을 친환경적으로 만들고, 지역·유기농·공정무역 제품을 사용하며, 이를 하객들과 공유해 사회적가치를 전파하는 결혼식을 말한다. 사회적기업 ‘대지를 위한 바느질’ ‘좋은날’ 등이 가치 있는 결혼문화를 싹 틔우는 중이다. 

하지만 아는 것과 실행하는 것 사이에는 큰 벽이 있었고, 나는 수고로운 가치보다는 좀 더 편리한 관습을 따랐다. 앞으로 ‘스몰?에코?윤리적 웨딩’이 대세를 넘어 관습으로 자리 잡는다면, 가치를 택하는 예비부부들이 늘어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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