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들에게 ‘공간’ 문제는 중요하다. 원격 근무 시대가 도래했지만, 구성원들이 아이디어를 나누고 회의를 할 아지트 같은 공간이 하나쯤은 필요하다. 그러나 치솟는 서울지역 임대료와 땅값을 초기 창업자들이 고스란히 부담하기는 어렵다. 최근 이들에게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되는 공유 오피스, 업무 공간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올 하반기 문을 여는 서울 내 소셜벤처 거점 공간들이 특히 눈에 띈다. 공공기관, 자치구, 민간단체 등 공간 운영 주체도 다르고 콘셉도 제각각 차별성을 가진다. 

# 문 대통령 방문한 ‘헤이그라운드' 2호점 뜬다

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 조감도. /사진=루트임팩트

성수동에서는 ‘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이 9월 중순부터 새 입주자들을 맞이한다. 헤이그라운드는 성수동 ‘소셜벤처 밸리(social venture valley)’ 안에서도 거점 공간으로 꼽힌다. 1호점인 ‘헤이그라운드 시작점’은 2017년 루트임팩트가 만들어 운영 중인 건물로,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으로 꼽히는 ‘iF 디자인 어워드’ 2018년 수상작으로 선정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재작년 이곳에서 일자리위원회 3차 회의를 열어 주목받았다. 현재 71개 소셜벤처의 550명이 입주해있다. 입주를 원하는 기업이 늘면서 2호점을 조성했다.

2호점은 옛 에스콰이어 사옥을 리모델링했다. 2,000평 규모로 680명이 근무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으며, 8개 층 중 2개 층은 입주사의 성장 지원을 돕는 다양한 커뮤니티 공간으로 꾸밀 예정이다. 교육 애플리케이션 '킷킷스쿨'을 개발해 글로벌 러닝 엑스프라이즈에서 우승한 바 있는 ‘에누마코리아,’ 장년층 남성들을 위한 독립잡지로 알려진 ‘볼드저널’의 ‘볼드피리어드’ 등이 입주를 확정했다.

사무실, 회의실 등 딱딱한 공간만 있는 게 아니다. 신규 지점에는 방송 제작이 가능한 팟캐스트룸을 비롯해 서적 1,000여권이 구비된 서가 라운지, 아이를 동반하여 업무를 할 수 있는 키즈 라운지, GX룸 등이 들어선다. 이 밖에도 ‘스테이션 910 (STATION 910)’ 이라는 편의공간에 성수동 토박이 상점이 이전 입주해 외부인들에게 성수동만의 가치 문화를 전파한다. 식물 인테리어 전문 브랜드 ‘위드플랜츠,’ 수제맥주집 ‘리퀴드 랩’ 등이 들어온다. 1층만 외부인에게 개방됐던 1호점과는 다른 점이다.

# 역삼동 '소셜벤처허브', 코이카·벤처기업 등과 시너지 기대

역삼동 나라키움 역삼A빌딩에 '나라키움 청년혁신지원센터'가 들어선다. 3~4층은 소셜벤처허브다. /사진=캠코

역삼동에도 소셜벤처를 위한 공간이 생긴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작년 8월 선릉역 3분 거리에 있는 나라키움 역삼A빌딩에 청년창업 지원을 위한 ‘나라키움 청년혁신지원센터’를 설립하기로 하고, 11월 서울시·한국장학재단·공공상생연대기금과 공동으로 청년 소셜벤처 창업 지원을 위한 ‘소셜벤처허브’를 조성하기 위해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나라키움 역삼A빌딩은 옛 KTV 사옥을 국유지 위탁개발을 통해 작년 10월 지하 1층~지상 7층 규모로 신축한 건물이다.

총 8개 층 중 소셜벤처허브가 들어서는 공간은 3~4층이다. 3층은 교육실, 회의실, 공유 업무 공간 등 입주기업들이 교류할 수 있는 곳으로, 4층은 개별 사무실로 이뤄진다. 현재 청각장애인 택시기사를 양성하는 ‘코액터스,’ 배스로 반려동물 간식을 만드는 ‘밸리스’ 등 8개 기업 입주를 확정했으며, 9월 중 추가 모집할 예정이다. 해당 기업들은 입주부터 시제품 제작, 투자?융자 연계, 액셀러레이터를 통한 기술개발과 제품 상용화, 세무?법률 컨설팅까지 맞춤형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받을 수 있다.

소셜벤처허브를 제외한 다른 층은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과 공유오피스기업 ‘스파크플러스’가 맡아 혁신을 주도한다. 캠코는 6월 코이카, 스파크플러스와 ‘청년혁신창업 생태계 활성화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코이카는 건물 5층에 ‘코이카 이노 포트(KOICA Inno Port)’를 연다. 코이카 이노 포트는 글로벌 청년 인재의 취·창업 육성 지원을 위해 코이카가 처음 만든 글로벌청년혁신센터다. ‘Insight Journey,’ ‘SDGs Solution Camp,’ ‘CTS Prep Course’ 등 청년들이 사회 문제를 발굴해 해결하는 사회혁신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또한, 코이카는 이곳을 개발협력 생태계의 네트워킹 장소로도 활용할 예정이다. 채정원 과장은 “소셜벤처허브와도 협의를 계속 해서 유사한 프로그램은 같이 진행하는 등 청년들의 사회혁신을 위한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층 일부와 2층, 6~7층에 입주 예정인 스파크플러스는 예비·1인 창업자 및 벤처기업 등의 성장 지원을 위해 공유오피스 형태인 ‘혁신창업공간’을 제공한다. 구본재 캠코 일자리창출실 팀장은 “이미 성장 중인 벤처기업들도 입주하면 초기 창업자들의 귀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지하철역 속 창업 공간...‘가좌역 소셜벤처 허브센터’

가좌역 소셜벤처 허브센터에는 사회적경제기업,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팀,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지원기관 등이 들어선다. /사진=서대문구청

역사 안에 생기는 소셜벤처 창업 공간도 있다. 서대문구와 한국철도공사 서울본부는 가좌역 지하 1층에 ‘가좌역 소셜벤처 허브센터’를 마련해 사회적경제기업을 입주시킨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의 육성팀도 포함했다.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공제사업단, 알로하아이디어스, 소이프 스튜디오 등 크고 작은 기관들이 선정돼 입주 중이다. 임대료를 서대문구와 나눠 내기 때문에 입주기업들은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한다.

공간은 ▲개별 사무실 4실 ▲라운지 사무실 1실 ▲코워킹 사무실 1실 ▲회의공간 ▲공용창고로 구성된다. 9월 5일 개소식이 예정돼있다. 서대문구청 이경미 주무관은 “한국철도공사가 역내 유휴공간을 사회적경제기업의 허브센터로 활용할 수 있게 열어줬다”며 “역사 내 사회적경제기업만 전용 창업 공간은 가좌역이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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