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열매사회적협동조합(이하 나무와열매)은 성북구에 있다. 장애당사자와 부모?가족, 후원인이 함께한다. 지역 내 장애인 돌봄문제, 장애인 복지증진, 여가 및 자립지원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을 실천한다.

지난 3일, 나무와열매는 성북구 시온성교회에서 나무와열매 개소 6주년을 맞아 일본 오사카 공생교육연구소와 포괄적(Inclusive) 돌봄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심포지엄은 사회구성원이 장애인을 어떻게 보고, 함께 해야 하는지 화두를 던지는 자리였다. 장애인을 대하는 태도, 사회복지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고민거리, 상황과 사례를 나누며 공감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건 첨예한 정치경제적 갈등이 아니라 인류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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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의 가치 나누는 교류협력 이어져야”... 성북구 관계자들 한목소리

?김경예 나무와열매 이사장은 심포지엄에 앞서 “우리가 추구하는 공동의 가치를 위해서 노력하는 교류협력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며 “나무와열매는 장애 부모들의 간절하고 절실한 마음에서 시작되었고, 지역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문턱 없는 평생 돌봄을 만드는 게 바람”이라며 소감을 밝혔다.

김경예 나무와열매 이사장이 심포지엄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생교육연구소 다테야마 히데오 목사는 “나무와열매와 교류관계를 소중히 하고, 앞으로도 지속해 나가고 싶다”며 “한국에는 ‘더불어’라는 한글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렇게 함께 걸어가고 싶다“며 초대에 감사를 표했다.

인사말을 하고 있는 다테야마 히데오 목사

이날 성북관내 관계자들도 심포지엄 현장을 찾았다. 이소영 성북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부이사장 “처음 나무와열매를 만났을 때 느끼건 ‘절실함’, ‘진정성’이었다”며 “(나무와열매가) 복지 수혜자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경제 주체로 우뚝 서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인순 성북구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은 “오랜 기간 어린이집 교사와 원장으로 일했고, 지금은 정책?제도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있기 때문에, 듣고 공부하며 도움 줄 수 있는 일들이 있는지 열심히 듣겠다”고 말했다.

이소영 성북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부이사장(왼쪽)과 이인순 성북구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오른쪽)도 이날 심포지엄을 찾았다.

심포지엄 통역은 ‘번역협동조합’이 자막은 ‘에이유디사회적협동조합’이 맡아 장애, 비장애를 넘어 의미있는 소통을 도왔다.

 

?"누구도 배제되지 않고, 서로 돕고 함께 살아가는"

?1부 강연은 호리 토모하루 공생 교육연구소 대표가 맡았다. 공생 교육연구소는 오사카 내 돌봄 현장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호리 토모하루 대표는 장애인 분야 권위자로 꼽힌다.

“(제가 그린)가을 단풍 그림을 보고 친구와 선생님들이 그림을 이상하다고 했습니다.”

호리 대표는 자신이 적색과 녹색 구분이 힘든 색약이라고 고백했다. 색약이 있어 대학 전공으로 희망했던 화학을 공부하지 못했고, 교육?특수교육을 전공하게 됐다.

그는 교육현장에 있을 때 ‘이런 애들은’, ‘어려운 건 잘못한다’, ‘졸업 후 작은 회사에 취직해 사장님 말만 잘 이해할 정도로 가르치면 된다’는 식의 말들을 접했다. 특수학교 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즐겁게 놀다가도, 교문을 나서는 시점부터 받게 되는 괴롭힘 때문에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모습도 접할 수 있었다.

호리 대표는 “오랜 기간 장애인들이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 존재로 간주 받아 방치, 격리 조치를 받아왔다”고 말했다. 인클루젼(인클루시브)은 이 같은 접근이 ‘잘못된 생각’이라는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인클루젼 개념은 1990년대부터 회자됐고, 2006년 비준된 UN 장애인 권리조약은 소셜 인클루젼(Social Inclusion)개념을 ‘누구도 배제되지 않고 서로 돕고 함께 살아가는 사회’로 표현하고 있다.

호리 토모하루 공생 교육연구소 대표는 직접 경험한 중증자폐 학생들의 '자기 표현'을 재연하며 강연을 이어갔다.

그는 “특수학교에서 언어치료, 언어훈련을 배웠고, 당시 담당했던 중증자폐 학생과 함께하며 중증자폐 환자가 내는 소리가 '이상한 소리'가 아니라 '자기 표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인클루젼 개념은 이 같은 소리가 ‘시끄럽고, 이상한 소리’가 아님을 깨닫게 해준다"고 강조했다.

호리 대표는 "교육현장에서 접한 문제를 계기로 아이들을 장애와 비장애로 나누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포괄적 돌봄 대상은 장애인뿐만이 아니다. 이주외국인 자녀들, 성정체성이 다른 아이들, 친구들과 제대로 관계가 이뤄지지 않은 아이 등까지 확대된다. 어렵지만 공생하는 방향을 지향한다. 호리 대표는 “포괄적 돌봄은 배제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만들고, 보다 풍요로운 사회를 만드는, 기존 환경을 극복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부모와 아이는 독립된 인격체... 말보다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도움

2부에서는 김경예 이사장과 호리 대표가 대담을 나눴다. 호리 대표는 “장애 아이를 가진 부모들이 아이를 전적으로 자신이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어려서부터 독립된 인격체라는 것을 부모와 아이가 서로 인식하며 자라야 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이어 “자신은 엄마들이 일하는 것에 굉장히 찬성하지만, 직장 근무 등에 따라 시설에 맡길 때(타인이 부모와 자녀사이에 들어오는 일을 할 때)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담을 듣던 에다모토 신이치로 전 이사장은 “‘아이를 버려두는 장소’라는 인상을 주는 경우들이 생기고 있다”며, “아이를 맡기는(타인이 들어오는) 경우 아이가 자립하는 계기가 되지만 ‘엄마는 자신보다 일을 좋아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예 나무와열매 이사장이 호리 대표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

이에 김경예 이사장은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며 “아이에게 엄마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상황을 설명해주고 이해시키는 것 보다, 직접 일하는 모습을 보고 느끼면 서로를 더 이해하고 공감, 소통하게 된다”고 경험을 나눴다.

에다모토 전 이사장은 “이는 장애, 비장애 문제가 아니라 아이와 부모 관계 모두에 해당되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나무와열매, 돌봄 교류는 계속된다

?에다모토 전 이사장은 이날 심포지엄에서 “나무와열매 활동사진, 영상 등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굉장히 많은 활동을 하고 있음에 감탄했다”며 “사회적협동조합 형태로 지역주민들과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게 굉장히 인상적”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심포지엄에 참가한 시민들

나무와열매는 작년부터 공생교육연구소와 교류하고 있다. 2018년 7월, 공생교육연구소 관련 임직원들이 나무와열매를 방문한 게 인연이 됐고, 같은 해 11월에는 나무와열매 임원진이 일본을 견학했다. 올 6월에는 나무와열매 실무진이 공생교육연구소 관련기관 중 2곳을, 7월에는 일본 실무진이 나무와열매를 방문해 상호교류 및 연수 기회를 가졌다.

두 기관은 앞으로도 장애인보육 교류를 통하여 지역사회에서 장애유형, 생애주기별 평생돌봄시스템을 구축하고, 마을 안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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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우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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