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종 함께일하는세상 대표가 최근 SNS에 자신이 직접 일상에서 사용한 사회적경제 제품을 소개하고 이용 후기를 올렸다./사진제공=이철종 대표

‘#일상에서사회적경제를’

최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새로운 해시태그 운동이 주목받고 있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생활용품을 사회적경제 기업의 제품으로 바꾼 뒤, 여러 사람들에게 공유해 동참을 이끄는 일종의 작은 캠페인이다. 지난 6월부터 ‘#일상에서사회적경제를’ 시작해 본격적인 실천에 돌입한 이철종 함께일하는세상 대표를 만나 체험기를 들어봤다.

사회적기업 ‘함께일하는세상’은 서울시의 위탁을 받아 창동 농협 하나로마트 지하 1층에서 사회적경제 제품 매장 ‘공감마켓정’을 운영 중이다. 이곳에는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소셜벤처 등 사회적경제 기업 110곳의 제품 1000여 개가 비치됐다. 이 대표는 공감마켓정을 통해 보다 쉽고 가까이에서 사회적경제 제품을 살펴보고 구매할 수 있었다. 매장에 없는 제품은 직접 업체에 방문해 사거나 온라인을 통해 주문했다.

“지금 제가 걸치고 있는 것 중 2가지(안경, 벨트)만 빼고 전부 사회적경제 제품이에요.” 

그가 이처럼 생활용품을 사회적경제 제품으로 바꿔보기로 직접 나선 이유는 ‘편견’ 때문이었다. 이 대표는 “사회적경제 제품은 좋은 취지는 잘 알겠는데, 일상에서 사용하기 어렵다거나 특수한 상황에서만 쓸 수 있다거나 가격이 비싸다는 등 선입견이 많다”며 “평범한 일상생활에서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고, 우리 삶 아주 가까이에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기상부터 취침까지…사회적경제로 살아보는 하루 

이철종 함께일하는세상 대표의 '#일상에서사회적경제를' 실천 과정을 하루 일과로 재구성해봤다./디자인=윤미소 이로운넷 디자이너

2019년 8월 7일 인터뷰를 진행한 날, 이철종 대표의 하루를 임의로 재구성해봤다. 

아침 일찍 일어나 사회적기업 ‘누야하우스’의 클렌징폼으로 세수를 했다. 오늘 의상 콘셉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사회적경제 패션! 얼마 전 사회적기업 ‘대지를 위한 바느질’에서 맞춘 정장을 입고, 사회적협동조합 ‘구두 만드는 풍경’에서 제작한 ‘아지오’ 신발을 신고 출근길에 나섰다. 속옷과 양말까지 예비사회적기업 ‘더뉴히어로즈’가 만든 제품으로 중무장했다.

강의, 미팅에 인터뷰까지 스케줄이 빡빡한 날에는 챙겨야 할 준비물이 많다. 사회적기업 ‘모어댄’의 백팩 ‘컨티뉴’ 안에는 사회적기업 ‘아름다운가게’ 리사이클 브랜드 ‘에코파티메아리’의 필통과 명함지갑, 사회적기업 ‘커스프’가 만든 볼펜을 챙겼다. 오후에 인터뷰는 공감마켓정 내 카페에서 진행됐다. 카페에서 이 대표는 사회적기업 ‘아름다운커피’의 공정무역 원두로 만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오늘은 아들 산이의 10번째 생일이라 퇴근을 서둘렀다. 교육용 게임을 개발하는 소셜벤처 ‘일러스트넷’이 개발한 한국사 보드게임 ‘공딱’을 선물하니 아이가 무척 기뻐한다. 저녁에는 단골가게인 ‘가양주작’에 가서 동네 사람들과 술 한 잔을 기울였다. 군포시 대야미동 마을기업인 이곳은 직접 막걸리를 빚어 판매하는 곳으로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한다. 

집에 돌아와서는 하루 종일 흘린 땀을 사회적기업 ‘소화아람일터’의 샴푸와 바디워시로 깨끗이 씻어냈다. 사회적기업 ‘닥터노아’의 치약과 칫솔로 이도 닦았다. 이천시 마을기업 ‘코잠협동조합’에서 구입한 가볍고 포근한 광목이불을 덮으니 금세 잠이 온다. 아직 바꾸지 못한 안경과 벨트를 어떻게 해야 할지가 숙제다. 내일은 또 어떤 제품이 내 일상에 스며들까?

무엇을, 어떻게 바꿔볼까? 이철종 대표와 일문일답

이철종 함께일하는세상 대표는 사회적경제 관련 강의를 1년에 50회 이상 진행한다. 그는 "나 자신이 걸어다니는 사회적경제 실물 교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사진제공=함께일하는세상

-일상용품을 사회적경제 제품으로 바꾸면서 든 소감은?

▶ 공감마켓정을 운영하면서 직접 사회적경제 제품을 사용해본 ‘경험’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판매에서 ‘상품력’ ‘필요성’ ‘소비자와 접점’이라는 3가지 요소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어떤 제품은 상품력도 좋고 필요성도 큰데, 소비자와의 접점이 적으면 판매가 어렵다. 반대로 필요성도 있고 소비자와의 접점도 있는데, 상품력이 적은 경우도 있다. 셋 중 한 가지라도 부족하다면 경험해보고 공유하는 과정에서 해결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바꿔가는 과정에서 어렵거나 부족하다고 느낀 부분은?

▶사회적경제 기업 안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품목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안경은 어떻게 할 것이냐’를 고민했는데 찾아보니 ‘전국안경사협동조합’이 있더라. 소셜미션이 강하진 않지만 일반 협동조합을 빼버리면 모색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남성복은 찾기가 힘든데, 정장은 기성복이 없어 맞춤을 진행했다. 정장 외에 트레이닝복이나 일상복 등은 거의 없다. 꼭 사회적경제 기업이 아니더라도 친환경 소재를 쓴다든지, 장애인 일자리를 창출한다든지, 저개발국을 돕는다는 등 조금이라도 ‘가치’가 있는 곳을 찾아 소비하려고 한다.

-반대로 사회적경제 제품을 구매하면서 인상적인 점은?

▶비누, 샴푸, 바디워시, 주방세제 등 ‘세정제’ 쪽은 생산하는 기업이 많아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다. 사회적경제 제품이라고 무조건 구매하는 게 아니라, 내 취향과 선호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는 건 무척 중요하다. 예를 들어 내 피부가 건성?지성인지 아토피?민감성인지, 또는 가성비?편리성을 중시하는지 등 기준에 따라 ‘나에게 맞는 제품’을 찾아가는 것이다. 최근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온라인 플랫폼 ‘e-store 36.5+’을 구축해 그 안에서 다양한 사회적경제 제품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는데, 제품군을 많이 모아서 선택의 폭을 넓혀야 한다.

사회적기업 '대지를위한바느질'에서 정장을 맞추는 이철종 대표 모습. 양복이 유니폼인 그에게 일상에서 꼭 필요한 제품이다./사진제공=이철종 대표

 

-사회적경제 제품은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현재 사회적경제 기업이 약 2만개 이상 있는데, 열의 아홉은 신생기업이다, 생애주기로 따지면 아동의 비율이 월등히 높은 ‘씨앗기’인 셈이다. 신생기업은 상품력, 경쟁력 등을 구축하는 단계라 역사가 긴 다른 기업들에 비하면 부족한 면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들이 구축기를 지나 안정화를 거쳐 20~30년 업력을 갖출만한 생태계 조성이 필요한 때다. 물론 사회적기업 ‘블루인더스’ 미세먼지 마스크처럼, 이미 가성비와 제품력을 갖춘 제품도 있다. 또한 ‘아지오 구두’는 다른 제품에 비해 30~40% 정도 비싸지만, 수제화라서 내 발에 딱 맞고 편해서 만족감을 주는 측면도 분명히 있다. 비싸다고 해서 가성비가 떨어지는 건 아니다.

-사회적경제 제품을 이용하려는 ‘입문자’를 위해 팁을 준다면?

▶첫 경험은 1만원 미만의 저렴한 제품을 사용해볼 것을 추천한다. 양말이나 수세미 등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제품을 사서 경험해보고 확장하는 게 중요하다. 직접 써보니 ‘의외로 괜찮네’라고 생각할 수 있고, ‘잘 안 맞네’라고 해도 손해 볼 것 없는 제품이 좋다. 그렇게 하나씩 평범하고 일상적인 소비 행위에 ‘가치’가 담겼다고 스스로 알게 되면, 마음가짐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공정무역 커피를 한잔 마셨을 뿐인데 저개발국 농민을 도왔고, 티셔츠 한 장을 사 입었는데 장애인 일자리가 늘어나는 사회적가치 창출에 내가 동참했음을 인식해야 한다.

-단순히 제품 이용에 그치지 않고, SNS로 공유하는 이유는?

▶공공구매를 주제로 공무원 대상 강의를 한 해 50회 이상 진행하는데, 나 자신이 ‘실물 교재’가 되면 어떨까 생각했다. 사회적경제가 접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보이고 싶었다. ‘페이스북’ 친구가 2000명 정도인데, 내가 올린 체험후기를 보고 ‘나도 실천해보겠다’고 나선 분들도 계신다. 단순히 상품 홍보만 올리는 것보다 체험 후기를 올리면 소비자로서 다르게 보고 반응하는 것 같다. 앞으로 사회적경제 분야의 주요 인사를 중심으로 ‘#일상에서사회적경제를’ 운동이 확산되도록 요구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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