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에미상 19개 부문에 후보로 노미네이트된 문제의 화제작, 미국 HBO의 5부작 드라마 <체르노빌>이 지난 14일 국내에 상륙했다.
이름에서 연상되듯 이 작품은 1986년 4월 26일 우크라이나(당시는 소비에트 연방 소속) 체르노빌에서 발생한 원자력 발전 폭발 사고를 다루고 있다. 방대한 자료조사를 통해 고증에 상당히 신경 쓴 작품으로 현실의 사건을 그대로 재현한 ‘다큐멘터리’라 봐도 무방하다.
이 작품은 안전하다 믿었던 원자력 발전도 순간의 실수로 인간이 제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는 점, 방사능 피폭의 참혹함을 직접 보여준다. 5시간 동안 쉼 없이 함께 달리다 보면 평소에 나의 일이라 생각지 못했던 방사능에 대한 경각심이 생긴다.
아직도 진행 중인, 21세기 최악의 참사나 다름없는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가 생각난다. 멜트 스루(핵연료가 원자로 바닥을 뚫고 나오는 것) 상태까지 진행되어 이제 수습이 가능할지 알 수도 없는 현 상황이 말이다. 발전소 지하 방사능 오염수의 해상 유출 문제뿐 아니라, 차폐 기능 없이 비닐봉지로 쌓아둔 제염토 문제까지 이 모든 것이 지금 바로 옆 나라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다.
당장 내년에 열리는 2020 도쿄 올림픽도 문제다. 야구/소프트볼 경기가 열릴 ‘아즈마 야구장’은 폭발사고가 난 후쿠시마 1원전과 직선거리로 67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구글어스로 확인해 보면 야구장 인근 곳곳에 제염토 비닐 야적장으로 보이는 곳도 있다. JTBC 취재에 따르면, 현재 야구장 인근에서 나온 방사능 수치는 0.5 마이크로 시버트다. 안전 기준치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사고 30년이 지난 체르노빌도 아직 반경 30km 내 출입통제를 유지하고 있는데, 사고 8년 밖에 안 된 후쿠시마에서 과연 제대로 된 올림픽을 치를 수 있을까?
일본의 ‘특정 비밀의 보호에 관한 법률(特定秘密の保護に?する法律)’로 인해 현재 일본의 방사능 수치와 관련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매우 제한적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눈을 감으면 가이거 카운터의 바늘이 틱틱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고 입안에서 묘한 쇠 맛이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불안장애 증상인 것일까? 외교적 충돌을 우려해 정부가 직접 나설 수 없다면 시민사회에서라도 올림픽 보이콧 목소리를 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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