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좀 자자 (이창희 시, 백창우 작곡/ 동요집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수록곡)

여름이 되자 잠을 못 잔다 잠을 못 잔다
밤에 자려고 하면 귀뚜라미가 낮에 자려고 하면 매미가
둘이 번갈아 가며 못 자게 한다 못 자게 한다
잠 좀 자자 잠 좀 자자

 

솔직한 노랫말에 구성진 가락이 더해진 이 동요를 따라 부르고 있노라면, 열대야로 인해 잠을 설치는 숱한 날들의 짜증이 새어 나오는 헛웃음으로 그나마 조금 누그러지는 것을 느낍니다.

잠하고 관련된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좋은 잠이 주는 유익과 모자란 잠의 해악에 대해서는 널리 알려져 있기도 하거니와 쉬이 잠 못 드는 분들에게 구태여 이를 강조하는 것이 때로는 잠하고 관련된 더 큰 불안을 유발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좋은 잠을 위한 10가지 습관’과 같이 흔히 접하는 방법-'수면 위생(sleep hygiene)'이라는, 아주 과학적인 근거에 의한 매우 효과적인 방법임에도 불구하고-이 주는 평이함이 도리어 실천으로 이어지지 못하게 하는 것도 아쉬움으로 남아 있었고요. 그래서 여기서는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해봤고 적용해볼 수 있는 잠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들로 풀어나가 보려고 합니다. 호기심으로 시작하여 다다른 이해가 일상에서의 작지만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체온이라는 수면 스위치

막 잠이 들려고 하는 아기를 보면 잠들기 전에 손발이 따뜻해지고 볼도 발그레 열이 올랐다가 잠든 후에는 식은땀이 나며 열이 식는 것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잠들고 나면 우리 체온은 깨어 있을 때에 비해서 0.3℃ 정도 낮아집니다. 체온을 낮춰서 깨어있는 동안 열심히 활동한 장기, 근육, 뇌를 쉬게 하는 것이지요. 여기서 말하는 체온은 심부체온(core body temperature, 몸 속 깊은 내부 장기들의 온도)으로, 이 체온이 내려가려면 피부의 혈관 확장으로 열이 발산돼야 합니다. 그러니까 ‘잠이 들려면 피부 온도는 오르고 심부체온은 떨어진다’ 이것이 우리가 기억해야 할 수면 스위치 중 하나입니다.

Van Dongen et al.,(2017). Circadian rhythms in sleepiness, alertness and performance. In Kryger MH et al(Eds). Principles and Practice of Sleep Medicine (Sixth Edition). Elsevier Saunders, Philadelphia, Pennsylvania: pp388-395

하루 중 심부체온은 저녁 8시경 최고로 상승했다가 잠드는 시점인 밤 11시경에 확연히 떨어지면서 열이 방출되고 점점 더 내려가 새벽 5시경에 가장 낮습니다. 그리고 오전부터 정오까지 오르던 심부체온이 오후 3시경에 살짝 내려갔다 다시 오르는데, 내려가는 구간에서 잠이 올 수도 있습니다. 흔히 점심을 먹고 난 오후에 나른하니 졸음이 쏟아지는 것도 이와 관련됩니다. 더운 여름에 우리가 잠을 못 자는 이유도 여기에 있고요. 밤에도 높은 기온으로 열 방출 효율이 떨어지고 수면 스위치가 작동하기 어려우니 잠이 잘 들지도 않고, 들어서도 자주 깨는 것입니다.
 

스스로 스위치를 조절하기

수면과 관련된 심부체온의 리듬인 이 ‘높였다 낮추기’ 스위치를 우리 스스로 조절해 볼 수 있을까요? 의도적으로 피부 온도를 높여서 심부체온은 낮추자는 말이지요.

니시노 세이지(2017), 『스탠퍼드식 최고의 수면법』, p122

그 첫 번째 방법은 잠자기 90분 전에 하는 목욕입니다. 보통 40℃ 물에 15분 동안 몸을 담그면 심부체온은 약 0.5℃가 오르고, 이것이 원상복귀되는 데 90분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의도적으로 올린 심부체온은 더 크게 떨어지는 경향이 있어서 평소보다 더 큰 폭으로 심부체온이 떨어지며 숙면에 도움이 됩니다.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해서 땀을 내고, 이것을 식히고 잠자리에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심부체온을 올리는 효과는 목욕보다 적지만 열 발산에서만큼은 아주 즉각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족욕입니다. 손과 발은 많은 모세혈관이 분포하여 넓은 표면적으로 열 발산이 가장 효율적인 신체 부위이기 때문인데요. 족욕을 하면 발의 혈액순환이 빨라지고 모세혈관이 확장돼 열 발산이 활발히 일어나며 심부체온이 내려가게 됩니다. 같은 원리를 적용한다면 보다 간편한 족욕 혹은 샤워가 더 현실적일 때도 있겠지요. 단 너무 찬물로 씻으면 피부 혈관이 수축해서 오히려 열 방출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는 피해야 합니다

끝으로 잠자기에 좋은 적정 실내온도에 대한 궁금증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잠자기에 쾌적하게 느끼는 온도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어 정해진 답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너무 높은 온도가 수면을 방해하는 것만큼이나 너무 낮은 온도도 혈관을 수축시켜 열 발산을 저해하여 수면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여름철의 경우 잠자는 시점에서의 실내 온도는 26℃ 내외로, 그 외의 계절은 18-22℃가 권장됩니다.

‘잠 좀 자자’ 그 첫 번째 이야기로 체온이라는 수면 스위치에 대해 함께 살펴 봤습니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우리 머리 속의 생체 시계(일주기리듬), 스트레스와 잠, 잠을 자기 위한 수면제와 알코올 등의 주제로 이어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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