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가 국정과제로 선정된 후 전 정부 부처가 사회적경제 활성화에 앞다퉈 나섰다. 정책 방향의 핵심은 ‘민간 주도, 지역 중심, 중앙 뒷받침’이다. 부처의 특성을 살리되 민간과 중앙 중심으로 풀뿌리 사회적경제의 힘을 키우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의미다. 올해는 이러한 정책 방향이 현장에서 본격화되는 첫 해다. 본지에서는 부처별로 어떤 계획을 세우고 사회적경제를 활성화하는지 연속으로 살펴본다.

기재부, 올 연말 '제3차 협동조합 기본계획' 발표 

2012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면서 협동조합 수는 매년 꾸준히 늘어났다. 5명 이상이면 누구나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다는 조항이 가져온 결과다. 2012년 52개이던 협동조합은 이듬해 3131개(2013년)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현재 국내 협동조합 수는 1만 5920개(’19.7월 말 기준)에 이른다.  

현재 국내 협동조합 수는 1만 5920개(’19.7월 말 기준)에 이른다./디자인=윤미소

이 같은 양적 증가는 협동조합 활성화에는 기여했으나, 우려도 쏟아졌다. 설립만 해놓고 사실상 미운영?폐업 상태인 협동조합이 절반에 이르는 데다 복잡한 행정과 미흡한 법조항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곳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정부가 발표한 '제3차 협동조합 실태조사(2016년 말 기준)' 결과에 따르면, 1만 615개 설립 및 인가된 협동조합 중 실제 운영되는 협동조합이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수익모델 미비, 사업운영 자금 부족, 조합원간 의견 불일치 등을 이유로 사업을 중단했거나 폐업한 곳이 4447개에 달했다.  

정부는 이러한 실태를 토대로 현재 ‘제3차 협동조합 기본계획(’20-’22)’(이하 기본계획) 수립을 준비 중이다.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올해 말 기본계획 수립내용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기본계획은 협동조합기본법 제11조에 따라 협동조합 정책을 총괄하고, 협동조합의 자율적인 활동을 촉진하기 위하여 3년마다 수립한다. 현재 협동조합 정책은 기획재정부 내 장기전략국 협동조합과가 담당한다.    

'협동조합 2.0 시대'...정부 중심→지역·협동조합 연대협력으로 자생력↑

기재부는 이번 기본계획 추진 방향을 ‘COOP 2.0 시대로의 진보’로 잡고 협동조합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협동조합기본법 제정 후에는 자유로운 설립지원으로 양적 확대를 목표로 뒀다면 이제는 효과적인 성장지원으로 질적 내실화를 꾀할 때라는 것이다. 박일훈 기재부 협동조합과장은 “과거에는 중앙정부의 일방적인 지원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지역사회와 연합회 등 현장주체들이 연대협력을 통해 자생력을 키워가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바꾸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기존의 △정부 중심 지원 △중앙정부 주도 △협동조합만을 위한 지원방안 모색 △외국제도 도입 정책을, 향후로는 ▲협동조합 연대를 통한 상호지원 ▲지역사회 주도 ▲각종 정부 지원사업 및 정책과 연계 ▲한국 현실에 맞는 모델개발 및 성공 사례 확산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제3차 협동조합 기본계획 방향(자료출처=기획재정부)/디자인=윤미소

구체적으로는 △ 혁신형 모델 발굴 등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 △ 협동조합간 연대사업 활성화 등 협동조합간 연대 강화 △ 민간위탁 참여 활성화 등 지역사회 중심 운영 △ 진입제한 개선 및 동등한 혜택 제공, 중소기업 지원정책과 연계 강화 등 차별해소를 위한 제도 개선 △ 홍보 방식 다변화 등 교육 및 홍보 내실화 등이다.

특히 기재부는 기존에 협동조합에 대한 ‘차별’로 언급되던 제도를 개선하는데 중점을 둔다.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과 동등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차별적인 규제를 해소하고 기존 법인(상법상 회사 등) 위주의 법과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존에 사회적기업에게만 적용되던 교육·보건 용역에 대한 부가세 면제 사항은 앞으로 사회적협동조합에도 적용하는 것으로 조정했다. 박 과장은 “정부 정책 중 협동조합이 활용할 수 있는 제도를 찾아내 연결하고, 진입장벽이 있는 것들은 부처 간 협력해 통해 협동조합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기재부에서는 기본계획 수립에 앞서 협동조합 실태조사도 진행한다. 협동조합 실태조사는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라 2013년부터 2년마다 실시하고 있으며, 지난해 2월 제3차 협동조합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제4차 실태조사 결과는 올해 연말 공개될 예정이다. 

협동조합 개정안 추진, 휴면조합 청산 간소화 등 담아

이 외에도 기재부에서는 연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협동조합 모델을 만드는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노동자협동조합을 통한 기업 인수·전환, 프리랜서 협동조합 등 고용 안정을 위한 혁신형 협동조합 모델을 발굴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재부는 하반기에 현장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를 지속적으로 가질 계획이다. 사진은 지난 6월 이호승 기획재정부 1차관이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을 방문해 사업참여자와 간담회 하는 모습./사진=기획재정부 

협동조합 운영률 제고를 위해 협도조합기본법 개정도 추진한다. 기본법 개정안은 2017년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개정법률안을 마련한 후, 지난해 국회에 제출해 현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개정안에는 △협동조합기본법상 협동조합과 개별법상 협동조합(농협, 수협 등)이 참여하는 이종연합회 설립근거를 마련하여 연대?협력 촉진 △잉여금 배당에 우선적 지위를 가지나 선거권?의결권이 없는 우선출자제도 도입 △휴면조합 청산 절차 간소화 △협동조합 설립인가?신고수리 등에 간주제를 도입해 신속한 행정처리 유도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한편, 기재부에서는 오는 3일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한국협동조합협의회, 전국협동조합협의회, 민간위원 등 주요 관계자들을 초청해 제3차 협동조합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라운드테이블을 연다. 또한 9월부터 11월까지 3개월 간 의견수렴을 위한 자리를 4~5차례 열고 현장의 정책 수요를 적극 반영한다는 입장이다. 


[인터뷰] 박일훈 기획재정부 협동조합과 과장

“겉만 화려한 정책보다 현장에 도움 되는 정책 추진하겠다”

박일훈 기획재정부 협동조합과장./사진=박재하 기자

- 제3차 협동조합기본계획 수립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나?
▶ 중소기업연구원이 연구용역을 맡았고, 올해 초부터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현장과 같이 만든다’는 생각으로 공식 전문가회의뿐만 아니라 비공식으로도 현장관계자들을 많이 만나면서 의견을 듣고 있다. 협동조합은 연대와 협력으로 스스로 커가는 조직이다. 이게 국가정책과 맞을 때 국가가 지원할 수 있지만 국가가 주도하는 건 맞지 않다. 그동안 양적 성장을 이룩했다면, 이제 질적 내실화로 전환할 때라는 내·외부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어 그러한 방향으로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 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 정부 정책 중 규제 등으로 협동조합에게 적용되지 못하는 제도들도 있지만, 현장에서 몰라서 못 쓰는 제도도 생각보다 많다. 그게 뭔지를 찾아서 풀거나 기존 정책에 협동조합이 편승할 수 있도록 돕겠다. 밖으로 드러나지 않아도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필요한 정책들을 연결하겠다. 구체적으로는 여러 부처 정책 중 필요한 정책을 협동조합들 스스로가 찾아내서 제안도 하고, 왜 막혀있는지 관계부처와 협의해 찾을 계획이다. 중소기업에 투입되는 재정 중 협동조합이 활용할 수 있는 제도들을 중소기업연구원이나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과 함께 찾아서 연결하고자 한다. 또한 휴면 협동조합의 경우 청산을 잘하도록 해주는 게 중요하다. 이미 협동조합기본법 개정안에도 올라가 있지만 휴면협동조합 청산을 간소화하고자 한다.   

- 사회적경제 관계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협동조합의 정체성, 경쟁력은 협력과 연대에서 나온다. 스스로 커가는 생태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협동조합이 활성화되면 이게 하나의 사회적자본을 형성하게 되고, 우리 사회도 더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사회적 역할을 한다는 자부심으로 활동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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