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미디어 <이로운넷>이 개최한 ‘2030 세이가담-로컬, 가치를 담은 미래’ 컨퍼런스에서는 사회적경제가 앞으로 고민해야 할 가치로 '지역'을 조명했다. 서울을 비롯해 부산, 울릉도, 강원도 등 전국 각지에서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콘텐츠로 활동하는 이들을 통해 지역의 가능성을 다시 확인했다. 본지는 이번 컨퍼런스를 시작으로 지역에 기반해 새로운 가치를 발굴하고 만들어가는 로컬크리에이터들을 연속으로 조명해 본다.

 

이병호 정들포에 핀 울릉국화 이사는 2030세이가담 토론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사진=이로운넷

“언제 사라져 버릴지 모르는 우리 마을을 위해 뭔가 해봐야겠다는 혈기로 마을기업을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이 우리 마을을 자연스럽게 방문하도록 해 독도 수호 상징 인물인 안용복 장군과 독도의용수비대원들의 업적을 기념하는 기념관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자칭 모태 ‘울릉도·독도인’이라고 칭하는 이병호 마을기업 정들포에 핀 울릉국화 이사는 면적 72.9㎢, 인구 약 1만여명의 대한민국 대표 섬 울릉도에 거주한다. 지금처럼 독도를 오가는게 자유롭지 않았던 어린시절부터 아버지와 함께 독도를 왕래했고, 독도가 보이는 고향마을 ‘정들포’에 대해 뜨거운 애정이 남달랐다. 하지만 경상북도 23개 시·군 중 유일하게 울릉군에만 마을기업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된 그는 야심차게 마을기업 '정들포에 핀 울릉국화'를 시작했다.

“마을기업은 초기 의지와 달리 지금은 원활하게 운영되지 못하고 있어요. 하지만 마을기업을 운영하면서 생각을 공유하고, 나누고, 실행할 수 있는 동료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들과 함께 더 많은 사람들에게 울릉도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올해 울릉살이 참가자들이 여행 첫날 울릉도를 함께 둘러봤다. 이후에는 각자의 방식으로 울릉살이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울릉살이 페이스북

울릉 주민도 감동받는 ‘울릉도 살이’

“울릉살이는 민간 차원에서 울릉도의 가치를 알리는 사업입니다. 살아본 사람만이 깊게 알 수 있는 환경적, 생태적 가치를 공유하는 장이죠.”

이 이사는 ‘울릉살이’를 통해 외부인들과 울릉도를 연결하는 사업을 진행한다. 울릉살이는 도시생활에 지친 사람들의 쉼터이자 자연친화적으로 새로운 삶을 꿈꾸는 사람들의 예행훈련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처음 실험적으로 울릉도비 지원 공모사업을 통해 참가자들의 교통·숙박비를 제공해 진행된 울릉살이에는 20대 초반부터 30대 중반까지 다양한 연령의 청년들이 참여했다. 그중에는 초등학생 딸과 함께한 참가자도 있었다. △자신을 뒤돌아보거나 △미래를 설계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울릉도의 자연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기 위해서 등 참가 이유도 제각각이다.

울릉살이는 기존에 흔히 생각하는 관광코스가 아닌 울릉도에서 지극히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는 것이 주요 프로그램으로, 주민들의 시각으로 울릉도를 느끼고, 즐기는 시간을 갖게 한다. 이를 바탕으로 일주일에 한번씩 기록 상영회도가졌다.

“울릉도 주민인 저도 늘 감동받고 새롭게 느껴지는 별보기, 노을보기, 스노클링, 트레킹 등 울릉도에서 할 수 있는 것, 느낄 수 있는 것들을 경험합니다.”

참가자들의 만족도는 생각보다 높았다. 지난해 참가자 11명 중 4명의 청년이 을릉살이를 통해 울릉도에 정착했다. 이 이사는 “울릉살이 참여자 중 글, 그림, 요리, 레저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나 역시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회상했다.

올해 진행되는 울릉살이 참여자 모집 포스터./ 이미지=울릉살이 페이스북

초기 울릉살이 기획한 ‘로모-노마도르’와 실전 도전!

이 이사는 지난해 울릉살이를 함께 기획했던 ‘로모’, 울릉도에 정착한 청년들 ‘노마도르’와 올해 울릉살이 실전에 도전했다. 올해 울릉살이는 8월부터 시작됐다.

프로그램에도 변화를 더해 ‘울릉도판 워킹홀리데이’ 방식을 도입했다. 울릉살이 참가자들은 울릉도에서 직접 일해보고, 일한 돈으로 다시 여행을 즐긴다. 또한 자신의 특기를 울릉도에서 실험해 보면서 가능성을 판가름 하는 등 참여자들의 생각을 제안하고, 실행해 볼 수 있는 장을 만든다. 이 이사는 “단순히 한달동안 울릉도에서 살아보며 울릉도를 느끼고, 재충전 하는 것도 ‘울릉살이’겠지만, 앞으로 울릉도를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는 파트너를 찾는 것도 울릉살이의 중요한 의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울릉살이와 더불어 지역에 부족한 것들을 채우기 위한 노력도 이어간다. 이 이사는 “울릉살이를 통해 주거환경, 새로운 먹거리 등 여러 재능이 있고,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을 발굴하고 함께 한다면 무엇이든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부인과 울릉도를 이어주는 ‘울릉살이’로 인구절벽에 처한 울릉도를 청년들의 열기로 메워지길 바란다는 이병호 이사. 그는 “지난해 노마도르가 울릉살이를 통해 울릉도에 정착했듯 울릉살이가 인구절벽에 처한 울릉도의 인구를 증가시키는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울릉도에서만 보고,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수 많은 천연 보물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눴으면 좋겠어요. 울릉도를 경험한 사람들이 다양한 자기 성찰과 미래에 대한 희망, 풍부한 영감을 얻어 간다면 더할 나위 없죠.”

석포에서는 바다건너 독도를 볼 수 있다./ 사진=울릉살이 페이스북

"변방에서 새로운 생각과 시선 만들어져"

최근 청년들은 산업화와 획일화 된 경쟁 속에서 늘 피로감을 호소한다. 울릉살이는 이런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하나의 비상구가 되고, 울릉도는 큰 꿈을 펼칠 수 있는 에너지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이 이사는 "특히 대한민국 동쪽 변방에 위치한 울릉도에서 새로운 생각과 시선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변방은 또 다른 변방과 맞닿아 있기에 늘 새로운 시각에서 우리와 주변을 바라볼 수 있게 한다. 또 중심에서는 생각하기 힘든 창의적이고 새로운 시각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제가 살고 있는 울릉도는 대한민국의 가장 변방입니다. 변방이 튼튼해야 중심이 존속된다고 생각해요. 대한민국 변방에 위치한 울릉도가 더욱더 새롭고 다양하고 아름다운 곳이 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울릉도는 깨끗한 대자연이 기다리고 있다./ 사진=울릉살이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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