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제를 해결하거나 공익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시도되는 아이디어나 진행 방식 또는 계획인 ‘(사회변화) 솔루션 모델(Social Solution Model)’ 중 주목받고 있는 몇 가지 모델의 실제 사례들을 알아본다. 개념과 현황, 필요성 등은 앞 선 칼럼을 참조하길 바란다.

양방과 한방 치료의 차이를 간단히 대증(對症) 요법과 면역 요법으로 구분하여 설명하는 경우를 봤다. 모든 치료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어느 정도는 두 치료법의 지향점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겠다. 감기가 걸렸을 때 감기 바이러스를 직접적으로 죽이는 양방 치료와 ‘열기(熱氣)’의 균형을 맞추고, 몸의 면역력을 키워 바이러스를 이겨내게 하는 한방 치료 방식은 분명한 차이가 있어 보인다.

사회변화 솔루션에서도 유사한 시도가 있다. 어떤 문제에 대해 직접적인 개입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는 기법이 있는 반면, 그 문제를 다루는 사람들이나 그 시스템 자체를 변화시킴으로서 문제에 대한 대응력을 키워주는 방식도 있다.

세상의 문제에 일시적 효과만 있는 감기약이 아닌 체질을 변화시키는 보약을 처방하는 사회사업가들이 더욱 많아졌으면 한다.

국제구호단체인 옥스팜(OXFAM)의 경우 '빈곤으로 인한 고통을 경감시키는'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긴급 구호와 국제 개발 이외에 커뮤니티 역량 강화와 어드보커시 사업을 추가하여 운영 중이다. 이는 오랜 국제구호 활동의 경험상 ‘빈곤’이라는 사회문제를 퇴치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지원만으로는 해결책을 찾을 수 없고, 해당 지역 사람들의 능력을 키워주고, 정부의 정책을 변화시켜야 근본적으로 해결된다는 점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송파에 있는 한 복지관은 그 홈페이지에서부터 ‘강점 기반’이 자신들의 주요 가치이자 실천 원칙임을 천명하고 있다. 사회복지나 교육 쪽에서 많이 거론되는 ‘강점 기반 치료 또는 프로그램’은 문제를 찾고 치료하는 체계가 가져다주는 부정적 결과들(자존감 저하 등) 때문에 시행되는 솔루션이다. 또한 이는 인간에 대한 이해의 다름도 보여준다. 즉, 인간은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존재이고, 그 존재가 자신의 강점을 자각하고 확장시킨다면 문제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에서 치유가 출발한다. 선진적이라는 많은 북유럽 국가 교육의 핵심 철학을 이 ‘강점 기반’으로 꼽는 이들도 있다. 

세계적인 사회적기업가 지원기관인 아쇼카재단의 ‘아쇼카펠로우’들은 훌륭한 관점과 경력, 사업으로 유명한 이들로 ‘시스템 체이저(System Changer)’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특정 사회문제의 근본적 원인이 되는 사회구조적 부조리와 프로세스상의 문제점을 해결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사업을 진행하는 이들이 많다. 

문제의 내용과 강도, 시급성 등에 따라 대증 요법과 면역 요법은 가려서 사용되어야 하는 솔루션이겠지만 사회변화를 꿈꾸는 이들이라면 문제의 원인을 더 깊이 들여다보고, 그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더 많은 시간을 써보면 어떨까? 세상의 문제에 일시적 효과만 있는 감기약이 아닌 체질을 변화시키는 보약을 처방하는 사회사업가들이 더욱 많아졌으면 한다.


근 1년 동안 부족하지만 몇 가지 솔루션 모델과 지속가능 모델을 살펴보았다. 사회문제에 대한 해결책에 정답이 있을 리 없다. 어떤 상황과 조건에서는 훌륭한 접근이었던 것이 다른 곳에서는 형편없는 결과를 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고민과 대안’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가능한 대안들을 알고 그것들 중 어떤 것이 지금의 상황에서 가장 효과적일지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관성적으로 기존의 방법을 따른다면 효과 측면에서도 좋지 않겠지만 무엇보다 그것을 시행했던 활동가 입장에서도 성장의 기회는 없다. 

연륜 있는 공익활동가들을 만났을 때 오랜 헌신과 그 과정에서 터득한 지혜에 감탄하기도 하지만 지나버린 시대, 환경, 대상, 도구들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과 함께 여전히 ‘헌신과 열정, 끈기’만을 말하는 대목에서는 일정부분 실망하기도 한다.(물론 이 가치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고, 그 시대에 맞설 사람들도 많이 변했다. 분명 새로운 방법들이 필요하기도 하고, 기존의 방식을 조금 변화시켜야 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공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현 방법론의 한계를 체크하고, 새로운 방법을 실험하고, 적용하며 가다듬어야 한다. 우리는 스스로 무장(武裝)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세대가 그랬듯 우리의 후배들이 체계적인 솔루션 기법들에 대한 학습이나 전승없이 맨 몸으로 적진에 던져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 그러하기에 솔루션 모델과 지속가능 모델이 더욱 연구되고 개선되기를 바래본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