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사회적기업 지원과 임팩트투자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늘고 있다. 앞으로도 이러한 움직임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최근 아시아 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금융조달을 다양한 각도로 고민하는 재원조달자(funder)들을 회원으로 둔 아시아 최대 네트워크조직인 아시아벤처자선네트워크(Asian Venture Philanthropy Network, 이하 AVPN)의 2019년 연례 컨퍼런스가 회원 행사를 포함해 지난 6월 25일부터 6월 28일까지 열렸다. 올해로 6회를 맡는 AVPN의 컨퍼런스에는 43개국 1200명이 넘는 임팩트투자자와 다양한 방식의 사회 투자자들이 모여 3일간 복잡하고 고도화되는 사회문제를 풀기 위한 자금지원 방법을 고민하고 나눴다. 

1200여명이 한자리에 모인 AVPN 개회식

2008년 록펠러재단의 제안으로 본격화된 임팩트투자 논의는 2016년 발표된 UN 지속가능개발목표(SDGs)를 달성할 중요한 방법 중 하나로 세계적인 움직임으로 커가고 있다. 글로벌임팩트투자네트워크(GIIN)에서는 임팩트투자 시장이 2019년 5천억달러(약 500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한다. 기존의 사회적기업과 임팩트 비즈니스에 투·융자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에 대한 효율성의 기대는 민간자본을 사회적영역으로 유도하는데 큰 마중물이 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2018년 사회가치연대기금 설립으로 사회적금융 조달을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고, 한국벤처투자 등으로부터 펀드가 구성되어 2018년부터 지금까지 2000억원 이상이 임팩트투자 모태펀드로 조성되었다. 세계적으로도 이러한 경향은 마찬가지이며, 그 범위는 더 넓어지고 있다.

임팩트투자 논의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초기 기업의 역량강화를 위한 무상 지원금 및 자선적 기부의 필요성이다. 아무리 사회적 미션이 훌륭하고, 사회적 임팩트가 크게 예상 되는 기업이라도, 기업이 투자를 받을 수 있을 만큼 준비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그를 위한 기술 지원과 사업으로서 기틀을 다질 수 있는 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보건, 식량, 재난 등 전통적으로 자선이 필요한 영역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현실은 기존 소셜섹터에 무상지원금으로 흘러온 자금이 사회투자기금으로 전환되는가 하면, 기부보다는 투자로 선회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영화배우 맷 데이먼(Matt Damon)이 공동 출자하여 화제가 된 물위생 비영리기구인 '워터(Water.org)'는 지난 해 말, 1100만달러(약 110억원) 규모의 임팩트 투자시범사업을 마쳤으며, 임팩트투자를 본격 시작하여 5000만달러(약500억원)을 식수위생사업을 위해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터‘의 대표인 개리 화이트(Garry White)는 ”전통적인 기부 방식으로 우물을 파고, 화장실을 설치하여 100만명의 사람에게 혜택이 가도록 하는데 20년이 걸렸다면, 임팩트 투자를 통해서는 4개월이 걸린다”고 밝히며, 임팩트투자가 기존의 기부 방식 보다 5배에서 10배 더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이 갈 것이라는 기대를 밝히기도 했다.

AVPN 현장에서 오늘날 자선적기부의 역할을 조망해보고자 전략적 기부모금조직인 기브투아시아(Give2 Asia)의 버거 스탬퍼달(Birger Stamperdahl) 대표를 AVPN 행사 중 만났다. 그에게 오늘날 자선적 기부의 역할과 향후 방향을 들어보았다.

버거 스탬퍼달 기브투아시아 대표(왼쪽)와 인터뷰어인 이명희 팀장. 

- 먼저 기브투아시아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자선단체로 아시아 지역에 지원금을 조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주요 지원 분야는 보건, 재난 구호, 소득증대사업 등입니다. 2018년 연간 아시아 25개 지역에 2900만 달러(약 300억원)을 지원했습니다. 자금의 주요 출처는 미국이며, 아시아 개발은행과 다양한 기업과 협력하여 모금을 합니다. 기부투아시아는 아시아 지역을 위한 지원을 2000년부터 시작하여, 현재 25개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해당 지역에서 직접사업을 수행하기보다 지역 파트너기관과의 협력으로 지원하며, 전략적 모금 및 배분을 실행합니다. 주로 개발도상국 중심으로 지원하지만, 대만과 한국의 취약계층을 위한 프로그램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 다른 배분조직도 많은 데 기브투아시아의 강점은?

▶ 기브투아시아는 전략적 모금에 강점이 있는 조직으로 전략적 자선활동을 제안하여 존슨앤드존슨(J&J)과 같은 대기업과 협업합니다. 세계적으로 협력하는 기관이나 기업은 2,500여 개에 달합니다. 다양한 기업 및 개인의 기부를 받고 있기에 긴급하거나 중대하다고 생각하는 사회적 이슈와 결부된 프로젝트에 다자간 협력하는 전략적 자선활동이 가능하도록 합니다. 모금과 자선적 지원사업을 20년 가까이해왔기에, 기부자가 기부를 통해 중요시 여기는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자선활동을 설계해온 경험이 많습니다. 즉, 지원을 집중해야 하는 긴급한 사회 이슈에는 대중들이 더 많은 관심을 쏟게 하거나, 다양한 파트너를 한가지 이슈를 위해 협력하도록 엮어내기도 합니다.

또한 아시아 내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지원해 오면서 쌓은 네트워크를 통해 지원을 받는 파트너조직들을 위해 임팩트 투자 연계, 시장 탐색 등의 지원을 통한 비즈니스 역량 강화를 하거나, 이러한 조직이 더 사업을 잘할 수 있도록 해당 국가 정부와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필요한 법 제도를 만드는 것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AVPN 중 재난 대비 솔루션 재원 유도 방안 세션(Moving Capital Towards Proactive Disaster Solution)에서 발표중인 스탬퍼달 대표

- 전략적 자선기부사업의 흐름을 조금 더 구제적으로 설명해주세요.

▶ 실제 사업은 해당지역의 비영리조직과 파트너십을 맺어 운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지역조직이 그 지역의 이슈와 해결 방안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평균 1개 단체에 75,000달러(약 7500만원)을 지원하나 사안에 따라 지원금 범위는 다양합니다. 초기에는 우리가 지원할 단체를 선정하고 지원하지만, 원한다면 기부자 조언기금 (DAF)의 형태로 향후 해당 프로젝트의 후원자가 직접 단체와 연락할 수 있도록 합니다. 기부자가 해당 비영리조직의 후속지원을 하거나 다른 자원을 연계할 수 있도록 플랫폼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 많은 재원조달자(funder)들이 임팩트투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자선적 기부가 특히 중요 시 되는 부분과 앞으로의 기부 방향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 저는 자선기부에 중점을 둔 조직에 있지만, 임팩트투자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우리가 함께 가야 할 파트너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둔 프로젝트의 경우, 임팩트투자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재난 발생시 긴급 구호에 자금이 집중되었으나, 5년 전부터는 재난이 일어나기 전에 재난 발생 예상 지역에서 재난에 대한 준비를 하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다만 재원의 한계상 재난 대비 단계에서 기부금으로만 모든 비용을 충당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이 경우, 재난 발생과 상관없이 해당 활동을 지속하도록 하기 위한 수익사업의 개발과 운영이 필요한 한편, 재난 대비 시스템에 대한 장기적 안목의 투자가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임팩트투자와 기부가 상치되는 개념은 아닙니다. 임팩트투자 이전에 자선적 지원을 통한 관련 생태계 조성 및 협력적이고 전략적인 펀딩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기브투아시아가 진행하는 중국 소외지역 보건인력양성사업이 이에 해당합니다. 중국 내 비영리재단과의 협력으로 재원을 확보하고, 대학과 파트너십을 맺어 보건인력을 교육하고, 이들이 일자리를 찾고, 의료보건 사각지대에서 역할을 하도록 하는 다자간 협력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위 영역에서는 단순히 프로젝트 단위의 재정적 기부뿐만 아니라,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협력적 펀드를 구성하거나, 지역정부 및 해당 국가의 기업과 협력하여 그 이슈를 바라보는 시각에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활동이 가능하도록 돕는 것이 향후 우리와 같은 자선기부조직의 역할입니다. 

- (임팩트투자를 하지 않고) 기부 중심의 자선을 지속하는 조직으로서 기브투아시아의 향후 사업 방향이 궁금합니다. 

▶ 현재 기브투아시아는 아시아 밖에서 주로 모금을 하지만, 아시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아시아 내에 있는 자선조직과 협력하여 함께 헤쳐 나가고자 합니다. 이를 위하여 현재 일본 NPO센터, 중국인민대외우호협회(CAPFFC), 파키스탄자선센터 등과 일하고 있으며, 한국에는 아름다운재단과 파트너십이 있습니다. 현재 기브투아시아는 글로벌 펀드로서 아시아 각 지역의 개별 프로젝트에 대한 개별 현장기관을 지원하는 방식이 다수이지만, 점차 지역 내에서 활동하거나 해당 국가 내에 있은 재정 지원이 가능한 기관과 협력하여, 기부금 풀(pool of funds)을 조성하고 사회 이슈를 풀기 위해 다자간협력을 통한 다각적 지원을 넓혀나갈 예정입니다. 이러한 파트너십을 계속 확대하여 지역자선단체와 사회적기업을 강화하는 한편, 아시아 각 지역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여 아사아를 위한 아시아 기반 자선활동을 확장해 나갈 것입니다. 

AVPN 컨퍼런스 사이드이벤트 중 기부투아시아를 설명하는 버거 대표와 AVPN 회원들./사진제공=기부투아시아

이번 AVPN 컨퍼런스 중에는 임팩트투자의 활성화와 복합적 자금조달 방식을 통한 사회적기업과 사회적임팩트가 있는 기업에 자본이 흘러가도록 하는 고민이 담긴 세션이 다수였으나, 자선적 목적의 기금 조성에 대해 고민하고 그 임팩트를 논의하는 세션도 여럿 진행됐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자금조달 방식으로 임팩트투자가 주목받지만, 여전히 자선적 투자 및 지원(Venture Philanthropy)의 한 부분으로 전통적인 자선적 기부의 역할도 중요함을 인식하는 자리였다. 전통적인 기업가 집안에서 레거시어드바이저유한회사(Legacy Advisors Ltd.)라는 이름으로 아시아 내 가족재단 개념을 처음 도입한 개척자인 클리어리(Clearly)의 대표 제임스첸(James Chen)은 첫날 기조연설에서 오늘날과 같이 빠르게 파괴적인 혁신이 일어나는 시대, 민간기업의 역할은 가장 위험하지만 의미있는 프로젝트에 지원하여 힘을 싣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한, 컨퍼런스 중 필자가 주목하여 본 코임팩트(Co-impact)는 시스템 자체의 변화를 위하여, 개별 프로젝트에 투자하지 않고, 해당 사회문제를 위해 노력하는 정부나 이니셔티브에 50억~250억원 규모의 무상지원을 하고 있었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재원조달을 위해 임팩트투자라는 또 하나의 파이프로 이전 사회적영역으로 흘러들어오기 힘들었던 민간자본을 유치하고 재원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노력은 분명 의미가 있다. 그러나 임팩트투자라는 말에는 투자라는 하나의 재원조달 방식이 아닌, 기술지원/융자/지원금과 같은 혼합적 재원조달을 통한 혁신적이며 지속가능한 재원조달의 의미가 함께 내포되어 있다. 사회문제를 위한 모든 재원 조달 방식을 따로따로 분리해 생각하기 보다는, 종합적인 흐름 속에서 상황과 필요에 따른 재원조달 방식을 조금 더 면밀하게 고민할 때이다. 

인터뷰어인 이명희는 국제교류와 개발도상국 사회적기업 기금지원 및 자원 연계 사업을 13년간 해왔다. 사회적 목적이 있는 기업(관)이 더 잘되려면 그 임팩트가 제대로 보여야 한다고 믿고, 국내외 사회적기업 및 중간치원체의 사회적 임팩트를 정리하고 설명하는 일을 즐긴다. 현재 다솜이재단 해외사업부,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공제사업단 임팩트리뷰팀 등에서 활발하게 일하고 있다. 

사진제공. AVP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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