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기업에 다니지만 이에 대한 제대로된 교육을 받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많다.  

# "내가 다니는 곳이 사회적경제기업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입사 후 사회적기업에 대한 별도 교육을 받지 못했다."(A 사회적경제기업 3년차 직원) 

# "직원들 대상의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하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다. 직원이 몇 명 없다보니 주어진 업무를 감당하기도 버겁다."(B 사회적기업 대표) 

일반 기업에서 교육훈련은 조직의 주요문제를 해결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사회적경제도 가치 추구와 이해관계자의 거버넌스를 기반으로 하기에 이러한 정체성을 반영한 교육훈련은 더없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현장은 이런 당위와 거리가 멀다. 사회적경제 기업에 다니면서도 사회적경제가 뭔지 제대로 교육받거나, 사회적경제 기업을 운영하면서도 직원 교육을 해야한다는 책무를 실천하는 경우 모두 먼 나라 얘기다.

 

# 2017년 조사 전문교육 10%에 그쳐...전문 강사·콘텐츠 부족, 방식도 밋밋한 강의 형태  

사회적경제 종사자 교육이 부족하다는 것은 이미 여러 통계에서도 드러났다.  

정부가 지난 2017년 10~12월 관계부처, 지방자치단체, 교육청 등 정부기관의 사회적경제 관련 교육훈련(총 114개 기관 321개 사회적경제 교육 프로그램, 교육 인원은 5만8000여명)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사회적경제 대한 기초 소양 수준의 일반교육(32%, 116개) 또는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지원이 36%(116개)로 전체의 68%에 달했다. 전문교육은 10%(31개)에 불과했다. 예산 투입에서도 사회적경제기업 종사자 대상교육보다 창업 희망자(전체 87% 비중)에 훨씬 많은 예산을 투여하고 있었다.   

<유형별 사회적경제 교육프로그램, 교육인원 및 예산>(자료출처=정부 '사회적경제 인재양성 종합계획' 2018.7.) 

상황이 이러하니, 사회적경제기업 종사자들의 교육 참여율 또한 낮았다. 2016년 4개 분야 사회적경제기업 1만4948개 종사자 9만1100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8.6%만이 교육에 참여했다고 답했고, 이 또한 사회적경제 기초 소양위주 교육이 제공되어 효과성도 미흡했다고 평가됐다.  

교육 전달 방식에서도 교육내용, 주제, 전달방식 등이 단조롭다는 평가가 많았다. 강의 방식의 교육이 82%에 달한 반면, 실습 탐방 등 체험 형식은 약 3%에 불과해 대상별·분야별 특성이 고려되지 못한 획일화된 프로그램이 주로 제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교육 현실은 개별 기업의 영세함도 이유가 되지만, 교육을 공급하는 곳이 각 지역의 중간지원기관(48%)이라는 사실에도 주목해야 한다. 대다수의 중가지원기관의 경우 교육 담당자가 부족하며 지원 미흡으로 역량 향상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자체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서울시의 경우, 사회적경제를 지원하는 4개 중간지원기관의 교육훈련 담당자는 각 기관별로 1~2명이거나 이 또한 다른 업무와 병행하는 경우가 다수였다.  

과거 교육전문가 그룹 현장간담회에서 한 참석자는 “사회적경제 교육을 총괄할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며 "연구·개발, 컨텐츠 보급, 강사 양성, 평가 등 체계적인 인력양성을 가능케 하는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적경제기업이 처한 현실적 어려움도 작용한다. 사업체 규모가 영세하거나 별도 교육 담당자가 없다 보니 이를 강제하기란 쉽지 않다. 사회투자지원재단이 사회적경제 분야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결과를 보면, 교육과정에 참여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를 '시간 부족'으로 꼽았다. 

기존에 진행되는 교육내용에 대한 불만도 있었다. 59%가 입문수준의 강의 중심으로 전문성이 부족해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 외에도 기존의 사회적경제 교육과정이 불만족스러운 이유로는 지식전달 중심의 강의와 참여와 실습 부족, 업종과 무관한 내용 등으로 나왔다.

 

# 정부 인재육성 계획 발표, 새로운 인재 유입 더불어 종사자 역량강화도 강조 

정부도 사회적경제 인재유입 확대와 더불어 종사자의 역량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정부는 사회적경제 인재유입 확대와 종사자 역량강화를 내용으로 하는 ‘사회적경제 인재양성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정부가 2018년 발표한 '사회적경제 종사자 역량 및 전문성 강화' 계획/(자료출처=정부 '사회적경제 인재양성 종합계획' 2018.7.3일자) 

종합계획에는 새로운 인재 유입과 더불어 '전문인재 육성'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 사회적경제의 혁신과 성장을 이끌어갈 핵심 리더 양성과 일상에서 사회적경제를 체득하도록 지역·현장 중심 지원체계 마련을 강조했다.

교육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사회적경제 전용 온라인 교육 플랫폼 운영 등 온라인 교육 강화 △지역 중심 교육 강화 △기업 자체 훈련 및 위탁 교육에 대한 훈련비 지원 확대 등의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했다.

또한 종사자 역량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해 리더, 중간관리자, 종사자 대상별 맞춤형 육성계획도 강조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사회적경제 인재양성 시스템을 위한 종합지원체계 구축을 위해 교육 표준안 개발·보급과 전문강사를 적극 발굴?양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정부는 전문인재 육성을 위해 2022년까지 주요 사회적경제기업 종사자 교육훈련을 19%에서 50%까지 올리고, 사회적경제 학위 과정도 10개교에서 40개교로 올린다는 계획이다. 

 

# 민간차원 움직임도 늘고 있어...창업· 활동가 양성, 연수원 운영 등  

정부의 움직임과 별개로 민간에서도 사회적경제 교육훈련을 강화하고자 하는 움직임들이 이어져 왔다. 

기존 강의식 방식에서 벗어나 참여형 교육 방식을 시도하는 곳들이 특히 눈에 띈다. 

MTA는 대표적인 참여형 교육방식이다. MTA(Mondragon Team Academy)는 스페인 몬드라곤대학교가 2007년 설립해 운영하는 색다른 창업 교육 방식으로, MTA 교육의 핵심은 △Learning by Doing △Transform myself △Team preneurship △Learning journey 4가지다. 학생, 교사, 교실이 따로 없다는 점이 특이하다. 기존에 교수가 가르치는 전통적인 방식을 벗어나 각자의 경험을 공유하며 이를 지식으로 습득한다. 지식은 누구나 갖고 있지만 표현하지 못할 뿐 누구나 스승이 될 자격이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에 모든 과정은 팀으로만 진행된다. 대신 팀코치가 창업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학생들에게 제공하면서 기업가로 성장하도록 돕는다. 현재 스페인뿐 아니라 미국, 인도, 페루 등 6개국에 11개 랩을 운영 중이다. 2015년 처음 성공회대학교 교육프로그램으로 도입된 이래 국내에서는 HBM협동조합경영연구소, 아쇼카코리아를 비롯해 성균관대, 계원예술대학교 등과도 함께하고 있다. MTA코리아 관계자는 “MTA는 창업교육이지만 듣고 난 많은 분들이 소통·협력하는 방법을 배우고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 되었다고 얘기한다”고 설명했다. 

사회투자지원재단 사회적경제역량강화센터는 2015년부터 4년째 활동가 양성과정의 일환으로 파울로프레이리(PauloFreire)의 페다고지 방식으로 교육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다. 3월부터 10월까지 8개월 간 자신이 해결하고 싶은 과제를 토론과 강사의 코칭을 통해 스스로 찾아가는 참여형 팀학습이다. 현재까지 7개팀 35명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문제해결 역량을 갖춘 활동가 양성이 목적이다. 김유숙 사회적경제역량강화센터 소장은 "우리 프로그램은 사회적경제 종사자의 역량을 강화하고 자신이 안고 있는 과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건강한 운동성을 가진 사회적경제 활동가가 많이 축적되려면 지식으로만 전달해주는게 아니라 스스로 자기 성찰 통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사회투자지원재단 사회적경제역량강화센터가 진행하는 사회적경제 학습공동체 페다고지는 사회적경제 활동가들이 현장에 겪는 당면한 과제를 팀 학습의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사진제공=사회투자지원재단

리더 육성 프로그램을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곳도 있다. 아이쿱소비자생활협동조합은 차세대 지도자 육성을 위해 이사육성 코스를 별도로 운영한다. 이사육성 코스는 이사의 역할에 대한 이해와 필요한 역량을 강화시키고 이사 또는 예비 이사들의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해 2008년도에 설립된 교육 과정으로, 10여년 동안 1,000명 이상의 이사들을 교육했다.  2016년도부터는 교육 코스를 입문 과정과 심화 과정으로 세분화하였으며, 현재는 입문, 심화, 연수 과정으로 교육을 단계별로 진행하고 있다. 전 단계 교육 과정을 이수하지 못하면 다음 과정을 수강할 수 없으며, 연수 과정까지 마치면 이사코스 수료 자격이 부여된다. 

자활은 사회적경제 4대 영역 중 유일하게 자체 연수원을 운영하고 있다. 2015년 4월 충북 충주에 개원한 한국자활연수원은 근로빈곤층의 자활을 지원하는 종사자와 참여자와 취약계층의 자립을 지원하는 인력을 위한 전문교육기관을 표방하며, 대상별로 맞춤형 전문교육을 진행한다.  

 

# 민간 내 인재양성에 대한 인식 높이고, 다양한 사례 나누는 교류 장 필요 

인재육성에 대한 정부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민간에서도 그 중요성을 꾸준히 이어오는 사례들이 늘고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라는 게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서울대와 협동조합 전문경영가 과정을 5년간 진행해온 김성오 한국협동조합 창업경영지원센터 이사장은 “우리가 진행한 협동조합 전문경영가 과정에 참여하는 90% 이상이 사회적경제 종사자였다”며 “협동조합 및 경영의 기초 과정을 넘어 더 전문적인 교육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비학위 과정은 축적되지 않기에 대학 내 사회적경제 학부 과정이 더 많아져 전문 연구자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 스스로도 인재양성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협력의 장이 필요하다.

민간 스스로 인재양성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유숙 사회적경제역량강화센터 소장은 "지자체나 정부에 의존하는 방식을 넘어 신협이나 자조기금 등 사회적자원을 통한 교육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이 더 활발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한 강의식 방식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집단지성을 발휘하며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돕는 학습 코칭 양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곳곳에서 일어나는 교육훈련의 다양한 사례를 공유하고 협력하는 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강민수 쿱비즈협동조합 대표는 "지난해 우리 협동조합에서 협동조합 표준개발안을 개발했지만 여전히 일회성 특강이 다수고 체계적인 인재양성 프로그램이 없다"며 “정부 정책의 기조와 더불어 민간을 중심으로 사회적경제의 교육훈련의 다양한 사례를 공유하고 실천방법을 도모하기 위한 교류의 장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쿱비즈협동조합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사회적경제 교육훈련의 중요성을 공유하고, 현황을 살펴보는 포럼을 오는 6일 개최한다. 

김 소장은 “사회적경제기업의 역량은 곧 사람으로부터 나온다"며 "이러한 역량이 기업과 지역에 지속적으로 축적되려면 건강한 운동성을 가진 활동가들이 기본 소양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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