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꿈꾸는 청춘, 시니어가 달린다?①?



일본의 시니어비즈니스와 노인복지를 알아보고자 교토와 나고야로 출장 겸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교토는 일본 역사의 고도이자 수도로 우리나라 경주 같은 곳이고, 나고야는 중부지방의 행정·산업·문화·교통의 중심지인 일본 제3의 도시로, 연간 23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관광도시이다.

내가 교토로 향한 이유는 교토의 문화관광 자원 곳곳에 숨어 있는 고령자를 비롯한 모든 세대를 위한, 배려의 유니버셜디자인을 체험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한 나고야로 향한 이유는 미국의 시니어 복합문화공간 ‘Mather's More Than a Cafe’의 일본 버전인 나고야 최초의 액티브 시니어살롱 ‘유우지적’을 방문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가 고령화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전 인구의 7%)를 넘어 고령사회(14%)로 가고 있다면 일본은 몇 년 전 초고령사회(20%)를 넘어 현재 약 23%가 고령자다. 실제 오사카공항에서 내리자마자 스쳐지나가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노인들이고, 교토로 가는 버스를 타고자 이동 중 짐을 옮겨준 이도 노인인 것을 보면서, 일본 사회의 고령화 상황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일본의 고령화 현상의 간접경험을 통해 우리는 보다 지혜롭고 현명한 저출산 고령화 해법을 고민하고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고령화 대처 성공?실패 사례의 벤치마킹을 통해 우리는 시행착오를 줄여 가며 우리나라의 문화?정서 수준에 맞는 정책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저출산 고령사회의 가장 좋은 해결책 중 하나는 바로 ‘일자리’라고 생각한다.

교토에 있는 관광지(금각사)에서 주차관리, 청결관리를 하시는 노인들 모습

풍부한 인생 경험에서 그동안 해 왔던 일의 연장선상이나, 혹은 하고 싶었으나 자녀와 가족의 생계를 위해 잠시 미뤄 왔던 일들을 이제는 배워 가며 자원봉사도 하고 사회 참여도 확대해 가는 고령자의 일자리는 가정과 지역사회를 넘어 국가의 발전과 세대 통합에도 중요한 이슈일 것이다.

일본의 관광지나 공공시설에서도 우리나라와 같은 공익형과 교육형 위주의 노인 일자리를 볼 수 있다. 실제로 내가 공식적인 업무를 마치고 나고야성을 관광할 때도 노란 유니폼을 입고 문화해설사로 일하는 노인-우리나라의 고궁 문화해설사나 숲해설사와 유사한-을 접할 수 있었고, 관광지의 주차, 청소 등 일상사에서 자연스럽게 노인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미래상을 잠시 예상해 볼 수 있었다.

10여년의 긴 공황기를 지나 2007년부터 시작된 단카이세대(1947~1949년 사이에 태어난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들의 본격적인 은퇴는 기업들에 당장 필요한 기술과 노하우에 대한 단카이세대들의 사회적 자산 가치를 재조명할 수 있는 의미 있는 현상이었다.

현역을 은퇴한 고령자에게 고문역 혹은 재취업의 기회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나 국민연금에 의존하기보다는 퇴직·개인연금으로 상대적으로 안정되고 풍요로운 노후를 맞고 있어, 일자리가 제3의 여가인 자원봉사 쪽에 좀 더 가치를 둘 수 있는 일본의 노인일자리 상황은 부러움과 동시에 우리가 찾고 지향해야 할 미래의 모습일 것이다.

우리나라도 건강이 허락한다면 고연령이라도 일할 수 있는 ‘남이섬’이나 60세 이상만 일할 수 있는 ‘울산신화공업’ 같은 모범이 되는 기업도 있기는 하지만, 고령자에게 그들이 살아온 이력을 살리고 나눌 수 있는 더 많은 기회가 보장되기를 바란다.

올해 보건복지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고령자친화형전문기업’에는 시니어 카페, 문화재 발굴, 외식업에서의 조리·주방·서빙·주차 보조, 전통식품 생산·유통 등의 아이템이 있는데, 고령자들의 신체적 특성과 능력, 관심분야가 배려된 일자리로 승화되어야 하며, 우선은 시작했다는 데 의미를 두고 보다 실질적으로 운영, 발전되어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고 본다.

바람직한 노인 일자리 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기업체 영역에서도 고령자 한 분 한 분의 경력을 살릴 방법을 찾아 제공해야겠지만, 실제 일하는 노인들도 은퇴 전의 사회적 지위를 잊고 인생의 대선배로서 넓은 마음과 베푸는 서비스 마인드로 일자리에 접근해야만, 노인 개인의 자긍심도 갖출 수 있고 세대 간, 사회의 갈등 요소도 배제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일본 등 선진국의 노인 일자리 사례들을 부러워하면서도 우리들 나름의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전통문화 자산은 오랫동안 이어져 온, 바로 노인에 대한 공경 사상과 효 문화일 것이다. 노인들 스스로나 다른 세대들이 노인의 일자리에 대한 선입관을 버리고 다 같이 따뜻한 열린 소통, 공감, 배려를 할 수 있다면 노인들의 일자리 참여를 통한 건강 유지와 의료비 절감, 소득에 따른 소비의 선순환으로 이어져, 우리나라의 생산성 제고, 국가 경쟁력 유지 및 강화, 사회 통합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전통문화 자산의 자연스러운 전승에 대한 몫은 어쩌면 다른 세대들이 할 수 없는 차별화된 노인들만의 일자리 자산, 가치일 수 있다.


정부 각 부처에서는 노인뿐만 아니라 예비 노인인 베이비부머를 대상으로 하는 일자리, 자원봉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건복지부의 노령지식인사업,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고령자친화형전문기업, 지식경제부 산하 중소기업청 소상공인진흥원의 시니어창업프로그램, 노동부의 사회공헌형일자리 사업 등이 있는데, 이러한 사업들이 교육과 일자리에 참여하는 노인과 은퇴 전후 베이비부머들의 다양한 가치와 꿈을 제대로 싣고 구현할 수 있는 선물로 다가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alert style="white"] 글 조한종(퓨어모자이크연구소 기획이사)
조한종님은 현재 퓨처모자이크연구소(www.seniorcafe.co.kr)기획이사이자 시니어스비즈니스 컨설턴트로 활약 중 입니다. 실버산업, 노인일자리 등과 관련한 연구, 교육, 컨설팅, 기획, 마케팅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니어를 주제로 한 칼럼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sukwha73@naver.com [/al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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