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이 적고 불안정한 서민이라면 가족의 건강 악화, 불의의 사고 등으로 인해 빚을 안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음식점을 차렸으나 실패를 맛보고 빚을 지게 되는 자영업자들의 이야기도 낯설지만은 않다. 금융기관들은 신용등급이 낮은 이들에게 높은 금리를 부과하기 마련이고, 이마저도 이용하기 힘든 개인은 대부업체로부터 고금리의 사채를 이용해야 한다. 만약 이들의 현재의 소득으로 불어나는 빚을 감당하지 못한다면 금융으로부터 소외되고 정상적인 사회활동이 어렵게 된다.

이런 분들은 경제적 회생을 지원하는 채무조정제도(연체이자 감면, 원금 일부 감면, 상환기간 연장 등)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서 국민행복기금, 신용회복위원회의 프리워크아웃ㆍ개인워크아웃, 대한법률구조공단의 개인회생 및 개인파산이 있다. 이 중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운영하는 국민행복기금은 한시적인 지원기구로 대학생 학자금 빚 탕감, 연체자 빚 탕감, 고금리를 저금리로 전환(바꿔드림론)하는 등을 통해 과도한 가계부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이 경제적으로 재기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지난 8월 8일 금융위원회는 다음 달부터 국민행복기금은 미약정 채무자(국민행복기금이 채권을 매입했으나, 원금 탕감 및 채무 상환 약정을 맺지 않은 채무자) 60만명(채무금액 5.6조원)을 대상으로 ‘추심없는 채무조정’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전국 13개 금융상담복지센터에서 채무상담을 거쳐 채무조정 약정시 감면율 우대를 적용받게 되며, 주거, 일자리 등 연계서비스도 안내받는다. 채무상담을 신청한 경우엔 위탁?직접 추심을 잠정 중단하며, 채무자는 상담결과를 첨부하여 한국자산관리공사 지역본부에 채무조정을 신청하면 된다. 최종적인 감면율은 45.4~92.2%로 정해지게 된다. 쉽게 얘기하여 채무 원금이 1천만원인 경우, 기존에는 100만~700만원(300만~900만원 탕감)만 갚으면 됐지만 우대 감면이 적용될 경우 78만~546만원(최대 912만원 탕감)만 상환하면 되는 것이다. 채무자의 부담을 경감되는 것은 물론이고, 채무자가 먼저 채권자에 대해 채무조정을 신청하는 방식을 통해 건전한 회수관행을 정착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올해 초 국민행복기금 미약정 채무자를 분석한 결과, 장기소액연체자 중 61% 정도는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 채무를 지고 있다. 평균 채무 원금은 450만원, 연체 기간은 약 14.7년으로 추산됐다. 또 60살 이상 고령자이거나 기초생활수급자 등 사회 취약계층이 30%에 이르고, 채무자의 약 46% 정도는 소득이 중위소득 40%이하이다. 미약정 채무자들은 나머지 절반의 원금도 상환하기 어려울 정도로 생활형편이 어려워 채무 조정 자체를 거부하거나 거주지가 확인이 안 돼 연락이 닿지 않은 사람들이다. 이렇다보니 저신용 저소득의 많은 사회취약계층이 혜택을 받게 될 것이다.

상시적 기구인 신용회복위원회와 법원을 통해서도 매년 약 20만면의 채무자가 구제되고 있다.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조정은 채권자간의 자율합의를 통해 채무자가 상환가능한 수준으로 채무를 사전 감면하는 제도로 유연하고 신속한 구제가 가능하다.

연도별 공ㆍ사 채무조정 이용자수

‘프리워크아웃’채무기간이 3개월을 넘지 않은 단기 연체중인 개인채무자를 대상으로 사전 채무조정을 통해 연체 장기화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이다. 2곳 이상의 채권금융회사에 상환해야할 채무가 있으며, 그 중 1곳 이상의 채권금융회사의 연체기간이 31~89일인 자를 대상으로 한다. 총 채무액이 15억원 이하, 신청일로부터 6개월 이내 신규채무가 남은 채무의 30% 이하, 연간 채무 상환액이 총소득액의 30% 이상, 자산 10억원 이하인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이 때 채무감면, 상환기간 연장, 변제유예가 가능하다.

‘개인워크아웃’은 채무불이행기간이 3개월 이상인 장기 연체 채무자를 위한 제도이다. 총채무액이 15억원 이하인 채무자를 대상으로 하며, 지원방식은 ‘프리워크아웃’제도와 비슷하다. 무담보채무는 이자와 연체이자 전액 감면되고, 최장 8년 이내 분할상환이 가능하다. 담보채무는 연체이자만 감면되며, 최장 20년이나 분할상환이 가능하다. 변제유예는 최장 2년까지 가능하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말 가계대출 연체율은 0.02%포인트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22%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신용대출은 0.55%로 전월말 대비 0.05%포인트 올랐다. 미?중, 한?일 무역갈등 등으로 인해 하반기 경제전망이 불확실하다보니 시중은행의 대출관리는 더 깐깐해 질 것이다. 이로 인해 자영업자와 서민들의 생활경제는 더 팍팍해질 수 있다. 모쪼록 채무조정제도를 비롯한 포용금융을 통해 이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나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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