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미디어 <이로운넷>이 개최한 ‘2030 세이가담-로컬, 가치를 담은 미래’ 컨퍼런스에서는 사회적경제가 앞으로 고민해야 할 가치로 '지역'을 조명했다. 서울을 비롯해 부산, 울릉도, 강원도 등 전국 각지에서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콘텐츠로 활동하는 이들을 통해 지역의 가능성을 다시 확인했다. 본지는 이번 컨퍼런스를 시작으로 지역에 기반해 새로운 가치를 발굴하고 만들어가는 로컬크리에이터들을 연속으로 조명해 본다. 

목포 출신도 아닌 60명이 6주간 목포에서 살았다. 이 중 29명이 목포에 남았다. 지역 영화관, 공공기관에 취업하고 공방을 차리는 등 먹고사는 방식은 다양했다. ‘괜찮아마을’에서 지낸 결과다. 괜찮아마을은 ‘인생을 재설계하고 싶은 다 큰 청년들’을 위한 프로젝트로, 문화기획사 ‘㈜공장공장’이 진행한다. 목포 원도심에 있는 빈집을 활용해 공간을 만들고, 저렴한 가격에 그곳에 머물면서 다양하고 재미있는 일을 벌인다.

목포에 정착한 괜찮아마을 1기 구성원 중 일부가 채식식당 '최소 한 끼'를 열었다.

"청년들이 아픔을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가 필요합니다. 괜찮아마을은 지역에서 청년들의 일자리와 머물자리를 고민하며, 누구나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는 함께 살아가는 혁신공동체를 꿈꿉니다."

지난달 열린 이로운넷 사회혁신 컨퍼런스 ‘2030 세이가담-로컬, 가치를 담은 미래’에서 박명호 공장공장 대표는 "청년들은 당위성 보다는 재미가 중요하다"며 "마음을 주고 함께 재밌게 보내면 자연스럽게 지역에서 살게 되고 창업도 할거라 생각했다"고 프로젝트의 배경을 설명했다.

27살에 퇴사...“회사 밖에서 내 역량 찾고 싶었다”

박명호 대표는 퇴사 후 여행을 하며 본인을 브랜드화하고 역량을 키우는데 집중했다.

박 대표는 수도권에서 직장 생활을 했던 청년이다. 졸업을 3학기 남기고 일찍 대기업에 취직했다. 홍보대행사나 출판 분야 창업을 해본 경력 덕에 비교적 수월하게 직장에 들어갔다. 큰 회사였지만, 회사의 간판으로 자신의 역량이 정의되는 게 성에 차지 않았다. 회사를 넘어 자기 자신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회사는 즐거웠어요. 일도 재미있어서 마지막까지 남아서 일하는 사람으로 유명했어요. 그때 함께 일했던 동료들과는 지금도 가끔 만나요. 3년 일을 했는데, 어릴 때 들어가서인지 서른 전에 해보고 싶은 일이 많았어요. 그때는 서른이 정말 큰 숫자라고 생각했거든요.(웃음) 일단 여행을 가고 싶었어요.”

그렇게 떠난 전국 일주는 그냥 여행이 아니었다. 여행을 통해 박 대표는 본인을 브랜딩했다. 그는 책을 700권 모아 중고차에 실은 뒤, 여행을 다니면서 길거리에서 책을 팔았다. 책을 사러 오는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사진을 찍어 인화해줬다. 인터뷰 대상은 300명이 넘었다. 프로젝트명은 ‘목욕탕’. 어느날 목욕탕을 다녀왔는데 기분이 좋았다는 이유로 지은 이름이다.

이후 그는 서촌에서 개인 사진전 ‘우리 모두 멋진 사람들이야. 너무 멀리서 대단한 걸 찾지마, 없어’를 열고, 관광객이 버린 쓰레기를 모아 도서관을 짓는 프로젝트 ‘메아리 울려 제주’를 기획하는 등 정말 하고 싶은 일들을 했다. 그러다 홍동우 대표를 만나 ‘한량유치원’을 공동창업 한게 현재 공장공장으로 이어졌다. 이들은 지역에서 서울보다 더 나은 가치를 찾고, 더 실험적인 기획을 열고 싶었다. 2017년 장기로 임대받은 목포의 낡은 여관 ‘우진장’을 고쳐 숙소와 모임 장소, 사무실로 쓰다 지금까지 머무르고 있다. 

공장공장이 목포로 옮기면서 자리잡은 우진장 외관

지역에서 하고 싶은 일 하는 실험주의자 양성

사전취재를 위해 들춰본 공장공장 홈페이지는 그야말로 정보의 홍수였다. 괜찮아마을 외에도 5개가 넘는 브랜드 설명, 굿즈 판매란, 구성원들의 일기까지. “그래서 여기는 정확히 뭘 하는 곳이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박 대표는 공장공장을 ‘공동체 플랫폼’이라고 간단히 설명한다. 공동체를 만들고, 관련 교육 진행을 하고, 사진·글·영상 등 콘텐츠를 만들기도 한다. 하는 일이 너무 많으면 집중력이 분산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따로 떨어지지 않고 연결된 사업들”이라고 답한다. 지역 사람들과 함께 하기 위해 숙소를 운영하고, 공동체를 형성하고, 크라우드펀딩과 굿즈 판매를 통해 자금을 모으고, 즐길거리를 만드는 거다. 정해진 일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각종 사업을 진행하는 회사다.

“목표는 ‘따로 또 같이’를 실현하면서 말도 안 되지만 해보고 싶은 일을 계속하는 실험주의자들을 양성하는 데 있어요.”

공장공장이 하는 일은 크게 ▲여행 사업 ▲마을 조성 ▲소식지 발간 ▲교육 등으로 나뉜다. △청춘들과 전국 일주를 하는 ‘익스퍼루트’ △누구나 머무를 기간만큼의 비용만 지불하면 한량처럼 놀다 갈 수 있는 ‘한량유치원’ △서울에서 목포까지 히치하이킹한 사람들을 위해 여는 ‘히치하이킹 페스티벌' △매 호 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매거진 섬’ △청소년을 위한 ‘예비 실험주의자 학교’ 등이 있다.

매거진 섬 홈페이지. 가거도, 여서도 등을 다루며 교통편, 역사 등을 담았다. /사진=매거진 섬 홈페이지 캡처

곧 괜찮아마을 3기를 모집한다. 올 9월에는 한국임팩트금융과 함께 ‘지방에서 왔습니다’라는 행사를 서울에서 나흘간 진행한다. 박 대표는 “지방 스타트업이 소개될 기회가 거의 없고, 그들끼리 네트워크를 형성할 일도 드물다”며 “지방의 다양한 스타트업/크리에이터들을 20~30개 정도 모아서 서울 명동에서 전시, 체험, 네트워크 파티 등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익스퍼루트 사업도 곧 다시 시작한다.

어쩌면 내일이 마지막일지 모른다 생각하니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박 대표. 그에게 앞으로의 포부를 물었더니 “오래오래 해먹기 위해 꿈을 잃지 않겠다”며 웃었다.

 

사진제공. 공장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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