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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서울 관악구의 한 아파트에서 42살 어머니와 6살 아들이 숨진 채 발견돼 이슈가 됐다. 두 모자는 북한이탈주민으로, 사망 원인은 ‘아사’였다.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지원 정책이 있지만, 정보를 얻지 못해 지원에서 제외되는 등 사각지대에 처한 이들이 많다.
*1997년 1월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식 용어

남북하나재단이 발간한 ‘2018 북한이탈주민 사회통합조사’에 의하면 북한이탈주민이 몸이 아파 집안일을 부탁할 경우, 갑자기 많은 돈을 빌릴 경우, 낙심하거나 우울해서 이야기 상대가 필요한 경우 북한이탈주민 개개인이 도움받을 수 있는 주변 인물은 3명 정도에 불과하다. 낯선 곳에 정착한 탓에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기도 어렵다.

네트워크 구축이 힘든데는 북한이탈주민이 느끼는 편견과 차별도 한몫한다. 북한 관련 TV 프로그램이 많아지고 북한 출신 유튜버가 등장하는 등 미디어의 발달로 이들을 접할 기회는 많아졌지만, ‘다르다’는 인식은 여전하다. 북한이탈주민 사회통합조사에 의하면, 지난 1년간 차별·무시를 당한 경험이 있는 설문 응답자는 20.2%로, 그 이유에는 ‘말투, 생활방식, 태도 등 문화적 소통방식이 다르다는 이유(57%)’, ‘북한이탈주민의 존재에 대한 남한 사람의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17.1%)’, ‘전문적 지식과 기술 등에 있어 남한 사람에 비해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돼서(15.1%)’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연세대 인액터스 '지음' 팀은 팟빵, 네이버 오디오클립 등에 방송을 개설해 북한이탈주민과 이야기를 나눈다.

비즈니스로 사회혁신은 이끄는 연세대 인액터스팀 ‘지음’은 이 문제에 주목했다. 1년 사이에 남북 정상회담-북미 정상회담-남북미 회동이 연이어 개최되면서 북한과 마음의 거리는 한뼘 가까워졌지만, 아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거시적 담론보다는 소소하고 재밌는 이야기

'사부작 시즌 2'는 밥상 위의 작은 통일이라는 의미로 '밥통'이라는 소제목을 지었다. /사진=사부작 팟빵 페이지 캡처

북한이탈주민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을 자극하는 건 ‘탈북 이야기’다. 탈북 과정에서 이들이 겪었던 영화 같은 경험담은 두고두고 회자된다. 북한이탈주민이 TV 프로그램에 등장할 때 이 이야기를 빼놓지 않는 이유다. 가난하고 억압받는 북한 생활상은 덤이다.

힘든 경험을 알리는 일은 중요하지만, 과하게 부각되면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고정관념을 만들 수 있다. 북한에 대한 이미지가 북한 출신 사람에 대한 편견으로 이어져 차별 근거를 만든다. 지음 팀은 남한 사람들이 북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폭넓게 듣고 우리 사회의 진정한 구성원으로 여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8월 인터넷 라디오 방송(팟캐스트) ‘사부작’을 만든 이유다. 라디오 방송에서는 북한이탈주민 1~2명이 게스트로 참여하고 지음 팀원들이 이들과 함께 담소를 나누는 방식이다. 대학생 신분이라 초반에는 같은 대학생을 게스트로 구했고, 이후에는 그들의 지인을 모집했다.

지음 팀이 녹음을 진행하는 장면.

“여러 미디어 콘텐츠 중에서도 편집을 최소한으로 한 채 그들의 이야기를 음성 메시지로 전달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어요. 녹음실만 대관하면 되니까 방법이 가장 쉽기도 하고요.”

김영욱 팀장(경영 14)은 “‘사부작사부작’ 이야기를 나누자는 뜻을 담았고, ‘사이좋게 북한 친구와 함께 하는 작은 밥상’의 줄임말이기도 하다”며 방송 이름을 ‘사부작’이라고 지은 이유를 설명했다.

방송은 밥상머리에서 말하듯 편하게 이야기한다는 콘셉트다. 그에 어울리게 참여자들은 ‘온성 두부밥,’ ‘회령 백살구’ 등 고향과 음식을 합한 예명을 쓴다. 에피소드당 4부작으로 구성되고, 에피소드마다 다른 북한이탈주민이 등장한다.

1부에서는 먼저 고향의 음식, 추억 등을 나눈다. 음식 이야기를 하면 처음 만난 사람들 사이에 도는 어색함을 쉽게 깰 수 있기 때문이다. 2부에서 게스트가 북한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 탈북 과정은 어땠는지 들어본 후, 3·4부에서는 남한 생활, 고민, 취미, 꿈 등을 나눈다. 김 팀장은 “시즌1에서는 북한 생활과 탈북기를 2부와 3부로 나눴지만, 청취자 설문을 진행하고 내부 회의를 해본 결과 남한에서의 생활 이야기를 더 많이 담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사부작이 다른 북한 콘텐츠와 차별화되는 점은 북한이탈주민의 익명을 보장한다는 점과 이들이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사실이다.

“많은 북한이탈주민들이 신상 노출을 꺼려요. 신상이 알려지면 북에 남아있는 가족에게 나쁜 일이 생길 수도 있잖아요. 그리고 방송 출연 제의를 받으신 분한테 직접 들은 바에 의하면 많은 방송 관계자들이 시나리오를 마련해두고, 특정 경험을 부각해서 말해달라는 요청을 한다고 해요.”

게스트-청취자 직접 교류...보이는 라디오 계획도

지음 팀은 합정역 근처 루프탑을 빌려 오프라인 행사를 진행했다.

지음 팀은 지난 7월 청취자와 게스트 15명을 모집해 오프라인 행사를 열었다. 김 팀장은 “지금 진행 중인 팟캐스트가 정말 청취자들의 인식을 바꾸는 효과가 있는지 검증하고 교류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반응이 좋아 앞으로 시즌당 1회 오프라인 행사를 열 계획이다.

게스트의 동의를 구하고 보이는 라디오를 진행할 계획도 있다. 북한 인권 분야 NGO인 'LiNK(Liberty in North Korea)'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윗싸이더’ 측에서 보이는 라디오를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해왔다. 이 외에도 기존 팟캐스트 방송 내용을 책, 교육 자료로 재구성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북한이탈주민의 이야기를 전달할 계획이다.

“게스트들에게 방송 참여 소감을 물으니 ‘평소에 주변 사람들에게 꺼내지 못한 이야기를 해 좋았다,’ ‘우리가 직접 해야 하는 일을 남한 청년들이 주도적으로 도와줘서 고맙다’고들 말했어요. 만약 나중에 통일이 되어 뒤돌아봤을 때 ‘내가 통일에 어느 정도 기여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 보람찹니다.”

사진. 연세대 인액터스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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