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놀이부터 할래요!”

아이들은 물놀이와 간식 중 주저없이 ‘물놀이’를 골랐다. 여름방학을 보내는 금천구 관내 한 초등학생들 모습이다.

금천구는 보건복지부 ‘사회적경제와 함께하는 온종일 돌봄’ 시범운영 지역 7곳 중 하나다. 지난 16일 마을돌봄교실에서는 물놀이로 시간을 보냈다. 이날 돌봄은 금천구 우리랑가협동조합(이하 우리랑가)이 맡았다. 우리랑가는 역사·문화·생태 체험학습 등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강사들이 모인 협동조합이다. 경력단절여성들로 구성된 조합원 중 8명이 상근으로 활동하고, 나머지 조합원은 개인사정에 따라 자유롭게 결합한다.

지역과 사회적경제를 알리는 교육활동

2014년 11월 설립된 우리랑가는 금천구 지역자산을 활용해 근현대 수업을 진행한다. 구로공단노동자생활체험관이 대표적이다. 생활체험관은 1980년대까지 구로공단에서 일했던 여공들의 쪽방(벌집)을 복원한 공간으로, 당시 여공들 생활상을 체험할 수 있다. 우리랑가는 한국 현대사 속 경제이야기, 여공들의 생활에서 얻는 교훈 등을 아이들과 성인 대상으로 교육한다. 이 이사장은 “50년 간 급격히 발전한 경제성장에 아이들이 특히 신기해한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서울시 직장인 출퇴근 트렌드 변화’에 따르면, 출근시간 하차지역 1위가 ‘강남역(2008년)’에서 ‘가산디지털단지(2018년)’로 바뀌었다. 과거 여공들이 채우던 공간을, 4차 산업혁명이 채워가는 셈이다. 우리랑가 역시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아이들에게 코딩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수업들도 진행한다.

구로공단 노동자생활체험관 전경 / 사진 : 구로공단노동자생활체험관 페이스북

우리랑가는 수업을 할 때 금천구 지역 내 사회적경제를 소개하는 시간도 가진다. 이 이사장은 "(교육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금천구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금천구의 정체성과 지역 내에서 아이들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이 지역을 배우면서, 향후 다른 지역이 아니라 금천구에서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동아리→협동조합으로, 초기 안착 과정에서 어려움

우리랑가는 동아리 활동이 협동조합으로 이어진 곳으로, 초창기 협동조합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협동조합을 만들고, 재기능기부 활동을 했어요. 당시만 해도 관내에서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우리 교육프로그램을 여기저기 소개하고 다녀도 별다른 연락을 받지 못했죠. 정말 막막한 상황이었어요.”

우리랑가는 초기 관내 남부여성발전센터에 입주해 있었다. 센터에서 협동조합은 우리랑가가 유일했다.

“안에서 조직운영을 많이 고민했어요. 당시에는 관내에 사회적경제특구추진단이 있는지도, 사회적경제간 연대 활동도 몰랐어요.”

조직운영이 힘에 부치고, ‘왜 시작했을까’ 하는 좌절감을 느낄 무렵, 금천구사회적경제특구추진단(이하 특구추진단)을 만났다.

이영미 우리랑가협동조합 이사장은 "추진단과 함께하며 우리랑가협동조합이 성장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협동조합 생존, “금천구 사회적경제 생태계 덕분”

우리랑가는 특구추진단에 가입했고, 지금까지 함께 활동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특구가 없었으면 협동조합이 와해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구추진단을 함께하며 협동조합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었고, 조직운영에 필요한 조합원간 관계, 조직운영에 필요한 점 등을 고민할 수 있었다. 다른 조직들과 특구추진단을 함께하며 사회적 가치도 다시 한번 체험할 수 있었다.

그는 “특구활동을 통해 교육콘텐츠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어떻게 내용을 차별화할 수 있을지도 고민했다”고 돌아봤다. 관내 사회적경제 조직을 찾고 있던 특구추진단 역시 우리랑가 교육콘텐츠를 학교에서 운영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줬다.

우리랑가가 고민하며 준비해간 프로그램에 학교 선생님들이 “어떻게 프로그램을 짜는지” 묻는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줬고, 학생들 만족도 역시 높았다. 학교 내 수요에 맞는 방법 및 내용을 우리랑가가 보완해주면서, 일부 학생들은 관심사에 맞춰 교육프로그램을 추가로 진행하기도 했다.

이 이사장은 “학교 내 선생님, 학생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학교와 사회적경제조직 모두 만족도가 높아진다”고 생각을 밝혔다.

우리랑가협동조합이 관내 문성중학교에서 진행한 MTA교육프로그램. MTA는 스페인 몬드라곤 협동조합이 만든 교육방법론이다.

지역 내 조직들과 함께할 때 함께 빛나, 금천 외 지역도 교육해보고 싶어

이 이사장은 “우리랑가협동조합 보다는 관내 조직들을 아우르는 ‘협업 모델’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곳과 함께한다고 저희가 묻히는게 아니에요. 각자 열심히 하면서 전체가 빛날 수 있어요”

그는 이를 위해 관내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필요 조건으로 꼽았다. 그간 생태계 조성이 힘써온 특구추진단은 올해를 끝으로 3년 활동을 종료한다.

우리랑가는 특구추진단, 지역학교와 함께 업무협약을 체결, 활동해 왔다. 우리랑가는 앞으로도 학생들에게 경험 기회를 주고, 사회적가치를 확산할 계획이다./사진=금천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

“관내 조직들이 다음을 고민하고 있어요. 사회적경제 조직뿐만 아니라, 금천구, 학교 조직들도 공감하고 있고요. 그동안 함께하면서 이제는 사회적경제 교육프로그램을 학교에서 먼저 불러주는 관계가 됐어요. 아이들에게 창업 프로그램 등 학교 밖 활동과 경험 기회를 주고 싶어요. 우리랑가는 사회적가치를 학교 안에서, 밖에서 더 확산할 수 있도록 활동하는 게 목표에요.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금천 외 다른 지역에도 소개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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