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가치로 사회를 변화시키는데 일조하는 사회적경제기업도 지속가능하려면 '가치' 만큼 중요한 게 있다. 바로 경쟁력 있는 '좋은 제품'이다. 빛나는 가치 만큼 좋은 제품을 위해 발로 뛰는 사회적경제기업들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사회적경제 통합 판로지원 플랫폼 e-store 36.5+와 이로운넷이 함께 연속으로 조명한다.  

“씹는 맛이 좋고 입에서 살살 녹아요” 
“간편해서 부모님이 좋아하세요” 
“바쁜 아침 시간 출근할 때 딱 좋아요”

마시는 죽을 경험해 본 소비자들의 반응이다. 두손푸드는 죽이란 꼭 떠먹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뒤집었다. 어디서든 쉽게 마실 수 있어 혼밥러들에게 다이어트와 간편식으로 인기다. 

 마시는 죽 12가지 종류와 그에 해당하는 원재료들. 스파우트 파우치를 이용해 편리성을 높였다. /사진= 두손푸드

 

“말하자면 수저와 설거지, 조리공간이 필요 없게 된 거죠. 공간에 제약받지 않고 영양도 충분히 갖췄다는 점에서 기능성 대용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   - 구성규 두손푸드 대표

국내 최초로 마시는 죽을 개발한 두손푸드는 녹색산업의 기능성 대용식 시장에서 주목받으면서 올해 제1회 전라북도 사회적경제 우수기업 대상을 받았다. 

 

사업 아이디어는 불편 해소에서 출발


구성규 두손푸드 대표는 복지시설과 요양병원에서 오랫동안 봉사 활동을 해왔다. 그때마다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이나 장애인들이 밥을 잘 떠먹지 못하고 자꾸 흘리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환자뿐 아니라 요양원도 힘들긴 매한가지다. 죽을 쑤느라 오랜 시간 동안 팔이 아프도록 주걱을 휘젓고 땀을 흘리다 보면 쉽게 지쳐버린다.

“영양이 가득한 죽을 흘리지 않고 온전하게 입안으로 쏙 들어가게 할 순 없을까?”

 

그때 떠오른 것이 마시는 죽이다. 마시는 죽은 레토르트공법을 써서 방부제를 넣지 않고도 실온에서 1년을 보관할 수 있다. 죽을 담은 용기인 스파우트 파우치는 그 상태로 전자레인지에 데울 수 있다. 

마시는 죽은 상온에서 보관이 가능하고, 따뜻하게 먹고 싶을 때는 다른 용기에 덜 필요없이 전자레인지에 파우치 형태 그대로 데울수 있어 편리하다.

처음엔 환자들의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 만들었지만 마시는 죽은 편리성에 밥알과 속 재료가 잘 어우러진 맛 덕분에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식사 대용식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마시는 닭가슴살 죽과 타락죽은 다이어트를 하려는 젊은 층들에 인기가 높다.

 

신선함은 기본.. 지역농산물로 가공해 농가 소득 증대 기여


두손푸드는 총 12가지 종류의 마시는 죽을 생산한다. 모두 전북에서 생산된 귀리, 고구마, 단팥, 단호박, 방울토마토, 복분자, 사과, 쌀, 콩 등 12가지의 신선한 국내산 원재료를 사용해 만든다. 특히 농가들이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 농산물을 우선한다. 대표적인 제품이 아로니아죽이다. 

 

“정읍 지역의 특산물인 아로니아는 오지에서 재배되기 때문에 농민들이 직접 판매하는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농민들의 판매를 도와주려는 노력들이 소비자들에게 거부감 없이 다가가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마시는 죽 제품 속 모습. 질감이 부드럽고 밥알이 살아있다. ‘오늘 만든 맛이 유통기한이 끝나는 1년 뒤의 맛과 똑같다’라는 노하우를 10년간 쌓았다. /사진=두손푸드

마시는 죽의 또 다른 차별성은 신선함을 품고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에서 대량생산하는 제품에 들어가는 재료는 소위 말하는 ‘뒷물’ 즉 묵은 곡식으로 만들어진 것들이 많아요. 하지만 저희는 그해에 농민들이 직접 씨를 뿌리고 거둔 ‘햇곡’으로만 만듭니다. 이것이 지역의 농산물을 고집하는 이유이고 차별성이죠.”

 

구 대표는 “날로 낙후돼가는 농촌 경제를 살리기 위해 될 수 있으면 지역농산물로 신제품을 개발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고 덧붙였다.

두손푸드의 지난해 매출은 2014년 첫 해에 비해 5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는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최근에는 구절초로 여성 건강 음료를 만들어 임상시험을 마쳤다. 이밖에 정읍 특화작물인 ‘베리’를 활용한 신제품을 개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복음자리 유아스무디. 두손푸드는 팔도,농심,서울우유 등 유명상표의 이름을 단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상품이 많다. /사진=두손푸드

두손푸드가 현재 주문자 상표를 부착해 생산하는 OEM 제품은 30여 가지가 넘는다. 마시는 죽은 팔도, 동원, 농심, 서울우유 등 유명상표의 이름을 달고 나간다. 지난달에는 서울우유와 협약한 신제품 ‘견과우유죽’을 출시했다. 

 

능력 우선 채용·장기근속이 전문화 비결


두손푸드가 제품의 우수성만큼이나 자랑스러워하는 것이 있다. 바로 두손푸드 직원들이다. 직원 수는 2011년 첫해 5명에서 출발해 지금은 37명으로 늘어났다. 이 가운데 고령자, 장애인, 결혼이민자 등 취약계층이 80% 이상 차지한다.

“고령자들도 자신의 전공을 살려 일할 수 있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두손푸드는 제게 그런 뜻을 펼칠 수 있게 해준 직장입니다.” - 김성식 연구원(69세)

 

 연구개발팀이 근무하는 모습. 김성식 연구원(오른쪽)이 작업에 한창이다.

구 대표는 “직원들 대부분 장기근속자로 즐겁게 일하다 보면 자동으로 장기근속으로 이어진다”고 전했다. 

“이직률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최장기 근속자는 8년이며, 평균 근로자들의 근속년수는 3~4년입니다. 이직이 없다 보니 그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지요. 결국 화목한 직장문화가 성공의 비결입니다.”

충진실에는 5년 이상 근무한 베트남 여성 근로자들이 있다. 이들은 숙련공이어야 할 수 있는 컴퓨터와 자동화 기계처리를 수월하게 진행한다. 두손푸드는 성과급 제도를 시행해 직책과 상관없이 직원들 스스로 만족스러운 복지를 지향하고 있다. 

“전문성을 강요하지 않아도 일이 즐거우면 스스로 교육을 받고 싶은 열정이 생겨납니다. 성별과 나이를 초월해 평생직장을 만드는 것이 제 꿈입니다.”

 

두손푸드 구성규 대표(왼쪽)와 한태수 총괄본부장(오른쪽). 두손푸드의 꿈과 앞으로의 행보를 위해 함께 힘쓰고 있다.
 
“나눔과 베풂이 좋아 사회적기업이 됐다.”

 그는 “단지 나누고 베푸는 사회적 가치가 좋아서 사회적기업에 발을 들여놓았다“고 했다. 두손푸드는 발생한 이익의 70%를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에 되돌려준다. 

농민들의 땀으로 만든 신선한 농산물을 사회적 약자들과 같이 가공해 장애인이나 노약자들이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또 이를 통해 창출한 이익을 다시 사회에 환원하는 순환경제를 만들어 가고 있다.

두손푸드는 지역 내 요양원과 장애인 생활시설, 장애인 복지관, 노인 복지 센터 등 곳곳에 마시는 죽을 기부하고 있다. 물품 기부뿐 아니라 전 직원이 자원봉사에 나선다. 연말에는 지역의 불우이웃을 돕기 위한 현금 후원도 잊지 않는다. 

두손푸드가 OEM으로 생산한 (주) 트루라이프 영양죽  기죽지마 시리즈 제품

구 대표의 꿈은 ‘모두의 행복’이다. ‘두손푸드’라는 회사명에는 ‘공손하게 두손으로 드린다’라는 뜻과 함께 소외계층들을 따뜻하게 품어주고 싶다는 마음이 담겨 있다. 

“청년들이 농촌에서 터전을 잡고 안정된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소외계층들에겐 만족할만한 급여를 제공함으로써 충만하고 여유 있는 삶을 선물하고 싶어요. 좋은 직장, 착한 기업, 살고 싶은 마을이란 바로 그런 모습이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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