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제일 중요하다’, ‘교육으로 시작해 교육으로 끝난다’ 하면서도 실제 사회적경제 내부를 들여다  보면 교육 담당자조차 없습니다. 제대로 된 교육이 되기 어려운 거죠.”

경영컨설턴트, 변호사, 회계사, 노무사 등이 모여 협동조합들을 돕는 연구조직으로 2014년 출발한 쿱비즈협동조합의 강민수 이사장의 일침이다. 강 이사장은 한국협동조합연구소 등을 거치며 20년 이상 협동조합을 연구해온 인물이다. 2012년부터 그가 외부에서 사회적경제 관련 교육(설립교육, 비즈니스 교육 등)을 진행한 횟수만 500여회에 이른다. 

전국을 다니며 사회적경제 종사자, 공무원, 중간지원기관 등 관련 이해관계자들을 만나며 그가 느낀 점은 정부도 민간도 인재양성이 중요하다 입을 모으지만 막상 교육훈련에 인력이나 예산을 제대로 투입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참여형 교육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전문강사나 교육 교재 등이 턱없이 부족해요. 역량, 과정 개발, 교재, 강사, 평가시스템 개발 등이 일관된 과정인데 그게 안 되는 상황이죠.”

쿱비즈협동조합은 지난해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과 협동조합 ‘2018 표준교육과정 개발’에 나선 것은 물론, 협동조합을 더 쉽고 흥미롭게 교육하기 위해 게임을 활용한 협동조합 교육툴킷 '쿱시리즈'를 개발해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 또한 근본적인 문제해결 방안이 될 수 없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교육기획자 양성이 필요하다는 게 강 이사장의 주장이다. 그는 “교육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며 “그럼에도 중요한건 교육을 통해서 해결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걸 구분해내는 게 교육기획자의 역할이기에 그걸 고민할 수 있는 교육기획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속한 쿱비즈협동조합은 본지와 함께 이러한 고민을 담아 오는 9월 6일 행복나래에서 ‘제1회 사회적경제를 위한 안드라고지 포럼’을 개최한다. 사회적경제 교육훈련의 다양한 사례를 공유하고 실천방법을 도모하기 위한 교류의 장을 구축하고, 향후로는 HRD 포럼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겠다는 고민에서다. 

포럼 개최를 앞두고 강 이사장을 쿱비즈 사무실이 있는 서대문구사회적경제마을센터에서 만났다. 

강민수 쿱비즈협동조합 이사장.

-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 교육을 오랜 기간 진행해왔다.  

▶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고 한국협동조합연구소에서 협동조합 교육을 시작했다. 공무원 교육부터 사회적경제 종사자까지 전국을 다니며 설립교육, 비즈니스교육 등 정말 많은 교육을 진행했다. 2011년부터 지금까지 내부 교육을 제외하고 외부에서 진행한 교육만 495회다. 내가 그 정도니 쿱비즈협동조합이 진행한 걸로는 훨씬 많다.  

300회 정도 진행했을 때는 자책에 빠지기도 했다. 협동조합도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 기업인데 교육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은 것같아 답답했다. 쉽고 재미있게 더 효과를 높이기 위해 쿱캔버스 방식을 도입하기도 하고 참여형 도구를 개발해 진행하는 교육인 ‘게임이피케이션’을 시도하기도 했다. 

- 교육하면서 들었던 고민은. 

▶ 일목요연하게 사회적경제 교육을 표현하고 정의하는 게 필요한데 그렇지 못하다는게 안타까웠다. 정부도 기업도 주체가 중요하고, 교육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현실에서는 늘 교육훈련은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기업의 경우 어렵다는 이유로 교육담당자가 없고, 중간지원기관이 많이 생겼지만 교육학 전공자가 거의 없다. 교육 담당자가 있어도 교육담당자로서 필요한 역할과 역량에 대해 학습을 체계적으로 받지 못하고 여러 업무 중 하나로 담당하는 식이다. 지난해 초, 사회적경제 교육기획자를 위한 특강을 진행한 적이 있다. 전국에서 70여명이 와서 들었는데, 체계적인 교육을 위해 표준교육안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했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연구 예산 자체가 적다. 인재양성 중요하다면서 예산을 투여하지 않는다. 역량, 과정 개발, 교재, 강사, 평가시스템 개발 등이 일관된 흐름으로 과정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그동안 잘 안됐다. 체계적인 교육이 마련되기 어려운 현실이고, 정부도 민간도 모두 인재양성에 소홀했다고 본다.     

쿱비즈협동조합은 더 쉽고 재미있게 협동조합 교육을 하기 위해 지난해 게임을 활용한 협동조합 교육툴킷 '쿱시리즈'를 개발했다./사진=쿱비즈협동조합

- 지난해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과 ‘2018 협동조합 표준교육과정 개발 전략보고서’를 작성했다. 과정에서 대표적인 협동조합 교육 조직들의 교육과정을 분석한 결과는 어땠나.   

▶ 주요 협동조합 교육기관에 대한 교육과정을 분석한 결과 가장 중요한 문제점은 협동조합 교육과정에 대한 전체적인 체계없이 세부 교육 프로그램들을 만들고 있었다. 협동조합 교육과정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교육대상, 성장단계, 교육수준 등 고려해야할 다양한 변수들을 우선적으로 설정하고, 이에 따른 총론적인 체계도를 그려낼 필요가 있다. 

교육과정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큰 틀에서 해당 교육을 이수하였을 시 길러내고자 하는 인재상과 핵심역량을 정의하고, 각 모듈별로도 교육 후 습득해야할 핵심역량을 설정해야한다. 그래야 핵심 목표와 목적, 교육내용 설계로도 자연스럽게 연결되는데 이 부분이 부족했다. 이 외에도 교육기관이 감당가능한 교육 범위에 대한 설정도 없었고, 수행기관의 역량 및 관점에 따라 교육의 수준 및 내용의 편차가 심했다.

- 이러한 문제를 반영해 협동조합 표준교육과정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했는데. 

▶ 협동조합 표준교육과정이 개발되면 우선 개별 기관 체계로 진행해 온 협동조합 교육과정을 표준화해 수요자의 요구에 맞는 양질의 협동조합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 그리고 협동조합에 대한 표준적 교육과정이 개발됨에 따라 교육과정 운영상 성과와 목표 및 평가체계도 분명하게 제시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협동조합 표준교육과정 개발에 따라 기관간 협력 및 공동 발전에 긍정적 기여를 할 수 있다. 

- 민간 입장에서 보면 규모 자체가 작다보니 교육 전담자를 두는 일이 어렵지 않나. 

▶ 맞다. 직원이 5명뿐인데 교육담당자를 두기는 어렵다. 교육은 스스로 설계해서 하는 게 제일 좋지만 현재 기업들 상황이 그러기 어렵다. 대안은 협동이다. 5명 밖에 없으면 연합회, 협의회를 만들어 해결하면 된다. 물론 그런 조직을 만들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그 빈 공백을 중간지원조직들이 그 역할을 해줘야 한다. 

- 중간지원조직들이 이미 그런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 

▶ 현재 중간지원기관들이 하는 건 특강이나 단기 교육 프로그램들이 다수다. 무엇보다 교육담당자들부터 사회적경제기업에서 교육훈련의 필요성이나 교육기획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 이들이 진정한 교육기획자가 될 수 있도록 수준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 수준을 높인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 교육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중요한건 교육을 통해서 해결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해내는 게 교육기획자의 역할이다. 예를 들어 어느 조직을 갔는데 생산성이 나오지 않으면 교육계획해서 하라하는데 그게 실제 효과가 있는지를 교육기획자가 구분해 내야 한다. 이러한 교육기획자의 역할이 지금 사회적경제에는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체계적인 교육 기획자 양성이 중요하다. 

강 이사장은 교육기획자를 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오는 9월에 하는 포럼은 그런 의미에서 개최되는 건가.

▶ 그렇다. 우선 우리 안에서부터 교육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다양한 사례를 살펴보며 교류했으면 한다. 

일반 기업에서 교육훈련은 조직의 주요문제를 해결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ATD(Association for Talent Development), AHRD(Academy of Human Resource Development) 등 학회나 포럼을 통해 사례를 공유하고 그 실천영역을 발전시킨다. 그러나 일반기업과 달리 가치추구와 이해관계자의 거버넌스를 기반으로 사업을 하는 사회적경제조직의 정체성을 반영한 교육훈련 부문의 교류의 장은 턱없이 부족하다.  

- 정부도 지난해 ‘사회적경제 인재양성 종합계획’을 발표하며 인재양성을 강조했다. 

▶ 사회적경제 인재유입 확대와 더불어 종사자 역량강화를 골자로 하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사회적경제 분야의 교육훈련에 대한 관심이 과거보다 커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반가운 일이다. 다만 이러한 정부 정책에만 기댈게 아니라 민간에서도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고민해야 한다. 

- 포럼명을 ‘안드라고지 포럼’이라 명명했다. 이유는. 

▶ ‘안드라고지(Andragogy)는 ’성인(andrus)’과 ’지도하는(agogy)’의 합성어로, 광의적으로는 성인교육의 정책, 제도, 실시과정 전체를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의미다. 협의적으로는 성인의 학습을 돕는 기술과 과학, 성인교육에 대한 실천의 방법 원리와 기술이라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포럼을 통해 사회적경제 영역의 교육 정책 및 제도, 성인학습 전반에 대한 고민과 논의를 담아내고자 그렇게 이름을 달았다.  

- 사회적경제에 적절한 교육 방식은 무엇이라 보나.  

▶ 교육이라는게 사람들이 필요한 지식을 얻게 하고, 역량을 키우는 일이다. 성인학습자는 필요에 기초해서 주도적으로 학습하는 게 필요하다. 스스로 러닝(learning)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티칭(teaching)보다는 돕는 의미의 코칭(coaching)이 더 적합하다. 사회적경제 영역은 티칭과 코칭이 적절히 융합되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러닝이 좋지만 교육 받은 이들 다수가 티칭에 익숙해 러닝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지적 자극을 주고자 러닝을 섞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 이번 포럼 이후 계획은. 

▶ 포럼의 결과로 사회적경제 HRD(Human Resources Development, 인적자원개발) 포럼을 하고 싶다. 내년에는 7월 사회적경제 주간행사 때 이 주제로 함께할 계획이다. 그러면서 더 좋은 과정을 찾아내고 또 새로운 시도를 하고, 그렇게 발전해갔으면 한다. 
 

사진. 박재하(이로운넷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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